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김문수 후보가 3일 확정됐습니다. 앞서 <한동훈이 최종 후보 될라…국힘, 한덕수로 ‘후단협’ 가동>기사에서 한동훈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될 경우 ‘한덕수 후단협’이 적극적으로 가동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한덕수 단일화는 최종후보 한동훈을 견제하기 위한 친윤의 ‘보험’이었다는 논리였습니다.
반대로 경선기간 한덕수 예비후보와 단일화에 긍정적이었던 김문수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되면 단일화는 오히려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예상대로입니다. 김 후보는 단일화를 서두르자는 친윤 의원들에게 “국민의힘이 한덕수 당이냐"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친윤들은 김 후보를 겨냥해 “사기꾼”이라며 성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이 한덕수 당이냐”
전략적 단일화가 성공하기 위해선 지지 기반이 겹치지 않고, 지지층의 70% 이상이 단일 후보로 이동하고, 단일 후보가 상대를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말해 김문수-한덕수 단일화는 승리의 충분조건을 충족하는 단일화가 아닙니다.
물리적으로도 남는 장사가 아닙니다. 전 재산(10억 원)의 30%를 경선 기탁금(1회 경선 마다 1억 원씩, 3억 납부)으로 내고 최종 후보가 된 김 후보로서는 한덕수 후보와 시너지를 낼 만한 요소가 사실 전무한 상황입니다. 다른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후보 등록을 위해 무소속 한덕수 후보는 자기돈 3억 원을 납부해야 합니다. 후보 등록 후에는 캠프유지 비용도 자기돈을 써야 합니다. 후원을 받을 수도 있지만 무소속 후보로서 국민의힘의 지원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국민의힘이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 일시를 특정하지 않고 8~11일, 10~11일로 공지한 이유입니다. 김문수 후보가 최종 후보로 확정될 경우 돈도 조직도 시간도 없는 한덕수 후보가 후보등록까지 마치고 단일화에 나설 수 있겠냐는 불안감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를 마쳐 ‘기호2번 한덕수’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동훈 후보였다면 윤 전 대통령 배신자라며 당 대표직에서 축출했을 때처럼 밀어붙일 수도 있었지만 김문수 후보는 개인 역량에서도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도 몰아낼 구실이 만만치 않다는 게 친윤들의 속앓이 입니다.
집권여당 내내 비대위…이러다 대선도 ‘비상’
그런데도 6일 김문수 후보 입장문을 보니 김 후보도 쫓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당 대통령 후보를 어떻게 쫓아낼 수 있냐구요. 국민의힘은 집권 기간 내내 이준석 당 대표, 한동훈 당 대표를 모두 쫓아냈습니다. 김기현 당 대표는 윤심을 얻어 낮은 인지도에서도 불구하고 당 대표직에 올랐다가 하루아침에 쫓겨난 바 있습니다.
2022년 7월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텔레그램 대화에 ‘체리따봉’이 공개됐고, 이 대화에서 윤 전 대통령은 이준석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멸시했습니다. 김기현 대표는 대표직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대표직을 버린 김기현 대표를 향해 윤 전 대통령은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한동훈 대표는 국회에 난입한 무장한 군인들을 막았다는 이유로 대표직에서 축출됐습니다. 집권 기간 내내 여당 대표가 대통령 마음에 들지 않으면 축출되는 ‘정치’의 실종 기간이 계속됐던 겁니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됐으니 그 영향력이 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난 3일 대선후보 확정 뒤 친윤들의 일사분란한 후보 단일화 요구에 이준석, 김기현, 한동훈 전직 당 대표 얼굴들이 하나 씩 떠오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윤심은 처음부터 한덕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기현 대표가 당 대표직에 오를 때도 비슷했습니다. 이번엔 당 대표가 아닌 대선 후보라는 차이점이 있을 뿐입니다.
아래는 이날 오전 발표된 김문수 후보의 입장문입니다.
대선은 모르겠고 “살아남아야 한다”
대선 후보까지 한덕수 후보로 교체한다면 실제 친윤과 윤 전 대통령에게 남는 이득이 있어야 합니다. 일각에선 한덕수 단일화가 보수를 재건시킬 적임자라고 치켜세우지만 지지율을 보면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와 큰 차이도 없는 형편입니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6일 발표한 결과 김문수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이재명 후보 49%, 김 후보 33%, 이준석 후보 9%로 나타났고, 한덕수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엔 이재명 후보 49%, 한 후보 36%, 이준석 후보 6%였습니다. (휴대전화(가상번호) 면접 조사 방식·응답률은 14.9%·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그런데도 한덕수가 유일 카드인냥 자기당 경선을 거쳐 선출된 김문수 후보의 당선증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내려오라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한덕수 후보에게 씌워진 ‘내란 혐의피의자’탓이 큽니다. 실제 한 후보는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 및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회피 등 다수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자연인 한덕수와 대선후보 한덕수는 위치가 달라질 것입니다. 대선에서 지더라도 낙선한 후보를 사법처리하려 할 경우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이 강해져 정권의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대선은 모르겠고’ 대선에 나가야 살아 남을 수 있는 것입니다. 윤 전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를 사법적으로 처리하려고 해도 성공할 수 없었던 이유와 같습니다.
한덕수 후보뿐이 아닙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 전 대통령도 살 수 있습니다. 세간에 한 후보의 출마를 ‘윤석열 대신 출마하는 것’이라는 프레임이 확산되는 이유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윤이 살아남기 위한 단 하나의 전략 ‘한덕수 카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