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통보 후 이른바 ‘잠수’를 탄 전 여자친구에게 60차례 넘는 연락을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당시 여자친구였던 B씨로부터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취지의 통보를 받았다. 2023년 초부터 교제해온 두 사람은 서로를 ‘여보’, ‘남편’이라 부르며 결혼까지 염두에 둘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A씨는 B씨의 이별 통보 이후에도 관계 회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후회와 사과를 담은 문자메시지를 약 65차례 보냈다. B씨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A씨는 B씨 차량에 꽃다발과 편지를 두고 가기도 했다. 검찰은 A씨의 이별 후 연락 시도 67건을 모두 스토킹 행위로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검찰과 달랐다. 박 부장판사는 “연령과 교제기간 등을 고려할 때, B씨가 강경하게 결별을 통보하자 이를 되돌리려는 피고인의 의도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반응에 가깝다”며 “문자 내용만으로는 B씨에게 위협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으로 볼 때,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수준의 행위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박 부장판사는 또 “결별 통보를 받은 사람이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행위를 쉽게 스토킹으로 규정하고 범죄로 판단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며 “소위 ‘잠수 이별’이 점점 흔해지는 시대적 흐름을 감안하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