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따뜻한 네모


먼 산이 네모난 창으로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내가 따뜻해지는 걸 네모나게 들여다보고 있다



혼자 순댓집에 들러 막걸리 한 대접 마시고 막 들어온 내 잠도

네모나게 들여다보고 있다

산은 나를 네모 안에 들여놓고

막스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를 수도꼭지처럼 틀어놓고 지그시 눈 감은



나를 네모 안에 들여놓고

관련기사



배 위 어린 손자에게 그림책 읽어주는

나를 네모 안에 들여놓고

산은 나를 네모나게 읽는다

네모 안이 우물처럼 깊다

-이관묵

산을 보려고 만든 창일 텐데 산이 당신을 더 들여다보고 있군요. 순댓국에 막걸리 한 잔 걸치고 잠든 모습도 들키고, 손자와 함께 그림책 속으로 들어간 무아지경의 그림자까지 밟히고 있군요. 우렁찬 여름 물소리 잦을 무렵 산은 이방의 곡조에도 흥미롭게 귀 기울이고 있군요. ‘산’이라는 글자에서 점 하나 떼듯 낙엽 지는 가을, 그분은 당신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군요. 당신은 어린아이처럼 한 점 부끄러움도 없이 보여줄 것을 다 보여주고 있군요.<시인 반칠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