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송전선로 31곳 중 26곳 건설 지연…"AI 첨단산업 걸림돌"

■대한상의 국가전력망확충 세미나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 느는데

주민 반대에 13년간 미뤄지기도

발전소 놀리느라 年7000억 손실

지역별 전기료 차등 등 대안 시급

국내 최장기 송전망 지연 사업인 충남 북당진~신탕정 345㎸ 송전선로. 사진제공=충남도국내 최장기 송전망 지연 사업인 충남 북당진~신탕정 345㎸ 송전선로. 사진제공=충남도




국내 주요 송전선로 31곳 가운데 26곳의 건설이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전환으로 전력수요는 계속 증가하는데 발전소를 만들어도 제때 전기를 보낼 수 없는 것이다. 지방에 전기요금을 낮춰 공장 이전을 유도하거나 송전망 건설을 민간에 맡기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자원경제학회가 2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AI 시대에 맞는 국가 전력망 확충 세미나’에 참석한 업계·학계 전문가들은 전력망의 적기 확충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2022년 460TWh(테라와트시)에서 2026년에는 최대 1050TWh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 역시 AI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와 반도체 같은 전기 소모량이 많은 첨단산업 발전에 따라 전력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발전소 확충이 꾸준히 증가하지만 정작 만든 전기를 보낼 전력망 구축은 늦어지고 있다.





한국전력(015760)에 따르면 주요 송전선로 31곳 중 26곳이 주민 반대와 인허가 지연으로 준공일이 연기됐다. 대표적인 지연 사례가 서해안에서 만든 전력을 충청남도 당진과 아산을 거쳐 수도권 남부로 보내는 ‘북당진~신탕정’ 송전망이다. 한전은 애초 2003년 공사를 시작해 2012년 6월 준공할 계획이었지만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소송전에 휘말려 지난해 12월에야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 지연된 기간은 무려 150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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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화력과 송산을 잇는 전력망도 2021년 6월 마무리됐어야 했지만 현재 상태로는 90개월 지연된 2028년 12월 준공될 예정이고, 동해안과 수도권을 잇는 전력망도 82개월이 늦춰졌다. 서철수 한전 전력계통 부사장은 “6년의 협의 끝에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주변 79개 마을에 대한 주민 동의 절차를 100% 완료했으나 아직도 일부 지자체에서 전력설비 건설 인허가를 내주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발전소를 건설해놓고도 발전을 못 하는 전력이 동해안 지역 최대 7GW(기가와트), 서해안 3.2GW 등 10.2GW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기 사용량이 가장 많은 여름철 서울시의 최대 전력수요와 맞먹는 규모이자 국내 반도체 공장의 전기 사용량의 2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운호 민간발전협회 부회장은 “전력망 부족으로 발전설비가 가동되지 못해 민간 발전사들이 연간 6000억~7000억 원씩 손실을 보고 있다”며 “재무 상황이 악화하는 민간 발전사들은 전력망에 생존이 걸려 있다”고 설명했다.

각국이 AI 인프라 확산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가운데 전력망 부족으로 한국 AI 산업이 뒤처지는 상황을 막으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자원경제학회장인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국가 전력망 확충은 경제 발전과 산업 경쟁력 문제”라며 “전력망 건설 지연에 따른 사회적 손실을 줄이고 강건한 전력망 구축으로 산업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송전선 인근 지자체와 주민의 협력을 이끌 수 있도록 전력망특별법 하위 법령에 인센티브 방안을 담거나 독일과 영국·네덜란드처럼 전력망 건설에 협조한 토지 소유자에게 보상금을 추가 지급하는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기가 남는 지방에 공장 등 수요처를 유치할 수 있도록 지역별 전기료를 차등화하고 송전망 건설을 민간에 맡겨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제안됐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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