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사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3일 “‘탄핵의 바다’ 속으로 머리를 쳐들지 못하도록 당을 누르고 있는 분들이 인적 쇄신의 ‘0순위’”라며 혁신위가 띄운 계엄·탄핵 반성안에 반발하는 당내 인사들을 맹렬히 비판했다. 당 안팎의 관심을 모았던 인적 청산 명단은 밝히지 않은 가운데 윤석열 정부 시절부터 대선 국면까지 당의 폐단을 거론하며 관련자들의 자발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새로워지겠다는 걸 가로막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는 분들은 전광훈 목사가 광장에서 던져주는 표에 기대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이런 분들을 믿고 계엄을 했을 것”이라며 “이런 분들이 당을 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은 현재를 바꾸는 것인데 지금 이 순간에도 잘못을 또 되풀이한다면 그 죄가 제일 크다”며 “더 이상 사과하고 반성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분들은 당을 죽는 길로 밀어 넣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위원장은 인적 청산 대상을 거론하는 대신 사과가 필요한 8가지 결정적 사건을 조목조목 읊었다. 그는 “당이 이 지경에 오기까지 우리 당원들을 절망하고 수치심 느끼게 한 일들”이라고 지칭하며 역순으로 △대선 패배 △대선 후보 교체 시도 △대선 후보의 단일화 입장 번복 △계엄 직후 대통령 관저 사수 시위 △당원 게시판 논란 △22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공천 규정 무시 △특정인 당 대표 선출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및 연판장 논란 △윤석열 정권의 국정 운영 왜곡 방치 등을 꼽았다.
사실상 옛 친윤(친윤석열)과 친한(친한동훈) 등 모두를 쇄신 대상으로 아우르며 이들의 자성을 촉구한 것이다. 제도적으로는 국회의원을 포함한 당 소속 선출직 전부와 당직자 대상 당원 소환 절차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혁신안에 담기로 했다. 쇄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당내 인사들에 대해서는 가감 없이 칼을 빼 들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러한 혁신안을 실권을 지닌 지도부가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송언석 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인적 청산은 사실 일의 순서가 거꾸로 됐다”며 “백서 등을 통해 대선 과정을 정리하고 잘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순서인데 앞의 과정을 생략하고 인적 청산을 언급하다 보니 명분이나 당위성이 부족한 상황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혁신위는 특정 계파나 다른 계파를 몰아가는 식으로 접근하면 필패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