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K배터리 삼총사, 美 ESS 증설로 보릿고개 넘는다

◆'전기차 캐즘' 돌파 총력전

LG엔솔만 1분기 흑자 전환 성공

삼성SDI·SK온은 분기 연속 적자

美 '중국산 고관세' 반사이익 노려

현지 생산거점 확보에 전력질주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전경. 사진 제공=LG엔솔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전경. 사진 제공=LG엔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적자 늪에 빠진 국내 배터리 3사가 올 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가속화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를 무기로 중국산 배터리를 강하게 견제하자 이를 발판삼아 중국 업체에 내준 시장 주도권을 가져온다는 전략이다. 국내 업체는 미국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내 ESS 생산라인을 확대하고 원가 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가 1분기 실적을 30일까지 공표한 가운데 영업이익을 기록한 곳은 LG엔솔 한 곳에 그쳤다. LG엔솔의 1분기 매출은 6조 265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2% 늘었고, 영업이익은 138.2% 급증하며 지난해 4분기 적자(-2255억 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배터리 시장이 여전히 캐즘에 갇혀 위축돼 있지만 LG엔솔이 조기에 미국 생산시설을 확보하며 보조금을 확보한 것이 흑자 전환에 기여했다. 1분기 LG엔솔이 미국 정부에서 받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보조금은 4577억 원에 달한다. 다만 이를 제외하면 83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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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에 비해 후발 주자인 삼성SDI와 SK온은 1분기 영업손실을 면치 못했다. 삼성SDI는 1분기 AMPC 보조금(1094억 원) 혜택에도 불구하고 4341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줄어든 전기차 수요에 따라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가 강도 높은 재고 조정에 나서면서 배터리 출하량도 줄어든 탓이다. SK온 역시 1분기 2993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708억 원의 AMPC 수혜를 받았지만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삼성SDI와 SK온 모두 지난해 4분기부터 2개 분기 연속 적자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 캐즘과 미국 관세 정책이 맞물리면서 2분기에도 어려운 경영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창실 LG엔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관세 등 정책에 따라 완성차 제조사들의 전반적인 재고 운영 기조 보수적으로 예상돼 전 분기 대비 일정 수준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SS 시장은 침체에 빠진 국내 배터리 업체에게 ‘탈출구’로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와 달리 ESS 배터리 시장은 신재생에너지 확산과 인공지능(AI) 산업 발전 등으로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ESS용 배터리 시장은 올해 300GWh에서 연 평균 7.7% 성장해 2035년 610GWh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 규모는 2030년 395억 달러(약 57조 8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정부의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견제가 강해지는 점도 국내 배터리 업체에게는 기회다. 중국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미국을 포함한 북미 ESS 배터리 시장을 장악했는데 고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면서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한국 배터리가 이를 대체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북미 ESS 배터리 수요 78GWh 가운데 CATL·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들의 물량은 68GWh로 87%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들어 상황은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중국산 ESS용 배터리에 155.9% 고율 관세를 매긴 데 이어 내년에는 173.4%로 추가 인상할 방침이다. 고율 관세가 매겨지면 중국산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국내 배터리 업체는 미국 현지 생산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판단 아래 ESS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LG엔솔은 미국 애리조나 ESS 공장 건설을 중단하는 대신 미시간 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공급망 재배치를 진행했다. 생산 라인 가동 시기는 올해 2분기로 당초 계획보다 1년가량 앞당겼다.

SK온도 미국 조지아주에서 운영 중인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중 일부를 ESS용 LFP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SDI도 미국 현지에 ESS용 배터리 생산 라인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부사장은 지난 25일 컨퍼런스콜에서 “ESS용 배터리는 미국 판매 비중이 높은 가운데 현재 미국 외에서 생산을 해서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관세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고객들과 잘 협의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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