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은 경제안보를 대외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며 한국도 수출통제나 국내외 투자 심사 강화와 같은 정책 수단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본부장은 1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무역안보연구회 최종보고회’에서 “미국은 인공지능(AI)과 양자·반도체 같은 첨단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해 수출통제 정책을 단순화하는 한편 위반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벌하는 등 정책 효과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이 기술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의미다. 정 본부장은 “한국과 같이 무역과 공급망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이 같은 상황에서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며 통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기술 경쟁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학계와 법조계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인 무역안보연구회를 통해 무역·기술 안보 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을 조언받았다. 전문가들은 다른 국가와의 연구 협력 활동도 수출통제 대상으로 관리하거나 기획재정부·산업부 등 유관 부서들이 함께 수출 통제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경우 연구 착수 단계에서부터 선제적인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소·중견 기업에 주요 교역 상대국들이 취하고 있는 경제안보 정책을 심도 있게 알려줘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무역안보연구회는 경제안보 분야에서 전문가 목소리를 듣기 위해 산업부가 지난해 11월 발족한 연구 단체다. 전문가들은 △수출통제 △경제 제재 △기술 안보 등 3개 분과로 나눠 무역·경제 안보 이슈를 점검한 뒤 정책 대응 과제를 정부에 제출했다. 또 연구회는 경제안보 분야에 대한 학계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한국무역안보학회를 창설해 관련 연구 활동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초대 학회장은 노재봉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이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