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레버리지, 인버스를 비롯해 옵션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등 고수익 상품이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윌리엄 린드 그래닛셰어즈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고수익 전략 기반 ETF가 대중적인 투자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아시아 최대 ETF 행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일본 ETF 컨퍼런스’에 참석해보니 레버리지나 인버스 ETF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면서 “투자자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고위험·고수익 구조의 상품들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미중 무역전쟁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이 손실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당 상품들이 각광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맞춰 그래닛셰어즈는 하락장에 대비하는 옵션 기반 상품인 일드부스트(YieldBOOST) ETF를 시장에 선보였다. 해당 상품은 커버드콜 ETF와 유사하지만 하락장에 대비한 옵션을 포함해 손실을 막을 수 있도록 설계돼 변동성이 큰 증시에서 개인이 헤지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린드 CEO는 “개인 투자자들이 변동성을 헤지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수단이 ETF”라고 평가했다. 현재 그래닛셰어즈의 일드부스트 ETF는 총 5개로 연내 추가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2016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그래닛셰어즈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로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엔비디아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그래닛셰어즈 2X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GraniteShares 2X Long NVDA Daily ETF·NVDL)’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인기몰이를 하며 이달 5일 기준 보관금액 약 6억 4038만 달러(8719억 원)로 상위 2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운용자산(AUM)은 약 106억 달러 규모다.
린드 CEO는 올 하반기에는 시장 변동성이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정부가 관세를 둘러싼 무역전쟁에서 규제 완화, 세제 개혁 관련 정책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최근 몇 주간 일부 관세 부과가 연기되거나 관세율이 완화되면서 시장 변동성도 줄어들고 있다”며 “이는 시장이 ‘무역전쟁’이라는 변수를 극복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린드 CEO는 ETF에 대해 “개인 투자자 손실 위험을 줄이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가장 좋은 도구”라고 예찬론을 펼쳤다.
앞으로 시장을 이끌 주요 테마로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을 비롯해 가상자산, 로보틱스, 양자컴퓨터 등을 꼽았다. 그는 “AI는 1990년대 닷컴 버블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트렌드”라며 “양자컴퓨터, 로보틱스, 전기차 같은 분야도 함께 떠오르고 있으며 이 테마들은 모두 일정 부분 상호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조선, 방산 분야 역시 해당 테마와 접목될 수 있다고 봤다. 린드 CEO는 “조선과 방산 분야에는 고급 제조 역량이 요구되기 때문에 로보틱스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도화된 공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 및 방산 기반 ETF 출시 여부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는 “자산운용사의 역할은 세계적으로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주요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라며 “당장 상품을 출시할 예정은 아니지만 방산의 경우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매우 인기 있는 테마로 검토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ETF의 경우 가상자산 자체를 추종하기 보다 관련 기업을 기반으로 한 ETF를 먼저 선보이며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닛셰어즈 역시 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ETF를 통해 우회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린드 CEO는 한국에 대해 자본시장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중요도가 높은 전략적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 투자자들은 테슬라,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대형 기술주와 고수익 상품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다. 하지만 한국의 규제 환경으로 인해 그래닛셰어즈가 직접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입장이다. 그는 “직접적인 한국 시장 진출은 높은 규제 장벽이 걸림돌”이라며 “외국계 운용사의 경우 한국에 ETF를 직접 상장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현재는 토스증권 등 국내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린드 CEO는 이달 6일 열린 토스증권의 ‘인베스터스25’에 강연자로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세션에는 전국 각지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부산에서 온 정하진(27)씨는 “린드 CEO의 강연을 듣기 위해 6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왔다”며 “투자에 적극적인 한국 투자자들의 성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