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볼보자동차 신형 XC90·S90 출시 행사. 무대에 오른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이사는 두 차량을 공개하기에 앞서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볼보자동차의 ‘세이프티 센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2000년 설립된 세이프티 센터는 실제 도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고 상황을 재현해 차량 안전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활용된다. 매년 260대의 차량이 극한의 충돌 테스트에 투입된다는 설명이다. 80미터 넘는 2개 트랙 위에서는 최고 시속 120㎞로 달리는 차량이 정면·측면·후면 충돌 등을 반복하고 이를 분석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이 대표는 “볼보자동차는 단순히 차량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지키는 기술을 만든다”며 “세이프티 센터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조사팀을 함께 꾸려 지난 55년 간 수많은 사건·사고 데이터를 가지고 탑승객을 보호하는 차량을 설계·개발했다”고 말했다.
가족 안전 책임지는 ‘프리미엄 패밀리카’
볼보자동차의 플래그십 라인업인 XC90과 S90은 볼보의 안전 철학·기술을 집약한 대표 모델로 꼽힌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C90은 2002년 영국에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단 1건의 사망 사고도 내지 않은 ‘안전의 대명사’로 잘 알려져 있다.
새롭게 출시된 XC90과 S90은 한층 강화된 안전 기술로 차량 내 모든 탑승자를 보호한다. 차량 주변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강철 중 하나인 보론강(초고강도 강철)으로 제작된 안전 케이지로 둘러싸여 있다. ‘측면 충돌 보호 시스템’은 측면 충돌에 따른 충격을 차량의 넓은 영역으로 분산해 피해를 최소화한다. 차량 전복 시에는 안전 벨크가 조여지고 커튼형 에어백이 팽창 상태를 유지해 추가적인 부상을 방지한다.
두 차량에는 사고를 사전에 피할 수 있는 ‘안전 공간 기술’도 기본으로 탑재된다. 레이더와 카메라, 초음파 센서로 도로 위 위험 요소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기술로 파일럿 어시스트, 차선유지보조, 반대차선 접근차량 충돌 회피, 사각지대 경보·조향 어시스트 등이 운전자를 지원한다. 새로워진 360도 카메라는 운전자가 볼 수 없는 사각지대를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여준다.
움직이는 거실…영화·유튜브 보고 네이버 검색도
내외부 디자인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차량 전면부 그릴로 브랜드 최초로 사선 형태의 패턴이 적용됐다. 볼보자동차를 상징하는 토로 망치 형태의 헤드라이트와 조화를 이뤄 정체성과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느낌을 받는다. 전면부 그릴은 브라이트(Bright) 또는 다크(Dark) 2가지 테마에 따라 크롬이나 블랙 하이글로시로 마감 처리해 견고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정승원 볼보자동차코리아 프로덕트 매니저는 “토르의 망치 형태의 헤드라이트는 망치의 날이 갈라진 듯한 분리형 데이라이트 패턴으로 조형미와 기능성을 동시에 갖췄다”며 “그릴 라인과 빛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차량 내부는 다양한 소재와 따뜻한 느낌의 조명으로 안락한 거실을 연상케 한다. 수평적인 형태의 대시보드에는 부드러운 직물과 나무 소재를 적용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한다. 차량 내부를 은은하게 비추는 엠비언트 라이트, 온 몸을 감싸는 최고급 나파 가죽 소재의 시트, 넉넉한 실내 공간이 더해지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차량 편의성도 강화했다. 한국 시장을 위해 T맵 모빌리티와 공동 개발한 ‘볼보 카 UX’가 새롭게 탑재되면서다. 새로운 UX는 기존 모델보다 2배 빠른 응답성을 갖춘 퀄컴의 차세대 스냅드래곤 콕핏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또 픽셀 밀도를 21% 높이고 11.2인치 독립형 센터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시인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김정수 볼보자동차코리아 선임연구원은 “화면에서 최근 사용한 애플리케이션, 음성 인식 등 모든 버튼을 단 한 번의 터치로 이용할 수 있다”며 “주행 중 터치 횟수를 최소화하고 지속적으로 전방을 주시할 수 있도록 화면 구성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신형 XC90과 S90은 올 하반기 중에 수입차 최초로 네이버의 차량용 웨일 브라우저를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새롭게 탑재한다. 마치 태블릿을 이용하듯 중앙 디스플레이를 통해 유튜브를 비롯해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가격 경쟁력, 전 세계 최고…XC90, 독일보다 5000만원 저렴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신형 XC90과 S90 판매가격을 다른 국가보다 낮게 책정해 상품 경쟁력을 높였다.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B6) 울트라 트림의 국내 판매가격은 9900만 원으로 미국(약 1억 727만 원), 일본(약 1억 1277만 원), 영국(약 1억 4394만 원), 독일(1억 5230만 원)과 비교해 많게는 5000만 원가량 저렴하다.
이 대표는 “신차 가격을 책정하는 데 있어서 이번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다”며 “환율이 연초보다 10% 이상 오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고려해 본사와 긴밀히 협조해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은 전 세계에서 XC90과 S90이 각각 10번째, 2번째로 많이 팔리는 시장에 해당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볼보자동차코리아가 한국에서 판매한 차량 4대 중 1대는 XC90 또는 S90에 해당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신형 XC90의 사전 계약 건수는 현재 기준으로 1300건에 달한다. 이는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올 연말까지 목표로 세운 판매량과 같은 숫자로 공식 출시 전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대표는 “XC90은 물량을 좀 더 확보해 올해 1500대를, S90은 1000대를 판매할 계획”이라며 “두 모델을 합해 2500대를 판매하면 연내 총 1만 6000대를 판매하고 전년 대비 두 자릿 수에 가까운 성장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올 하반기 XC60 부분변경 모델과 소형 전기 SUV인 EX30 크로스컨트리 모델을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신형 XC90과 S60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과 가솔린 기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 등 2가지로 제공된다. 판가격은 XC90은 트림과 편의사양 등에 따라 8820만~1억 1620만 원, S90은 6530만~914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