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는 선거운동 기간 차분한 기조의 비공개 일정을 이어가며 당선에 힘을 보탰다. 전국의 사찰과 교회·성당을 훑으면서 부부 동반 유세는 나서지 않았다. 선거 기간 기조였던 ‘조용한 내조’는 이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1966년 서울에서 삼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김 여사 부친의 고향은 충북 충주라 이 대통령은 자신을 “충주의 사위”라고 소개해왔다. 김 여사는 서울 선화예고를 거쳐 숙명여대 피아노과에 입학했다.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한 유학을 앞둔 1990년 변호사 사무실을 막 개업한 이 대통령과 소개팅으로 만났다. 이 대통령은 첫눈에 반했고 네 번째 만남만에 청혼했다. 김 여사는 확답을 주지 않다가 이 대통령이 건넨 어린 시절부터 써온 일기장에 마음을 열었고 둘은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했다. 김 여사는 계획된 유학도 포기했고 연년생 아들 둘을 낳고 전업주부로 살아갔다.
이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로 시민운동에 전념하던 때에 살림은 오롯이 김 여사 몫이었다. 김 여사는 남편에게 “언제 들어 오냐”면서 울며 전화하고 부부 싸움도 잦았다고 한 인터뷰에서 회상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이 대통령이 2006년 성남시장 선거에 나설 때 이혼 얘기까지 꺼내며 정치에 반대했지만 그 뜻을 꺾을 수 없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도 나섰다 낙선했고 삼수 끝에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김 여사는 “남편한테 ‘나부터 설득시키라’고 한다”며 ‘기본소득’ 공약 등 정책적 조언을 가감 없이 한다고 밝힌 적도 있다.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기간 이 대통령과 지방 일정에 동행하거나 TV 예능에 출연하며 ‘정치적 동반자’ 역할에 임했다.
김 여사가 공개 행보를 멈춘 것은 2018년 4월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 과정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등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트위터 계정이 김 여사 소유라는 ‘혜경궁 김씨’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무혐의 처분을 받고 2021년 이 대통령이 다시 대선에 도전하자 적극적으로 지원 유세를 펼쳤다. 이후 법인카드 유용 논란이 일자 다시 ‘로키(Low-Key)’ 행보를 이어갔다. 김 여사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1·2심 모두 벌금 150만 원을 선고 받은 뒤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상태다.
이 대통령은 대선 국면에서 아내에 대한 애정을 지속적으로 드러내왔다. 대선 전날인 2일에는 정치를 하는 자신으로 인해 “검찰이 죄 없는 자녀들과 특히 아내까지 모욕하고 고통을 줬다.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아내가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고 국회로 이동하며 유튜브 라이브를 했다는 사실을 자주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