일본의 주요 은행들이 수익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는 반면 우리나라 은행들은 해외 수익 비중이 1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공격적으로 금융 영토를 넓히는 동안 우리 은행들은 국내 이자 장사에만 매달려온 결과다. 삼일PwC 분석에 따르면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의 해외 영업이익 비중은 2024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기준 57%에 달해 2013회계연도(32%)보다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의 해외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19%에서 58%로 3배가량 불어났다. 반면 한국의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해외에서 번 영업이익 비중은 지난해 평균 11%에 그쳤다. 2013년의 4%에 비해 많이 높아졌지만 갈 길이 멀다.
일본의 금융사들은 장기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리고 선진 시장에서 투자은행(IB) 경쟁력을 키워왔다. 특히 초저금리에 기반한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글로벌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강자로 부상했다. 반면 해외에서 한국 은행들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국내 금융지주들이 고금리 시대의 예대마진 확대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지만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장 글로벌 관세 전쟁이 촉발한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해외 건설·에너지 PF 시장의 특수가 기대되는데도 한국의 은행들에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기 저성장에 직면한 경제 여건에서 은행들이 손쉬운 ‘안방 이자 장사’에 안주해서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은행들은 국내 가계 여신에 의존하는 천수답식 경영과 성과급 잔치에서 벗어나 혁신적 기업금융 제공, 해외 시장 개척,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 핀테크에 기반한 사업 다각화를 서둘러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정부도 ‘관치금융’의 악습을 끊고 규제 혁파와 제도 정비에 나서 은행들의 선진화 개혁을 뒷받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