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강군 만들려면 경계서 훈련중심 전환 시급"

■‘강군의 조건’ 출간한 강건작 예비역 육군중장

군복무 경계작전에 집중 전투력 저하

기초군사훈련 5주서 12주로 늘려야

군의 정치개입도 전문성 훼손 요인

38년 봉직, 국방부 정책장교 등 역임

강군 위한 군체계 변화 고민 책에 담아

강건작 예비역 육군 중장이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훈련에 집중하는 군대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강건작 예비역 육군 중장이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훈련에 집중하는 군대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지금 우리나라 군대의 장병들은 군복무 대부분을 경계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북한 도발에 맞서기 위해 경계도 중요하지만 훈련 위주의 군대가 돼야 합니다.”

최근 ‘강군의 조건’이라는 책을 출간한 강건작 예비역 육군 중장은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입대 초기 5주간 받는 기초 군사훈련을 12주 이상으로 늘려 기초훈련만 받으면 추가적인 기본 훈련이 필요 없게 해야 한다”며 “우리 군대를 경계 작전이나 현행 작전에 집착하는 군대에서 훈련에 몰입하는 군대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군사관학교 45기 출신인 강 전 중장은 국방부 장관실 국방정책총괄장교와 육군참모총장실 정책과장을 역임하면서 한국 군사 체계의 문제점과 국방 정책의 현실을 인식했다고 한다. 특히 11보병사단에서 중대장을 역임할 당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젊은이들이 모인 우리나라 군대가 왜 세계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계급이 높아질수록 이 같은 고민에 대한 해법도 연구했다. 그는 “2023년 7월 전역할 때까지 38년간 군생활을 하면서 우리가 강군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며 어떤 부분에 변화를 줘야 하는지 고민하고 연구했다”면서 “이번에 내놓은 책은 오래전부터 구상했던 내용을 담은 것으로 3성 장성까지 군생활을 하면서 느낀 우리 군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나름대로 그에 대한 해법도 담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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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 중장이 제시한 강군의 조건을 큰 틀에서 보면 훈련 위주의 군대, 정치로부터 분리된 군대, 준비된 전시작전권 이양, 일본군 잔재 청산 등이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순수 상비군을 우리나라처럼 경계에만 투입하지는 않는다”며 “기초 군사훈련 강화로 신병들의 전투력을 향상시키면 현역 부대가 강해지고 이런 효과는 예비군으로도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강 전 중장은 제대로 훈련을 할 수 있는 별도의 훈련장 증설도 주장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훈련하는 것보다 인구가 적은 지역에 훈련장을 만들면 지역 주민과 군이 함께 상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건작 예비역 육군 중장이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로백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강건작 예비역 육군 중장이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로백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강 전 중장은 특히 정치로부터 분리된 군대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됐는데 그날 밤 나는 ‘왜 또 군이 다시 정치의 한복판에 등장하는가’라는 생각을 했다”며 “우리나라 근대사의 3분의 1이 군사정권이었는데 그동안 군의 정치 개입은 군의 전문성을 약화시키면서 국민들에게는 상처만 남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사정부 시절 군의 내부 역량이 함께 성장했다고 할 수 있는 증거는 많지 않다”며 “리비아와 짐바브웨·우간다·시리아·칠레·이라크·미얀마 등을 보면 군의 정치 개입이 군사 전문성을 훼손한 사례는 많다”고 말했다.

강 전 중장은 전작권에 대해서는 준비된 이양을 강조했다. 그는 “평시작전권과 전작권의 분리 구조가 한국군의 실질적인 지휘 능력을 약화시켰는데 미군 중심의 연합사 체제만 맹신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독자적인 작전 역량을 갖추는 게 정상적인 군대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충분히 준비된 상황을 만들고 전작권을 가져와 한국군이 모든 작전을 수립하고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군의 잔재를 청산하는 것도 강군이 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라는 게 강 전 중장의 지론이다. 군대 내 구타나 사적 제재, 집단 기합 문화의 뿌리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유산에서 기원했다는 점에서다. 그는 2014년 8월 발생했던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언급하면서 군대 내 괴롭힘과 사적 제재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이를 뿌리째 뽑으려면 병영 문화를 지속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전 중장은 “폭언과 가혹 행위 등 사적 제재는 기계적 복종을 낳고 이를 군기라고 착각하게 만들었다”며 “군기 확립이라는 명분으로 자행되는 불합리한 병영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강한 군대가 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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