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올스타전과 같은 무대… 정명훈 피아니즘의 충만한 예술성에 감탄"

3일 '정명훈과 비르투오지' 공연

패르트부터 슈베르트까지 다양한 프로그램

"젊은 음악가들과 마법의 무대"

정명훈(피아노)과 클라라 주미 강(바이올린), 박경민(비올라), 송영훈(첼로), 성민제(더블베이스)가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경제신문 창간 65주년 기념 ‘정명훈과 비르투오지’ 공연에서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A장조 ‘송어’를 연주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정명훈(피아노)과 클라라 주미 강(바이올린), 박경민(비올라), 송영훈(첼로), 성민제(더블베이스)가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경제신문 창간 65주년 기념 ‘정명훈과 비르투오지’ 공연에서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A장조 ‘송어’를 연주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피아노가 음악의 뼈대를 세우고 최고의 기량을 가진 스타 연주자들이 그 위에서 한껏 자유롭게 춤을 추듯 연주하는 무대였습니다.”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이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는 후배 연주자들과 함께한 실내악 공연에 찬사가 쏟아졌다. 특히 정명훈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술적 완성도와 예술성을 통해 대가다운 깊이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경제신문 창간 65주년을 기념하는 ‘정명훈과 비르투오지’ 공연이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이 공연에서 정명훈은 지휘봉을 잠시 내려놓고 피아노 앞에 앉아 국내외에서 ‘비르투오지’와 함께 음악적 교감의 무대를 펼쳤다. 비르투오지는 이탈리아어로 ‘뛰어난 연주 실력을 갖춘 연주자’를 뜻한다.

이번 공연은 1997년 시작된 ‘정명훈과 7인’ 시리즈의 귀환이다. 정명훈과 젊은 음악가들의 수준 높은 실내악을 들을 수 있어 인기가 높았던 이 공연이 스케줄 등의 문제로 2011년 중단돼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14년 만에 부활한 ‘정명훈 실내악’은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프로그램과 연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이번 무대에는 각자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젊은 음악가들이 함께했다. 흠잡을 데 없는 우아함과 균형감을 갖춘 바이올리니스트로 정평이 난 클라라 주미 강은 이날 압도적인 바이올린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았다. 국내 실내악의 역사를 써오고 있는 ‘노부스콰르텟’의 리더인 김재영 바이올리니스트도 세심하고 조화로운 연주를 선보였다. 연주자 중 유일하게 과거 ‘7인 시리즈’에서 참여한 적이 있는 첼리스트 송영훈은 이번 무대에서도 더욱 깊어진 음악적 교감을 보여줬다. 베를린필 최초의 한국인 단원으로 발탁된 비올리스트 박경민은 오차 없는 연주로 꽉찬 소리를 완성했으며, 파리국립오페라에서 관악 부문 수석으로 임용된 최초의 동양인 클라리네티스트인 김한은 빼어난 연주 실력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10대 시절부터 국제 대회를 휩쓸어온 성민제의 더블베이스는 탄탄하게 앙상블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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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서는 이들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될 수 있도록 다른 실내악 무대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채워졌다. 현대적이고 신비로운 사운드가 돋보이는 아르보 패르트의 곡부터 서정성이 넘치는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작품까지 음악의 스펙트럼은 폭넓고 밀도 있게 펼쳐졌다.

정명훈(피아노)과 김한(클라리넷), 송영훈(첼로)이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경제신문 창간 65주년 ‘정명훈과 비르투오지’ 공연에서 베토벤의 ‘클라리넷 트리오 Bb장조 작품번호 11번’을 연주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2025.07.03정명훈(피아노)과 김한(클라리넷), 송영훈(첼로)이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경제신문 창간 65주년 ‘정명훈과 비르투오지’ 공연에서 베토벤의 ‘클라리넷 트리오 Bb장조 작품번호 11번’을 연주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2025.07.03


1부는 아르보 패르트의 ‘형제들’로 문을 열었다. 사색적이면서도 청명한 사운드, 단순함 속에서도 긴장감이 돋보이는 이 곡에서 연주자들은 깊은 공명을 들려줬다. 스트라빈스키의 ‘클라리넷 독주를 위한 세 개의 소품’ 연주에서 김한은 두 개의 클라리넷을 번갈아 연주하며 화려한 기교와 탁월한 음색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베토벤의 ‘클라리넷 삼중주(Op.11)’에서 이날 처음 등장한 ‘피아니스트 정명훈’은 녹슬지 않은 기량과 기술적 완성도로 객석을 놀라게 했다.

2부에서는 이번 공연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실내악 명곡’ 슈베르트의 오중주 ‘송어’가 연주됐다. 유려한 선율과 밝은 에너지 속에서 각각의 악기 연주가 완벽한 호흡으로 유쾌하게 어우러졌다. 특히 4악장의 주제와 변주에서는 자유롭고 생동감 있는 연주로 관객의 감흥이 한껏 고조됐다.

이날 공연에서 정명훈의 피아노가 유독 눈에 띄었다. 때로는 발랄함으로 번뜩이고, 때로는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그의 연주는 곡의 탄탄한 구조물 역할을 하면서 균형을 잡아줬다. 김준형 평론가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정통 독일 사운드 피아니즘을 만끽할 수 있었다”며 “특히 베토벤 삼중주 2악장에서 보여준 대가만의 깊이 있는 충만한 예술성은 찬탄을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김나희 평론가도 “해외 유명 페스티벌에 가야 볼 수 있을 정도의 올스타전과 같은 무대로 국내에서 보기 드문 실내악 공연이었다”며 “특히 정명훈의 피아노의 뼈대 위에서 베테랑 연주자들이 기량을 한껏 발휘했다”고 말했다.

공연 후 박수 세례 속에서 정명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연신 무대 인사를 했다. 그가 후배 연주자들의 어깨를 감싸며 격려하는 모습은 단순한 연주자를 넘어 음악의 길을 함께 걷는 ‘멘토’로서의 면모를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장면이었다.

최근 정명훈은 동양인 최초로 247년 전통의 이탈리아 라스칼라극장의 예술감독으로 선임되며 국내 클래식계에 의미 있는 이정표를 또다시 세웠다. 국내에서는 부산 콘서트홀 및 오페라하우스의 초대 예술감독으로 개관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이혜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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