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단일화 진흙탕 싸움, 원칙·약속 어기면서 표 달라고 할 수 있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자신의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단일화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자신의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단일화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의 단일화를 둘러싸고 두 후보, 당 지도부 등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 후보는 8일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 주 방송 토론을 거쳐 목·금요일(15~16일)에 여론조사를 해서 단일화하자”고 제안했다.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전에 단일화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와 한 후보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틀 안에 반드시 단일화를 성사시켜 반전의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며 김 후보를 압박했다. 이날 법원에서는 김 후보 측이 당 지도부를 상대로 낸 ‘전당대회·전국위원회 개최 중단’ 등의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이 열려 양측의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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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와 당 지도부는 상대를 비난하며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를 겨냥해 “강제 후보 단일화라는 미명으로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 떼라”며 “반민주적이고 강압적인 폭거를 막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인신공격에 가까운 말로 김 후보를 맹비난했다. 한 후보는 “‘왜 한덕수가 후보로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말 기본적 예의도 없는 것”이라고 김 후보를 공격했다. 이날 오후 2차 담판을 가진 두 후보는 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한 후보가 “(단일화를) 1주일 연기하자고 한 것은 결국 하기 싫다는 말씀과 같이 느껴진다”고 말하자 김 후보는 “왜 뒤늦게 나타나 청구서를 내미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김 후보와 한 후보가 단일화 시기 등의 입장 차이를 끝내 좁히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 없이 선거를 치러야 하는 처지에 내몰릴 수도 있다. 꼴사나운 내분 탓에 두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는 정당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하고 김 후보는 ‘신속한 후보 단일화’ 약속을 뒤집으면서 어떻게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는가. 정권 재창출을 바란다면 김 후보와 한 후보, 당 지도부는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단일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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