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금융지주사가 최근 5년 치의 △사회 공헌 △세금 납부 △주주 환원 △인건비 △미래를 위한 재투자 규모를 내부적으로 산출했다. 이 중 사회 공헌과 세금 납부액, 주주 환원 규모는 증가세가 뚜렷했다. 인건비의 경우 은행 지점 축소와 맞물려 감소하는 양상이었다. 핵심은 투자였다. 그룹 성장을 위한 재투자 여력이 계속 줄어들고 있던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의 이자놀이를 비판하면서 금융권을 둘러싼 전방위적인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대형 금융사들의 미래 성장 동력은 약해지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1분기 4대 금융이 무형자산 취득에 쓴 현금은 총 276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070억 원)과 비교해 10% 감소했다. 펀드나 관계기업 투자에 쓴 돈은 18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나 줄어들었다. 4대 지주사들은 △2022년 말 9조 3194억 원 △2023년 말 10조 1008억 원 △2024년 말 10조 2244억 원으로 매년 무형자산을 늘려왔다.
이들 금융지주의 전체 투자 활동 현금 흐름은 올해 1~3월 1조 340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 205억 원)과 비교해 플러스로 전환했다. 이는 투자 지출에 쓴 금액보다 금융 상품이나 유·무형자산, 관계기업 지분 등을 팔아서 회수한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4대 금융지주는 아직 올해 2분기 투자에 쓴 현금을 공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올 1분기 때와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KB금융의 올해 6월 말 현재 무형자산은 1조 8177억 원으로 잠정 집계돼 지난해 말(1조 9667억 원)보다 7.7% 감소했다. 신한(5조 9615억 원)과 우리(1조 665억 원) 역시 같은 기간 무형자산이 2% 이상 줄었다.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4일 “무형자산 감소는 환변동에 따른 영업권 감소분도 일부 영향이 있었다”면서도 “지난해 주요 계열사에서 차세대 전산을 구축한 뒤 시스템·소프트웨어 관련 무형자산 상각비가 늘어난 것이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정보기술(IT) 부문 투자 증액에 따라 무형자산 감가상각도 함께 늘었는데 올해는 이를 상쇄할 만큼의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주주 환원과 사회 공헌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4대 금융지주의 연간 자사주 매입·소각액과 배당 규모는 지난해 기준 6조 2490억 원으로 전년(5조 2950억 원)보다 18% 증가했다. 이는 2021년 3조 7510억 원, 2022년 4조 3420억 원보다 44~67%가량 늘어난 액수다. 올해는 4대 금융지주의 주주 환원 규모가 8조 원을 웃돌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기부 활동과 사회 공헌 사업에 지출하는 금액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가 집행한 사회 공헌 투자 금액은 1조 6455억 원으로 1년 전(1조 691억 원)보다 53.9% 급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상공인 이자 지원을 비롯해 정부의 상생 요구가 커지면서 사회 공헌 투자액으로 잡히는 액수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재명 정부가 금융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보다 사회 공헌과 서민 지원, 주주 환원 등에 나가는 금액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법인세 1%포인트 인상에 더해 연간 수익이 1조 원 이상인 경우 교육세율도 0.5%에서 1%로 높아진다. 기획재정부는 교육세 인상으로 1조 3000억 원의 추가 세수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달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2금융권 관계자들을 불러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회 공헌 사업을 요청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폭염을 비롯한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사업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금융 역시 산업이라는 점을 정치권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