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 협상국을 상대로 ‘중국과 무역을 축소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중국과의 교역량이 많은 우리나라도 미국의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각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원산지 규정과 환적 화물 제재 등 조건을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2일(현지 시간) 전격 타결된 베트남과의 무역 합의에 따라 베트남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0%로 밝혔다. 앞서 4월 발표한 상호관세율(46%)보다는 절반 이상 낮췄지만 환적 화물에 대해서는 2배인 40%로 책정했다. 베트남을 통한 중국의 ‘우회 수출’을 겨냥한 조치로 읽힌다.
미국과 무역 합의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인도에는 원산지 규정을 꺼내 들었다. 인도 생산 비율이 60% 이상이어야 ‘인도산’으로 인정하겠다는 방침인데 사실상 중국산 부품 사용을 대폭 줄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도 정부는 이 비율을 35%까지 낮춰야 한다며 미국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중국과 교역량이 많은 국가를 압박하며 대(對)중국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베트남(37%, 2023년 기준)과 인도(19%, 2024년 기준)의 최대 수입국으로 수입 물량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교역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유럽연합(EU)도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으로부터 수입 규모가 커지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미국의 대중 견제의 ‘사정권’에 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부산항의 환적 화물은 55%로 절반을 넘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환적 화물이 대부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관세청은 올 4월 한국산으로 둔갑하는 일명 ‘택갈이’ 수출품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착수하기도 했다. 태국도 중국산에 대한 단속 강화에 나섰다.
다만 이 같은 조치는 중국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미국이 베트남과 맺은 무역 합의를 자신들이 강조해온 ‘중국 이익에 해를 끼치는 협정’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설계의 중국 수출제한을 해제하는 조치를 내릴 정도로 해빙 무드인 미중 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