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빈집 한 채

박경희





내 안의 사랑은



빈집 한 채를 끌어안고 산다

수돗가 세숫대야의 물을 받아먹고 살던

향나무 한 분이 사랑채 지붕으로 쓰러진 건

그대가 떠나간 뒤부터다

툇마루에 옹이가 빠져나가고

그 안으로 동전과 단추가 사라진 집은



고양이의 울음소리로 조심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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툇마루 옹이 빠진 구멍 속

거미의 눈으로 바라보는 내 안의 사랑은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

먼 산으로 돌아앉은 그대

별을 세다가 새벽을 놓치고

쓰르라미 울고

빈집 한 채 없는 떠돌이 사랑도 있을 것이다. 그가 떠났다고 쓰러진 향나무의 순애보가 애틋하다. 툇마루 옹이가 빠져나간 건 널빤지와 인연이 다했기 때문이다. 동전과 단추는 옹이 구멍 아니라도 어디든 구르다 숨기 마련이다. 거미는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의 파동 이외 사람의 사랑 따위 관심 있을 리 없다. 관련 없는 것마다 잠 못 이루며 기어코 연결 짓는 걸 보면 당신의 병이 깊다. 돌아앉은 먼 산을 여름내 칡으로 묶어놓을 테니 가을에 당신의 빈집으로 끌고 가시라.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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