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GD하이볼부터 ‘美 판매 1위’ 맥주 출시까지…술독에 빠진 유통업계, 왜?[송이라의 트렌드쏙쏙]

주류 트렌드, 대중 영역에서 개인 취향으로

생레몬 하이볼, 8개월 연구 끝 흥행대박

멕시코 맥주 ‘모델로’, 美 1위 찍고 韓 상륙

피스마이너스원 레드 하이볼. 사진 제공=BGF리테일피스마이너스원 레드 하이볼. 사진 제공=BGF리테일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요즘 뜨는 먹거리와 패션, 뷰티템부터 핫한 브랜드 스토리, 숨겨진 유통가 뒷얘기까지 ‘송이라의 트렌드쏙쏙’에서 만나보세요!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괜시리 주류 코너에서 서성이곤 합니다. 딱히 술을 즐기지는 않지만, 요즘 신상품은 뭐가 있는지 어떤 패키지가 예쁜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과거에는 소주, 맥주, 와인 등 주종마다 대표 브랜드 2~3가지가 주류를 이뤘다면, 요즘은 개별 마트 및 편의점마다 단독 출시하는 제품이 넘쳐납니다. 게중에는 각고의 노력 끝에 공전의 히트를 친 상품도 나오곤 하지요.

올해 상반기 이마트에서 판매된 와인 종류는 6100종으로 3년 전보다 52%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위스키 역시 500여 종에서 1200여 종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요. 주류 트렌드가 획일화된 맛을 소비하는 ‘대중’의 영역이 아닌 자신의 취향과 가치를 반영하는 ‘개인’의 영역으로 변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이에 술 애호가들은 모래 속 진주를 캐내는 마음으로 자신과 잘 맞는 주류 제품을 찾아 헤맵니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된 시대에 주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로선 결코 놓칠 수 없는 카테고리이기도 합니다. 온라인에서도 성인인증 후 주류 구매가 가능하지만, 퇴근길 편의점에 들러 시원한 맥주 한 캔을 사는 낭만을 대신할 순 없으니까요. 이에 유통업체들은 차별성 있는 주류 제품을 발굴하고 제조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오늘은 최근 변화하는 주류 트렌드와 개별 상품들의 탄생 스토리를 알아보겠습니다.

누적판매량 2200만 캔...‘레몬 떠오르는 하이볼’은 어떻게 탄생했나


생레몬하이볼. 사진 제공=BGF리테일생레몬하이볼. 사진 제공=BGF리테일


위스키와 탄산수의 조합인 하이볼은 위스키를 가볍게 즐기려는 트렌드에 어느새 대표 주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이볼을 논할 때 지난해 4월 CU(500㎖, 4500원, 8.3%)가 주류기업 부루구루와 손잡고 출시한 ‘생레몬 하이볼’은 빠질 수 없는 제품입니다. 일반 맥주캔 방식이 아닌 참치캔 방식의 뚜껑을 열면 바닥에 있던 생레몬이 쓰윽 떠오르는 이 제품은 CU의 주류 담당 MD(상품 기획·개발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는 맥주에 항상 레몬을 잘라 넣어먹었던 경험에서 생레몬을 넣은 하이볼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개발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습니다. 생레몬은 가공식품이 아닌 원물이라는 특성상 자르는 순간부터 산화와 갈변이 일어나고 얇게 자르는 과정 자체도 품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조사를 설득한 끝에 제품화에 합의했고 8개월에 거쳐 생레몬을 캔 안에 넣어 유통하는 자동화 과정을 개발한 후 특허까지 출원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생레몬 하이볼 출시 후 CU 주류 중 하이볼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4.0%에서 11.6%까지 수직상승했고 생라임, 생감귤, 생유자 등 각종 과일을 첨가한 하이볼을 연달아 출시하며 ‘생과일 하이볼’ 시리즈를 완성했습니다. 출시 1년이 갓 지난 현재 해당 시리즈의 누적 판매량은 2200만 캔을 넘어섰습니다. 우리나라의 19세 이상 인구가 약 440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단순계산으로 성인 2명 중 1명은 생과일 하이볼을 접해본 셈입니다.

