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잠재성장률 추락 끝 어디길래…이창용 "양적완화 장단점 고민할 시점"

■한은-한국금융학회 심포지엄

이창용 "유동성 흡수 수단 역할 재점검 필요" 강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한은의 유동성 공급 정책의 대대적인 손질을 시사했다. 극단적으로는 미국과 같은 양적완화 도입 검토도 열어뒀다. 실현 가능성이 적지만 잠재성장률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더이상 기준금리로는 통화정책을 운용하기 어려운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이 한국금융학회와 함께 연 정책 심포지엄에서 환영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통화정책 여건의 중장기 구조적 변화를 고려하여 통화정책 운영체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면서 “그동안 기조적인 유동성 흡수 수단으로 주로 활용되어 온 통화안정증권의 역할을 재점검할 필요가 생겼고 한은의 환매조건부증권(RP) 거래도 유동성 변화 추세에 부응할 수 있도록 개선 방향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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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통화정책은 통화안정증권 발행과 RP 매각 등 유동성 흡수로 이뤄졌는데 최근에는 단기 자금시장 유동성이 빠듯한 상황이 지속돼 RP 매입 등 그 반대의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된 배경으로는 환율 급등락에 따른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이 꼽힌다. 당국은 달러를 매도(공급)하고 원화를 매수(흡수)하는 방향으로 환율 안정화에 나선다. 은행이 한은에 맡긴 계좌에서 원화가 빠져나간다는 얘기로 이 과정에서 원화 유동성이 자금시장에 덜 공급될 소지가 있다.

일각에서는 덩치를 불린 '서학개미'의 영향으로 외환 수급 불균형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총재 역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은은 외환보유액을 확충하고 과도한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시중에 공급된 유동성을 흡수하는 데 공개시장운영의 초점을 맞춰왔다"면서 “그러나 2010년대 중반 이후로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추세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커지고,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가 증가하는 등 유동성 수급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중앙은행의 국고채 매입 등 주요국의 양적완화(QE) 도입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저출산・고령화 심화,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의 위험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정책금리가 제로하한 수준에 근접하게 되면, 선진국 중앙은행이 했던 것처럼 양적완화와 같은 대차대조표 확대 정책을 도입할 수 있을지,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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