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주요 손해보험사의 성장 기반이 됐던 어린이보험이 최근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출생아 수 감소로 보험료 수입은 줄어드는 반면 보험금 청구는 급증하면서 보험사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17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손해보험사가 어린이보험(원리금보장형장기손해보험 기준)으로 지급한 보험금과 환급금은 1조 329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7% 늘었고 2023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13.5% 급증했다. 같은 기간 개인 보험 전체 지급액이 9%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1.5배에 달한다.
반면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는 줄었다. 상반기 어린이보험 보험료 수입은 2조 291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 4809억원)보다 5% 가까이 감소했다. 전체 개인 보험 보험료 수입이 같은 기간 7% 이상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어린이보험은 일반적으로 부모가 자녀의 병원비나 배상책임을 대비해 가입하는 상품이다. 어린이는 성인보다 다칠 일이 많고 타인의 물건에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잦아 수요가 꾸준했다. 그러나 손보사들이 무리하게 보장 범위를 넓히고 가입 연령을 기존 15세에서 30세, 35세까지 확대한 것이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성인 가입자 증가와 함께 통원 치료 등 보험금 청구도 급격히 늘었다.
실제 어린이보험 시장을 주도해온 현대해상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2022년 1조 2949억원에서 지난해 8505억원으로 4000억원 이상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2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일부 병·의원이 어린이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비급여 진료를 과다하게 진행하는 관행과, 뇌졸중·급성심근경색 등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 보장 항목이 포함된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통제와 함께 상품 구조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손해율 악화는 불가피하다”며 “장기적 안목에서 내실 있는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산율 저하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어린이보험 손실이 누적될 경우, 결국 보험사들이 취급을 꺼리게 되고 이는 자녀를 둔 가정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