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낮췄다. 무디스가 108년간 유지해온 미국의 최고 등급 지위를 박탈한 것은 급증하는 국가부채 때문이다. 미국은 연간 재정 적자가 2조 달러에 육박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지난해 기준 123%에 달했다. 무디스는 미국의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이 지난해 6.4%에서 10년 뒤 9%로 치솟을 것이라며 “미국의 경제적 강점도 재정 지표 하락을 완전히 상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 등 다른 신용평가사들도 재정 문제를 들어 2011·2023년에 각각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춘 적이 있다.
급증하는 나랏빚은 국가 경제의 대외 신인도에 치명적 악재가 된다. 등급 강등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 비용 증가와 외국인 자금 유출, 금융 불안 등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이 된다.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 한국의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은 지난해 기준 4.1%로 미국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정부의 ‘재정준칙’ 기준인 3%를 5년 연속 웃돌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올해 54.5%로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넘어서고 5년 뒤에는 6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도 6·3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재정 악화를 초래하는 선심성 ‘퍼주기’ 공약들을 남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8일 TV 토론에서 “곧바로 가능한 범위에서 추경을 해 서민·내수 경제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방안을 언급했다.
대선 후 출범하는 새 정부가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신중한 논의 끝에 적정 규모의 추가 추경 편성을 검토할 수는 있다. 하지만 13조 8000억 원 규모의 추경이 이달 1일 국회를 통과하기가 무섭게 조기 대선 과정부터 추가 추경 카드를 꺼내는 것은 선거용 선심 정책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무분별한 추경에 따른 재정 악화 등 부작용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피치는 한국을 겨냥해 “국가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면 신용등급 여력이 축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겠다는 대선 후보들은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돈 풀기 공약을 내놓는 것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