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주둔 영국군과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영국군 친부의 신원을 알려 주라는 영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주말판 선데이타임스는 영국 고등법원이 지난주 노동연금국과 조세관세청은 케나 주둔 영국군이 친부일 것으로 추정되는 11명에게 이들 아버지의 이름과 최신 주소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아버지의 신원을 알고 싶다며 소송을 제기한 케냐인 11명 중에는 1990년대생도 있으며 아직 유아인 경우도 있다. 이들은 모두 케냐 내 영국군 기지 근처에서 태어났다.
이번 소송에서 아이들의 변호를 맡은 롭 조지 KC 변호사는 이들의 DNA 분석 결과 아버지는 케냐인이 아니며 영국군이거나 기지에서 일하는 민간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선데이타임스는 케냐 주둔 영국군과 케냐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수백명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변호사들의 말도 전했다.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영국은 아프리카에 있는 영연방 국가인 케냐에 1963년 케냐 독립 시절부터 군대를 주둔하고 있다. 이곳에 머무는 영국 군인들은 케냐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져 아이를 낳게 하고도 모른 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소송의 또 다른 변호사인 제임스 네토는 작년 12월 킹스칼리지런던 법의학과 교수와 매년 약 1만명 이상의 영국 군인이 주둔하는 케냐의 한 마을에 DNA 테스트 키트를 가져가 검사한 뒤 이를 유전자 계보 웹사이트 앤세스트리 자료들과 비교했다.
그 결과 영국군과 일치하는 데이터를 찾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당인에게 메시지를 보냈으나 일부 남성들은 자신을 차단했다고 네토 변호사는 전했다.
케냐 주둔 영국군이 성폭력 등 현지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영국 군인 행태에 대한 분노는 지난 2012년 케냐 여성 아그네스 완지루가 숨진채로 발견된 후 고조됐다. 당시 21세였던 완지루는 영국 군인들과 호텔에 들어간 후 실종됐으며 나중에 시신이 한 정화조에서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이후 케냐 검찰은 완지루가 살해된 것으로 판단했으나 용의자로 지목된 영국 군인들은 기소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