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이춘석 “변명 여지 없이 제 잘못”…'차명거래 의혹' 반나절도 안돼 백기

이춘석, 자진 탈당·법사위원장 사임

'국대 AI' 발표 날 네이버·LG 등 거래

經, 李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입건

정청래 대표 "진상조사 경찰에 맡겨야"

"강제 수사해야"…野, 공세수위 높여

차명 주식거래 의혹이 제기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한 뒤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차명 주식거래 의혹이 제기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한 뒤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식 차명 거래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하자 민주당을 5일 자진 탈당했다. 양도소득세 과세와 관련한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으로 하향하기로 하면서 투자자와 시장의 원성을 받고 있던 차에 핵심 상임위원장인 이 의원의 위법 정황이 포착되자 민주당은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직 사퇴를 압박하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당초 의혹을 부인했던 이 의원은 “변명의 여지없이 제 잘못”이라고 입장을 밝혔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이어지던 전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위원장이 자신의 보좌관 A 씨 명의의 계좌로 주식거래를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위원장 측은 즉시 “보좌관의 휴대폰을 잘못 들고 갔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해당 휴대폰으로 주식을 분할 거래하고 실시간으로 호가를 확인하면서 주문을 정정하는 모습까지 찍히며 의혹이 증폭됐다. 더군다나 이 의원이 들여다보는 주식거래 창에는 네이버와 LG CNS, 카카오페이 등이 떠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정부는 네이버와 LG 등 국가대표 인공지능(AI) 프로젝트 대상 기업 5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이 위원장의 재산 공개 내역에서는 본인 및 배우자 등 가족이 소유한 증권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 의원은 논란이 불거진 지 반나절도 채 안 돼 민주당을 자진 탈당했다. 증시 폭락 사태를 부른 세제개편안에 이어 여당 정치인의 주식 차명 거래 의혹으로 여론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야당이 공세 수위를 높이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오늘 하루 저로 인한 기사들로 분노하고 불편하게 해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며 “신임 당 지도부와 당에 더 이상 부담을 드릴 수는 없다고 판단해 민주당을 탈당하고, 법사위원장 사임서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저로 인한 비판과 질타는 오롯이 제가 받겠다”며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거듭 사죄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이춘석 의원의 차명 주식거래 의혹이 불거진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이춘석 의원의 차명 주식거래 의혹이 불거진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은 당초 사태가 확산되자 긴급 진상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었지만 이 의원의 자진 탈당으로 무산됐다. 권향엽 민주당 대변인은 공지를 통해 “정청래 대표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어떠한 불법 거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처럼, 조사 결과에 따라 이 의원을 엄정 조치할 계획이었다”며 “정 대표가 본인이 자진 탈당을 하면 더 이상 당내 조사나 징계 등을 할 수 없는 만큼 의혹에 대한 진상은 경찰의 철저한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을 말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또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소속 의원들의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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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의 연이은 헛발질로 소액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여론 반전을 꾀하기 위해 공세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사태를 ‘상임위원회의 상임위원회’로 불리는 법사위 위원장 확보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여당 압박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이 위원장을 즉시 국회 윤리위에 제소할 것”이라며 “법치주의 수호의 선도자가 돼야 할 국회 법사위원장이 현행법을 위반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이 위원장이 허락도 없이 보좌관 명의로 주식거래를 했다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보다 더 심각한 신종 보좌진 갑질러”라고 주장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이춘석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차명으로 주식에 투자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이춘석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차명으로 주식에 투자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도 경쟁하듯 이 의원과 민주당을 향해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주진우 국민의힘 대표 후보는 “주식 차명 거래는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개미투자자를 등치는 중대 범죄”라며 “당장 경찰은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착수하라”고 밝혔다. 이 의원의 탈당에 대해서도 “국민 회초리 피하려는 꼼수”라며 “법사위원장 직부터 야당에게 넘겨 민주당도 견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안철수 후보는 정 대표에게 “강선우는 싸고돌면서 왜 이춘석은 진상 조사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이 위원장과 A 씨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되자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진석 기자·이승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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