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미국 공장 증설에 맞춰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타이어 딜러사를 대상으로 직접 영업 활동에 나서며 판매처 확대에 박차를 가해 미국의 관세 장벽을 돌파한다는 구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최근 미국 1~2위 타이어 소매업체인 디스카운트 타이어(Discount tire) 관계자들을 한국에 초청해 주요 제품의 성능과 기술 경쟁력을 홍보했다. 미국 40개 주에서 1000곳 넘는 타이어 매장을 운영하는 디스카운트 타이어의 구매·기술 담당자들은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그룹 본사 테크노플렉스와 대전 중앙연구소, 아시아 최대 주행시험장인 충남 태안 한국테크노링 등을 찾았다.
미측 인사들의 초청과 국내 일정은 조 회장이 진두지휘했다. 그는 한국타이어 곳곳을 둘러본 디스카운트 타이어 관계자들과 만찬도 함께하며 미국내 판매 확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판매처 임직원을 최고경영자(CEO)가 일일이 챙기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 이라며 "미국 관세 부과와 현지 공장 증설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 조 회장이 직접 팔을 걷어부친 셈” 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조 회장은 미국의 25% 관세에도 판매 성장과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내년까지 미국 테네시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을 550만 본에서 1100만 본으로 2배 늘릴 방침이다. 공장 증설에는 2조 1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해 관세 회피 효과를 성공적으로 실현하려면 미국 현지 판매를 충분히 늘려 공장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
조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미국 공장 증설에 따른 생산량 증대분을 판매로 연결할 구체적 방안을 요구하면서 실행 여부를 면밀히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불확실성 증대로 모두가 두렵고 움츠러들 때가 변화를 주도할 최적의 타이밍” 이라며 “실행과 성과 도출을 중심으로 업무를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한국타이어는 그간 생산 확대와 판매 증대의 선순환을 이끌어 비약적 성장을 거듭했다. 한국타이어는 국내 두번째 공장인 금산공장(1997년)과 중국 가흥·강소 공장(1999년), 헝가리 마칼라시 공장(2008년)을 잇따라 준공하면서 1996년 1조원대였던 매출이 2012년 7조원대로 급증했으며, 중국 중경과 인도네시아 공장(2013년), 미 테네시 공장(2017년) 준공을 거쳐 지난해 매출이 9조 4119억 원으로 뛰어 올랐다. 영업이익 역시 1996년 945억 원에서 2012년 9129억 원으로 치솟았고 작년에는 1조 7622억 원에 달했다.
한국타이어그룹 관계자는 “미국의 고율 관세와 타이어 원자재값 상승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크지만 오너 CEO의 책임 경영 의지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