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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보고서 공개는 자율"…가상자산 규제 허점

가상자산 거래소 실사보고서 공개 '자율' 맡겨져

고팍스 4분기 실사 생략…"감사보고서로 대체"

전문가 "최소한의 신뢰 장치, 이조차 없으면 치명적"

감사보고서에 초과보유율 공시하는 방안 제안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급 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예치 자산 실사가 거래소 자율에 맡겨지면서 투자자 보호에 허점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사 시점과 보고서 공개 여부를 거래소가 임의로 결정할 수 있어 제도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거래소의 초과보유율을 감사보고서에 포함해 공시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지난해 4분기 실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 “실사보고서 작성은 법적 의무가 아닌 자율 조치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실사보고서는 사용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거래소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자율적으로 작성할 수는 있지만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다. 고팍스처럼 자체 내규에 따라 실사보고서를 감사보고서로 대체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고팍스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실사보고서는 비용을 들여 별도로 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투자자 신뢰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실사보고서를 꾸준히 공개하는 것은 투자자 보호의 출발점”이라며 “이를 중단하면 오히려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팍스를 제외한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실사보고서를 분기마다 정기적으로 공개해왔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초과보유율은 거래소의 지급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라며 “이에 지속적으로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계 전문가들도 실사보고서 중단은 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실사는 엄밀히 말해 정식 감사가 아니라 최소한의 검증 절차에 불과하다”면서 "만약 이 정도 비용도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시장 신뢰는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사보고서 공개가 자율에 맡겨진 것은 현행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초과보유율 공시 등을 강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법은 △고객 예치금과 고유 자산 분리 보관 △가상자산 80% 이상 콜드월렛 보관 △실질 보유 의무 등 기본 원칙은 담고 있으나, 거래소의 유동성과 지급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수치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반면 전통 금융권은 이보다 훨씬 명확한 투명성 기준을 갖추고 있다. 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과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을 주기적으로 공시하며, 증권사는 고객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에 별도로 보관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역시 수탁은행을 통해 순자산가치(NAV)를 외부에 공개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거래소의 초과보유율을 감사보고서에 포함해 공시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권오훈 차앤권 대표변호사는 “콜드월렛 보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실질 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초과보유율을 공식적으로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도 “초과보유율 같은 정보를 연 1회 감사보고서 주석에 포함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며 “정보 공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제도화 논의도 진척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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