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올해 1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공사비가 낮은 현장의 준공 시기가 도래하면서 원가율은 회복세를 보였지만, 동시에 신규 수주가 줄며 외형이 축소되는 ‘불황형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과 소형모듈원전(SMR) 등 해외 사업 확대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590억 원으로 전년 동기(3370억 원) 대비 약 5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조 5480억 원에서 3조 6200억 원으로 약 35% 줄었다. 반도체 판매 부진 등 여파에 삼성전자가 발주하는 하이테크 공사 물량이 줄어든 게 실적 하락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물산은 올해 하이테크 공사 수주 목표액을 6조 7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 낮춰 잡은 바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 준공과 하이테크 공사 물량 감소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도 1분기 영업이익이 2137억 원으로 약 15% 줄었다. 매출은 약 13% 감소한 7조 4556억 원이다. 1분기 기준 현대건설의 매출이 역성장한 건 2022년 이후 약 3년 만이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이 전년 대비 6% 감소한 30조 5000억 원에 그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건설사는 착공 후 공정률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이 실적에 반영된다. 올해 1분기 수주액 역시 9조 430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사비 급등기 착공한 현장이 순차적으로 준공되고 있어 수익성은 점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과 DL이앤씨는 수익성이 개선된 반면 매출은 뒷걸음질쳤다. 대우건설의 1분기 영업이익은 1513억 원으로 약 32% 증가했지만 매출은 약 17% 감소한 2조 767억 원에 그쳤다. DL이앤씨도 영업이익이 30% 이상 늘었지만 매출은 1조 8082억 원으로 약 4% 줄었다. GS건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 629억 원, 704억 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 2월 99.80에서 2023년 2월 127.16으로 3년 새 약 27%나 뛰었다. 이 기간 수주한 현장은 급등한 자잿값을 온전히 공사비에 반영하지 못하고 일부를 건설사가 떠안으면서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됐다. 이후 자잿값 상승 폭이 둔화되고 공사비 현실화가 이뤄지면서 원가율도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DL이앤씨의 주택사업부문 원가율은 지난해 1분기 93%에서 올해 1분기 90%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도 93.8%에서 93.1%로 하락했다. 2023년 건설사 평균 원가율은 80%대다.
이에 건설사들은 수주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수주가 줄어 매출이 감소하면 중장기적으로 영업이익 하락이 불가피한데다 부채비율이 증가하면서 비용 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1~4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을 비롯해 정비사업에서 총 5조 원의 수주액을 확보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올 하반기에 여의도·압구정·성수 등 굵직한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이 예정돼있는 만큼 경쟁사들도 적극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서는 SMR과 도시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2월 미국 SMR 개발업체 홀텍과 손잡고 미시간주에 300㎿급 SMR 2기 건설을 추진 중이다. 미 정부의 인허가 과정 등을 거쳐 계획대로 연말께 착공하면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 SMR을 건설하는 첫 사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