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후반까지 떨어져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미중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강한 달러 매도 심리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3일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협상으로의 전환에 원화가 민감하게 반응한 영향"이라며 “앞으로 어떤 협상 내용이 나오는 가에 따라 환율 하단을 더 열어둘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새벽 2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9.50원 급락한 140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야간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기대감을 반영하며 1390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위안화 가치 절상 영향에 새벽장 한 때 1391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저가 기준 환율이 1300원대를 가리킨 건 비상계엄 전날인 2024년 12월 2일 이후 이날이 처음이다.
외환 당국 관계자 역시 “미중 관세 관련 대화 진전에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가 커진 것 같다”면서 “미중 관세 영향에 한국과 동일한 영향은 받는 대만 달러도 절상한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전날 달러화 대비 대만 달러 환율은 30.81대만 달러까지 급락(대만 달러 절상)했는데 이는 2024년 1월 2일 이후 최저치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무역에 대해 만나서 대화하길 원하고 있으며, 관련 논의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미국 측은 최근 관련 부서를 통해 여러 차례 중국 측에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보내와 중국과 대화하기를 희망했다"면서 "이에 대해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연휴를 앞두고 달러에 대한 롱포지션을 스탑(달러 손절매도)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다는 딜러들의 분석이 나왔다. 서울 외환시장 관계자는 “연휴 앞두고 달러 매수에 대한 포지션 정리가 일어난 것 같고 달러 약세와 더불어 아시아 통화가치가 크게 오른 영향이 맞물렸다”고 말했다.
전날 전체 거래에서 환율 장중 고점은 1440.0원, 저점은 1391.5원을 기록했다. 변동 폭만 48.50원에 이르는데 2020년 3월 19일(49.90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하향 안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극단으로 치달아 가던 글로벌 무역 갈등이 돌파구를 찾아가면 원화도 빠르게 절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외환 시장 전문가는 “변동성 장이 이어질 여지는 있지만 올해 안에 1300원대로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