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현대차는 지금 아주 중요한 시점에 있다”며 2030년을 겨냥한 회사의 중장기 전략을 재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길어지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더해 미국에 수출하는 차에 관세 폭탄(25%)이 떨어지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판단이다. 새로운 미래 전략은 전체 판매 목표를 낮추고 평균 단가가 높은 하이브리드차량(HEV)을 전진 배치해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뇨스 사장은 16일(현지 시간) ‘2025 뉴욕 국제 오토쇼’가 열린 미국 뉴욕 제이컵재비츠컨벤션센터에서 “오늘과 내일 현대차는 매우 중요한 회의를 가질 것”이라며 “주요 중역들이 뉴욕에서 모여 지난해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제시한 중장기 사업 전략의 현주소를 살피고 재검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뇨스 사장은 올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등 경영 환경이 급변한 만큼 기존 사업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 상황에 대해 “어려운 시기인 만큼 매달, 매주가 아니라 매초, 매 순간 점검하고 있다”며 “비용을 최소화하고 매출을 최대화할 수 있게 최대한 빠르게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뇨스 사장은 이번 뉴욕 회의에서 2030년 전기차 200만 대 등 중장기 연간 판매 목표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 현대차가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밝힌 2030년 목표인 △연간 판매량 550만 대 돌파 △전기차(EV) 판매량 200만 대 달성 △하이브리드 14개 차종 확대 전략에 대한 부분 수술에 돌입하는 것이다. 앞서 기아도 송호성 사장이 9일 개최한 ‘2025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표량을 기존 160만 대에서 125만 9000대로 대폭 내린 바 있다. 대신 하이브리드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무뇨스 사장도 같은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재편하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그는 “EV 트렌드를 보면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이 하이브리드차로 크게 늘고 있다”며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하이브리드를 생산하기로 결정하고 새로운 라인에 투자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이날 뉴욕 오토쇼에서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디 올 뉴 팰리세이드(신형 팰리세이드)’를 공개하며 시장 선호도 높은 HEV 중심의 판매를 강조했다. 1분기 현대차는 미국에서 20만 3554대를 팔아 분기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HEV 성장률이 전년에 비해 68%에 달하는 등 높은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올 하반기 북미 출시 예정인 신형 팰리세이드는 HEV와 가솔린 등 2개 파워트레인으로 운영된다.
현대차는 관세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HMGMA에서 신형 팰리세이드 HEV를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무뇨스 사장은 “미국 등 가능한 지역에서는 최고 품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방식에 변함이 없어야 한다”며 “(변화한 경영 환경에) 아주 빠르게 대응하고 서플라이체인(공급망)도 준비하고, 매출과 판매도 최대화하면서 (관세의 영향은) 영향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뉴욕오토쇼에서 기아는 내연기관차인 신형 K4 해치백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고성능 GT-Line 등 다양한 트림으로 올 4분기 미국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브랜드 최초 전기 세단인 EV4도 내년 1분기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