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이복현 “DSR·보험규제 파급력 예상 못해…비난받아도 당연” 아쉬움 토로[서경 금융전략포럼]

부실PF 정리 감안 도입 미뤘다가

대출 폭증 등 시장혼란 불러 송구

보험사 규제·회계제도 변경 관련

시장 목소리 잘 듣고 대응책 마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8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금융 환경 변화와 금융권 신뢰 회복을 위한 감독 과제’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2025.04.30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8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금융 환경 변화와 금융권 신뢰 회복을 위한 감독 과제’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2025.04.30




임기를 한 달여 남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을 두 달 미뤄 주택 시장 과열을 불러온 것을 두고 “백번 비판하시더라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보험 자본 규제가 빠른 속도로 도입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시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원장은 3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8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금융 감독 당국의 정책 일관성이 금융권 신뢰에 중요 요소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3년 가까운 임기 동안 서울경제신문의 금융전략포럼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운을 뗀 이 원장은 “지난해 7월 스트레스 DSR 시행을 유예하고 이후 가계부채가 폭증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통제하기 위해 직접적인 시장 개입이 있었다”며 “이런 혼란들에 대해서는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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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융 당국은 차주에게 가산금리(스트레스금리)를 적용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DSR 조치 시행일을 당초 7월에서 9월로 연기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과 소상공인 자금난을 덜어준다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대출 폭증을 불러왔다. 이 과정에서 은행권이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대출을 중단해 혼란이 커졌다.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이 원장은 “당국 내부에서는 스트레스 DSR 도입 일정을 당초대로 가져가자는 의견도 강했지만 통화 재정 정책과 관련해 부실 부동산 정리와 취약 주거층의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결국 미루게 됐다”며 “2개월 연기한 결정이 그 정도의 파급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그는 “수도권 부동산을 중심으로 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당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월간 대출 규모가 10조 원이 넘었을 것”이라며 “백번 비난을 받아도 저희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보험사의 자본 규제와 회계제도 변경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재작년부터 회계기준 변경 스케줄은 정해져 있던 것인데 당국과 업권 모두 효과가 이렇게까지 클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혼돈이 초래되다 보니 부족하지만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요 보험사의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이 급락하고 있다. NH농협손해보험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킥스 비율이 175.8%로 전년 대비 141.06%포인트나 폭락했다. 신한라이프는 206.8%로 1년 새 44%포인트 낮아졌고 KB라이프 역시 265.3%로 64.5%포인트나 하락했다. 지난해 말 기준 기본 자본 킥스 비율이 50%를 넘지 않는 곳도 흥국화재와 푸본현대생명 등 6곳에 달한다. 올 들어서도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3월 말 기준 KB라이프의 킥스 비율은 242.5% 수준이다.

이 원장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SK텔레콤 해킹 사고와 관련해 “제일 걱정되는 것들은 복제폰 같은 것을 만들어서 대출 등 금융거래를 일으키는 일”이라며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지난주 금융권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그는 “단순히 이제 휴대폰 인증 이외에 복합 인증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대형 금융거래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해놓았다”고 덧붙였다.


공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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