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동십자각] 공약집도 없는 대선, 보이지 않는 5년

유민환 산업부 차장


국가의 미래를 결정지을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각 후보의 정책 로드맵이 담긴 공약집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책 대결로 선거가 이뤄진 적이 없다지만 이건 너무하다 싶다. 투표는 20일 해외 거주 및 체류자를 대상으로 재외국민 투표가 이뤄지면서 이미 시작됐다. 사전투표는 29~30일 치러진다. 양당이 빨라야 27일 공약집을 낸다 하니 공약집 한 번 못 보고 투표장에 갈 유권자들이 부지기수일 게다.

‘깜깜이’ 선거는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가 일어났을 때부터 우려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 결정될 때까지 넉 달간 사회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거리는 분열된 찬탄·반탄 집회로 어수선했고 탄핵은 모든 정치·경제·사회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탄핵이 결정된 후에도 국가 어젠다에 대한 논의와 토론은 이뤄지지 못했다. 대선까지 겨우 두 달인데, 국민의힘은 후보를 내는 데만 절반을 썼다. 경선으로 뽑은 김문수 후보의 자격을 취소하고 한덕수 전 총리를 입당시켜 재선출했다가 또다시 뒤집는 정당사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거듭된 내홍에 공약 마련은 뒷전으로 밀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를 일찌감치 후보로 선출했지만 정책 선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부자 몸조심’일까, 앞서 나가는 상황에서 굳이 비판과 검증을 불러올 일을 만들지 않는 듯 보인다. 상법 개정안, 주4.5일제, 노란봉투법 등 이재명 후보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들은 모두 휘발성이 강해 더욱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TV 토론에서 짧게 언급되는 정도가 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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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도 구성이 부실하기는 매한가지다. 인공지능(AI)과 K콘텐츠·K방산 육성, 세종 행정수도 완성,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확장 등 공약은 화려한데 재원 조달 방안은 한 줄 정도다. 이재명 후보는 재정 지출 구조조정과 2025~2030년 총수입 증가분으로 충당 가능하다고 썼다. 김 후보는 국비, 민자 유치, 기업 투자 유치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중복 예산 절감, 예산 내 재배치 등을 내세웠다. 공약 실현에 얼마가 들지, 또 현행 세수로 가능할지 전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국가의 성장 엔진이 꺼져간다는 얘기를 들은 지 오래다. 실제 한국 경제는 1분기 마이너스 성장(-0.2%)을 기록했다. 앞으로 5년은 그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울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유권자들은 후보가 어떤 비전과 정책으로 국가를 이끌어가겠다는 건지 모른 채 선택에 내몰리고 있다. 저출생 대책, 글로벌 관세 대응책, 위기의 철강·건설·화학 산업 활성화 방안 등은 공약집에 담겨 있을까. 공약집의 발간 기한을 정한 법 규정이 없다 하니 언젠가는 선거가 끝나고 공약집이 나오는 날도 올지 모르겠다.





유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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