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팬덤 파워 크다"…‘크리에이터 창업’에 꽂힌 AC업계

프라이머, 크리에이터 창업자 육성 프로그램 도입

강력한 팬덤으로 초기 수요 만들고 반복 매출 만들어

미스터비스트, 1년 만에 7조원 기업 가치 도달

투자 혹한기에 '투자 건너뛰기'까지 AC 활로 모색 절실

4억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미스터비스트(MrBeast)’가 자신이 만든 초콜릿 브랜드 피스터블(Feastable)을 직접 홍보하는 영상을 통해 초콜릿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피스터블의 매출은 2억5100만 달러(약 3413억원)에 달했다. /유튜브 미스터비스트 영상 갈무리4억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미스터비스트(MrBeast)’가 자신이 만든 초콜릿 브랜드 피스터블(Feastable)을 직접 홍보하는 영상을 통해 초콜릿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피스터블의 매출은 2억5100만 달러(약 3413억원)에 달했다. /유튜브 미스터비스트 영상 갈무리





국내 대표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가 최근 초기 창업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배치(Batch) 프로그램 모집에서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튜브, 틱톡 등 소셜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를 창업자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한 것이다. 강력한 팬덤을 초기 수요 고객으로 삼아 빠르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이십대 크리에이터 출신 설은서 파트너를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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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투자 업계에 따르면 투자 회수 불확실성과 자금 경색 등 장기화된 투자 혹한기에 크리에이터 기반 창업이 새로운 탈출구로 부상하고 있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는 서울경제신문에 “크리에이터 기반 창업은 팬층을 초기 수요 고객으로 확보한 상태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최근에는 AI 기술을 접목해 소수 인력만으로도 빠르게 고성장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짚었다. 기존 스타트업이 시장 검증에만 수년을 쓰는 데 비해 크리에이터 창업의 경우 검증된 팬덤을 기반으로 빠르게 연간반복매출(ARR)을 만들어낼 수 있다. 크리에이터 창업가의 빠른 스케일업 사례로는 유튜버 '미스터비스트(MrBeast)’가 꼽힌다. 미스터비스트는 2023년 말 지주회사인 비스트 인더스트리즈를 설립했다. 스낵브랜드, 버거 프랜차이즈, 게임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5억 달러, 브랜드들의 기업 가치는 50억 달러에 달한다. 창업 1년 만에 이룩한 성과다. 이 같은 모델을 국내에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관계자는 “국내에 액셀러레이터가 500곳에 달하다 보니 딥테크 분야를 넘어 투자 분야가 다각화하는 추세”라며 “패션, 푸드, 뷰티 등 수익성과 생존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관심도가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스터비스트의 이름을 딴 초콜릿 바 /유튜브 미스터비스트 영상 갈무리미스터비스트의 이름을 딴 초콜릿 바 /유튜브 미스터비스트 영상 갈무리


이 같은 활로 모색에는 창업자 발굴과 회수 양쪽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액셀러레이터의 고민이 담겨 있다. 국내 액셀러레이터의 연간 총 투자금액이 2022년 9329억 원에서 2023년 6671억 원으로 28% 감소했다. 투자 호황기 때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늘며 액셀러레이터가 늘어난 상황에서 투자 혹한기가 길어지면서 투자재원 확보는 물론 투자금 회수를 위한 M&A나 기업공개(IPO) 시장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창업자들 사이에서는 ‘투자 건너뛰기’ 흐름도 확산하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제품 개발과 서비스 출시 장벽이 대폭 낮아지다 보니 외부 투자 없이 창업해 자체 매출을 통해 성장하는 ‘씨드 스트래핑(seed-strapping)’ 방식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됐다. 기존에 씨드 투자를 받고 차근차근 투자 단계를 밟아 유니콘이 되는 공식이 깨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많은 틱톡 기반 소비자 직거래(D2C) 화장품 브랜드가 투자 없이 초기 수익을 낸 후 역으로 투자 제안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원대로 윌트벤처빌더 대표는 “상위 10~20%의 액셀러레이터를 제외하면 대다수는 정부 프로그램 의존도가 높아 자구책 마련도 쉽지 않은 상태”라며 “액셀러레이터 스스로도 기존의 투자 모델을 전환할 필요성에 직면하고 있다”고 짚었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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