생레몬 하이볼의 성공은 지난 4월 가수 지드래곤(GD)과 협업한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500㎖, 4500원, 4.5%)’ 출시로도 이어졌습니다. 피스마이너스원은 지드래곤이 선보이는 패션 브랜드로 와인 애호가로 알려진 GD의 취향을 담아 와인을 베이스로 한 생레몬 하이볼을 만들었습니다. GD가 직접 제품 디자인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고요. 4월 출시된 블랙 하이볼, 5월 레드 하이볼에 이어 최근 아트 하이볼까지 출시되며 총 두달간 600만캔 이상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같은 인기에 다른 유통사들도 잇따라 하이볼 개발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이달 2일 하이볼에 요르구르맛을 결합한 ‘요하볼’을 내놨고, GS25는 올 초 투명 용기에 하이볼을 담아 시각적인 즐거움을 추가한 ‘프레시볼’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소주에선 위스키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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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오크소주. 사진 제공=GS리테일선양오크소주. 사진 제공=GS리테일


유통사들의 차별화 주류 상품에 대한 니즈는 오크 향이 나는 소주의 탄생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충청권을 넘어 전국구로 진출하려는 지역 주류회사 선양소주와 차별화 제품에 목마른 GS25가 공동 개발한 ‘선양오크소주(640㎖, 3800원, 14.9%)’가 대표적입니다.

이 제품은 선양소주가 보유한 오크통을 활용한 증류식 소주 원액을 희석식 소주에 블렌딩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한국의 대표 주종인 희석식 소주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한 선양오크소주는 통상 17% 내외인 일반 소주보다 도수를 낮춰 남녀노소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소주를 선호하지 않는 저도 이 제품을 일부러 사서 마셔보기도 했는데요. 소주 특유의 화학적 향이 아닌 오크통 고유의 나무향이 느껴져 가볍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제품은 올 2월 말 출시 후 3개월 간 누적 200만 병이 판매됐고요. GS25 내 주요 소주 상품들을 제치고 ‘참이슬’에 이어 소주 매출 2위로 올라섰습니다. 지역 기반의 희석식 소주가 메가 브랜드 소주 매출을 넘어선 건 선양오크소주가 처음입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기존 소주에 오크 원액을 더해 깊은 풍미를 강조한 점과 저도주, 제로슈거 등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한 차별화 상품 전략이 주효했다”며 “차별화 상품을 발굴해 메가 히트 상품으로 육성하는 주류 구매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년간의 설득 끝에 美 판매 1위 ‘모델로’ 들여온 이마트


한국에 상륙한 미국 1위 맥주 모델로 에스페샬. 송이라 기자한국에 상륙한 미국 1위 맥주 모델로 에스페샬. 송이라 기자


편의점이 제조사와 손잡고 차별화 제품 개발에 나선다면, 상대적으로 구매파워가 큰 대형마트들은 해외의 인기 제품을 단독 유통하기 위해 애씁니다.

실제 이마트는 지난 2일 미국 판매 1위 맥주인 ‘모델로 에스페셜(355㎖*6입, 1만1000원, 4.4%)’를 유통 업계 최초로 단독 론칭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에서 맛봤던 모델로를 드디어 한국에서도 살 수 있게 되자 저는 바로 마트로 달려갔습니다.

모델로 에스페셜은 멕시코의 프리미엄 라거로 닐슨 기준 지난해 미국 판매 1위를 달성한 맥주입니다.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외국맥주인 모델로가 무려 20여년간 1위 자리였던 미국의 대형 맥주 브랜드 ‘버드라이트(Bud Light)’를 누르고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맥주가 된 것입니다. 이 제품은 과하게 쓰거나 밍밍하지 않은 균형잡힌 맛 덕분에 맥주 애호가는 물론 가볍게 즐기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마트의 맥주 담당 바이어는 이러한 변화를 일찌감치 감지하고 모델로를 국내에 론칭하기 위해 공식레터와 담당자 미팅, 직접 방문 등 2년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후문입니다.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내수시장 물량도 부족한 상황이라 국내 론칭하기까지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미국 1위 맥주를 한국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에브리데이까지 이마트의 통합매입 시스템으로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 있었던 점이 주효했다는 설명입니다.

이마트 관계자는 “한 발 빠르게 현지 제조사에 해당 상품 운영을 지속적으로 요청했고, 다양한 노력 끝에 결국 국내 최초로 판매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세계 맥주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요즘 어떤 주류 제품을 즐기시나요? 새롭게 발굴한 핫템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기사를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나 다뤘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이메일도 환영합니다.



송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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