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작성에 소요되는 시간이 훨씬 줄어든 것 같아요. 전에는 보고서에 들어가는 문자표나 제목 형식을 일일이 찾고, 그래프는 엑셀로 하나하나 만들어야 했거든요.”
4일 기획재정부의 한 사무실. 직원들이 한 컴퓨터 앞에 둘러서서 새로 배포된 보고서 작성 지원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기재부 공무원들이 자주 작성하는 한글 보고서 작성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기재부 기조실의 직원들이 개발해 부처 내에 배포했다.
컴퓨터를 켜고 프로그램을 실행하자 ‘보도자료·메모보고·국회 답변·문자표’ 등 버튼이 나타났다. 버튼만 누르면 직원들이 문서에 자주 활용하는 서식과 문자표 등이 한글 문서에 바로 입력됐다.
그래프 제작도 간편해졌다. 과거에는 엑셀을 활용해 수치를 하나하나 입력하고 한글 문서로 옮겨 넣어야 했지만, 이제는 데이터를 넣으면 정해진 양식대로 그래프가 만들어진다. 기재부의 한 사무관은 “과거에는 문자표나 그래프, 제목 서식 등을 활용하려면 옛날 보고서를 찾고 복사 붙여넣기해야 했다”며 “이제는 훨씬 빠르고 간단하게 문서 작성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기재부의 인공지능(AI) 변신이 속도를 내고 있다. 예전처럼 내부 보고 자료를 만들 때 과거 선배들이 만들었던 자료를 참조하기 위해 캐비닛을 뒤지는 일은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는 게 AI 정부를 강조하는 구 장관 후보자의 생각이다.
이미 일상 업무 영역에서는 AI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보고서 작성 지원 프로그램 외에도 생성형 AI를 기재부 맞춤형으로 개조한 ‘AI 허브’도 보급됐다. AI 허브는 기재부 내부 포털을 통해 접속할 수 있다. 챗GPT와 퍼플렉시티와 같이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가 공개된 AI를 정부의 업무에 맞게 계량한 것이다. 기재부는 정부 공무원을 위한 맞춤형 기능을 추가하고, 보안은 더욱 강화했다.
기재부의 AI 허브는 답변의 출처를 꼭 표시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다. 답변에 표시된 링크를 통해 정보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정부 자료의 보안을 위해 파일 업로드는 불가능하고 답변 자료를 메모장으로 다운로드받는 기능은 추가됐다. 개인들의 AI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AI를 점진적으로 정부 업무에 도입해야 한다는 게 기재부의 생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처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덜고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한 노력은 이제 시작”이라며 “내부 자료를 사용하는 기재부 전용 AI 구축 등의 노력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