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 업체 10곳 중 8곳은 기존 주력 제품이 시장에서 출혈경쟁을 벌이는 ‘레드오션’에 직면했고 절반 이상은 신사업 진출을 포기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 업체 2186개사를 조사해 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4.5%는 현재 자사의 주력 제품이 시장 포화 상태인 ‘성숙기’라고 답했다. 시장 감소 상황인 ‘쇠퇴기’라는 응답도 27.8%에 이르렀다. 또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검토 중’이라고 답변한 기업은 42.4%에 그친 반면 ‘현재 진행 중인 신사업이 없다’는 응답은 57.6%에 달했다.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사업 구조가 노후화하는데도 경영 상황 악화 등에 눌려 신사업을 추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경제는 지난 20년 동안 신성장 동력을 만들지 못한 채 허송세월하다 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핵심 산업이 중국에 추월당했다. 낡은 규제, 경직적 노사관계, 반기업 정서 등으로 인해 기업 활력이 떨어진 탓이 크다. 반면 주요 경쟁국들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보조금 지급, 법인세 경감 등 기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경쟁국들은 민관정 원팀으로 총력전을 벌이는데 우리나라는 기업만 고군분투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등 신산업의 경쟁력이 뒤처진 데 이어 10년 후면 제조업 대부분이 거의 다 퇴출당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업 주도 성장’ ‘유연한 실용 정부’를 표방하며 불필요한 규제를 대거 철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친(親)기업 정책은 거의 눈에 띄지 않고 법인세 인상 등 기업에 부담을 주는 입법들만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말로만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지 말고 구조 개혁, 인재 양성 등을 통해 초격차 기술 개발과 신성장 동력 점화를 위한 일관된 정책들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기업들이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52시간 예외 허용, 전략산업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 지원 등이 시급하다. 전통 제조업에 대한 지원 방안 마련과 구조조정도 서둘러야 한다. 민간의 역동성을 살릴 수 있도록 밀어줘야 저성장 고착화 위기에서 벗어나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체제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