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상법 개정이 추진되는 가운데 한국식 기업 지배구조의 장기 방향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문경영인 체제의 단점도 명확한 만큼 오너 경영 체제의 특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스웨덴 발렌베리 등 북유럽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3일 조용두 삼일회계법인 고문(성균관대 경영학과 초빙교수)은 삼일PwC 거버넌스센터가 발간한 ‘거버넌스 포커스’에 ‘성장과 혁신을 위한 K기업지배구조의 미래’를 주제로 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모델을 창의적인 오너, 충실한 전문경영인, 강한 이사회로 제시한 것이다.
조 고문은 한국 기업지배구조가 ‘재벌’ 체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근접한 이사회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지배주주가 확실한 대기업 집단의 오너 경영 체제와 소유가 철저하게 분산된 민영화 기업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지배구조가 분류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영미식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선 전문경영인 체제를 오너 경영 체제 대비 우수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이를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지배주주 없는 기업은 대리인 비용이 높아지고 최고경영자(CEO) 교체기마다 이사회가 어려움을 겪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조 고문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지배구조 선진화 방향으로 인식되지만 이를 먼저 도입한 영미권에서는 분기 단위의 목표에 몰입하는 단기주의 현상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반면 재벌로 통칭돼 부정적 평가를 받았던 오너 경영 체제는 장기 성장 도모와 기업가 특유의 비전 실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오너 경영 체제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 충동 등은 상법 개정 추진과 주주행동주의 강화 등을 통해 상당 부분 보완됐다고 했다. 성장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 불공정거래 등 이슈가 나타났으나 현재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스웨덴 발렌베리, 덴마크 노보노디스크 등 북유럽 지배구조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북유럽 국가들은 창업주 가족이 주식을 재단에 이전하면 국가가 상속세를 대부분 감면하고 차등의결권을 인정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로부터 보호하면서 장기 목표를 갖고 사업할 수 있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조 고문은 “3세 경영으로 접어들면서 한국 대기업들이 높은 상속세율 등으로 예상치 못한 변화에 직면한 만큼 기업들이 혁신과 장기 성장에 집중하도록 제도상 위험 요인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북유럽 기업들의 재단 활용 사례를 도입할 수 있도록 심도 있는 법률 검토와 노사정간 합의 등을 선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