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구리 수입가격이 국제 지표인 런던금속거래소(LME) 가격보다 높아지는 일명 ‘상하이 프리미엄’이 커지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리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뒤 미국 제조 업체들이 사재기에 나섰고 세계 최대 구리 소비국인 중국은 물량 부족에 직면한 탓이다. 일각에서는 ‘경기 바로미터인 닥터 코퍼(Doctor Copper·구리를 지칭)가 졸지에 관세 인플레이션의 지표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구리 현물 수입가격은 LME 가격보다 톤당 90달러가량 높은 프리미엄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약 1년 5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중국 실수요자들이 할증을 감수하면서 구리 확보에 나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에 따른 실수요가 아닌 재고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중국 상하이선물거래소(SHFE)의 구리 재고는 5월 초까지 2개월간 70%가량 급감했다. 중국 내 구리가 미국으로 대량 유출되면서 재고가 소진됐고, 중국 업체들이 높은 가격을 부담하면서 구리를 사들이게 됐다는 것이다.
상하이 프리미엄을 촉발한 주범으로 미국의 구리 관세가 지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2월 구리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상무부에 실태 조사를 지시했다. 이후 미국에서는 관세 발효 전 구리를 미리 확보하려는 기업과 트레이더들의 수요가 폭증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구리 재고는 21일 기준 약 17만 3000쇼트톤(약 15만 7000톤)으로 6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차익 거래를 노린 움직임도 포착된다. 통상 LME와 COMEX 간 구리 가격 차이는 톤당 100달러 이내지만 올해 들어 미국이 1000달러 이상 높은 경우가 빈번해졌다. 문제는 상하이 프리미엄에 따른 비용 부담이 중국을 넘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중국은 전 세계 정제 구리 소비의 약 60%를 차지하며 구리 전선은 중국이 수출하는 전기차와 가전제품의 핵심 부품이다. 구리 시장 유통 왜곡은 국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즈호은행 산업조사부의 사토 다카히로 수석애널리스트는 “구리는 다양한 품목에 활용되는 만큼 소비자물가나 기업물가 상승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닛케이는 “구리는 광범위한 산업에 사용되는 경기의 바로미터여서 ‘닥터 코퍼’로도 불린다”며 “그러나 당분간은 경기가 아닌 관세가 가져오는 비용 상승의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