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르포] '로봇 입은' 환경미화원 등장…새벽 출동해보니

구로구 환경미화 '입는 로봇'

무릎·허리 부담 줄이는 효과

좁은 골목 특성에 맞춘 시도

황동건 서울경제신문 기자가 이달 28일 새벽 서울 구로구 거리에서 ‘근력 증강 착용형 로봇’을 착용한 채 생활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황동건 서울경제신문 기자가 이달 28일 새벽 서울 구로구 거리에서 ‘근력 증강 착용형 로봇’을 착용한 채 생활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로봇 환경미화원’이 되는 데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몸체가 달린 복대를 허리에 두르고 기계 뼈대까지 다리에 착용한 뒤 전원만 켜면 끝이었다. 묵직한 기계와 한 몸이 됐다는 부담도 잠시뿐이었다. 세 걸음을 내딛자 기계가 사람 하체의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무게감이 거의 사라졌다. 몸을 옮길 때마다 허벅지를 감싸는 지지대가 무릎을 당겨 보조하기 때문이다. 서울 구로구가 도입한 ‘착용형 근력증강 로봇’이 가동하기 시작했다.



직접 로봇을 입고 29일 새벽 5시경 작업용 차량에 탑승해 구로구청을 출발했다. 이 시간대 출발하는 ‘새벽기동조’는 민간업체들이 미리 정리해 내놓은 일반쓰레기와 무단투기물을 차량으로 옮기는 작업이 목표다. 대상 구간은 구로구청으로부터 가리봉시장까지 왕복 3㎞ 가량. 환경미화원들이 차량으로 던져넣는 75ℓ 종량제 봉투의 무게는 상당했다. 홍승만 구로구 환경공무관은 “종량제 봉투 하나에 7~8㎏ 정도 나간다”면서 “무단투기물이 마구 섞여 있으면 혼자 들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경우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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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가장 도움이 되는 지점은 이동하는 과정이었다. 불필요한 체력소모를 없애준다는 의미다. 실제 작업자들은 한 곳의 쓰레기를 수거한뒤 다음 장소까지 뛰어다니기 일쑤다. 탑승부가 높은 작업용 차량을 타고 내리는 과정이 번거로울 뿐 아니라 하체 전반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먼거리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차에 오르내리길 반복해야 한다. 무릎이나 허리 부상은 이들의 고질병일 수밖에 없다. 양용효 구로구 환경공무관은 “폐기물 수거처럼 무게가 더 많이 나가고 차량 위로 던져야 하는 작업엔 로봇의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홍 공무관은 “허리나 어깨를 보호해주는 기능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초 고령층의 보행을 보조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된 이 장치는 작업자들을 돕는 역할까지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특히나 청소 차량 후면 발판에의 탑승이 금지된 상황에서 근골격계 보호에 상당한 역할이 기대된다. 오르막길에서는 하체 근육에 걸리는 부하를 낮춰주고, 내리막에선 무릎이 받는 충격을 낮춰 주는 기능이 핵심이다. 기계 무게도 1.6㎏에 불과하다.

구로구처럼 빌라나 다세대 주택이 밀집해 좁은 골목과 계단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작업이 많은 경우 효과는 배가 된다. 대당 약 300만원에 달하는 비용에도 지자체 러브콜이 이어지는 이유다. 이미 5대를 시범 도입한 구로구 외에도 서울 금천구와 국립공원공단이 같은 기계를 들였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현장 반응을 본 뒤 소속 공무관들 뿐 아니라 민간업체에도 장비 보급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황동건 서울경제신문 기자가 이달 28일 새벽 서울 구로구청에서 ‘근력 증강 착용형 로봇’을 착용하고 있다. 구로구는 환경미화원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무게 1.6㎏으로 설계된 이 장비를 도입했다. 오승현 기자황동건 서울경제신문 기자가 이달 28일 새벽 서울 구로구청에서 ‘근력 증강 착용형 로봇’을 착용하고 있다. 구로구는 환경미화원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무게 1.6㎏으로 설계된 이 장비를 도입했다. 오승현 기자


황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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