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단독]이솔, 차세대 EUV장비 상용화로 740억 투자 유치…'슈퍼을 독점' 균열 낸다

[시리즈B 740억 투자 유치]

광원 자체 확보 세계서 네번째

핵심 부품 공급망 내재화 목표

'칼자이스 독점' 결함판정 부문

가성비 내세워 시장 영역 확대





반도체 극자외선(EUV) 장비업체인 이솔이 최근 74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는 올 상반기 진행된 시리즈B 투자 중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 뤼튼(830억 원)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다. 투자 가뭄 장기화에 그마저 AI 분야로 투자 쏠림이 심화하는 가운데서 이뤄진 괄목할만한 성과다.



반도체 장비업계는 이번 투자가 단순 자금 조달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공정인 EUV 분야에서 기술 내재화를 바탕으로 후속 제품 상용화가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ASML 뒤에는 커다란 리뷰기 생태계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은 반도체의 미세화를 가능하게 만든 일등 공신이자 세계 반도체 장비 생태계에서 가장 높은 진입장벽을 자랑하는 영역이다. ‘슈퍼을’로 불리는 네덜란드의 ASML이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EUV 노광기를 독점하고 일본 레이저텍(Lasertec)이 마스크 결함 검사기를, 독일 칼자이스(Carl Zeiss)가 투영광학계 등 광학시스템을 각각 독점하며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흔히 EUV 공정에서 ASML을 시작과 끝으로 인식하지만 ASML의 EUV 스캐너가 첨단 웨이퍼를 생산해 내기 위해서는 각종 결함을 리뷰하는 장비가 필수적이다. EUV 마스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이솔이 상용화한 마스크 리뷰 장비 ‘SREM’은 마스크 제작 시 발생되는 결함을 최종 판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ASML의 노광기가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고 나면 완성된 마스크에 패턴 결함이 있는지 살펴보는 EUV 패턴 마스크 검사기가 필요하다. 레이저텍의 마스크 검사기는 패턴을 살피는 스캐너의 역할을 해 잠재적인 문제를 찾아낸다. 이어 칼 자이스의 마스크 리뷰 장비가 투입돼 현미경으로 보듯 샅샅이 결함 여부를 파악해 정밀한 진단을 내리게 된다. 결국 EUV 리소그래피 공정에서 결함 없는 고품질의 마스크를 확보하는 데 있어 여러 대의 리뷰 기기가 상호 보완적으로 역할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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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이 상용화한 EUV 마스크 리뷰 장비'SREM' 사진 제공=이솔이솔이 상용화한 EUV 마스크 리뷰 장비'SREM' 사진 제공=이솔


공급망 대안 된 이솔…부품 내재화에 투자 나설 것

이솔은 지금까지 칼 자이스가 독점적으로 차지하고 있었던 영역에 도전해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를 내세워 빠르게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SREM보다 생산성이 높은 후속 제품 FREM이 상용화되면 생산성과 성능 측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져 국내 파운드리는 물론 전세계 다양한 고객사에서 반응이 올 것으로 보인다.

이솔의 EUV 장비 국산화 속도에 엠포드-코리아오메가를 비롯해 산업은행, 인터베스트, 미래에셋벤처투자, 유안타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퀀텀벤처스 등 10여 곳에서 투자에 참여했다.

이솔은 이번 투자금을 경기 동탄에 위치한 반도체 생산공장(팹)을 확장하고 광학계 부품을 내재화하는 데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거울 광학계(미러 옵틱스) 등을 비롯해 핵심 부품을 단순히 조립하는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생산해 공급망을 내재화하는 게 목표다. 자체적으로 EUV 광원을 확보한 전 세계 네 번째 기업이라는 점과 부품 내재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국가 대표 EUV 기업으로의 성장 가능성에 한층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20년 이상 몸담으며 국내 최고 노광 전문가로 꼽히는 김병국 대표를 비롯해 EUV 기술 전문가인 이동근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비롯해 ASML, KLA, 포항공대 출신 반도체 장비 분야 인재들로 창업팀이 구성돼 국내에 찾기 힘든 전문 인력이 모여 있다는 평가다.

플랫폼 성장 가능성에 무게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마켓리서치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마스크 검사 시스템 시장은 지난해 12억 달러에서 2033년 2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성장률(CAGR)은 9.2%로 조사된다. 업계에서는 이솔이 EUV 장비 영역에서 일종의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에도 기대감을 갖고 있다. 또 다른 주력 제품인 펠리클 투과율 검사 장비의 경우 소재 제조사인 에프에스티(036810)(FST)를 모회사로 둔 만큼 시너지와 확장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EUV 광원을 확보해 EUV 원천기술을 내재화했다는 게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수직 계열화를 비롯해 확장 가능성이 높다는 게 향후 성장 여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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