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대책에서도 세제 개편은 빠졌다. 정부는 보유세·거래세 조정 등을 포함한 종합 세제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방향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세제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15일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의 주요 내용은 ▲규제지역·허가구역 확대 ▲대출총량 및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 ▲공급 이행 점검 등이 핵심이다. 세제와 관련해서는 “보유세·거래세 조정과 특정 지역으로의 수요 쏠림 완화 방안을 포함한 종합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시행 시기와 순서 등은 시장 상황과 과세 형평성을 고려해 추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세제는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단기간 내 세제 대책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은행은 6·27, 9·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서울 주택 매수심리가 100을 웃도는 등 집값 상승 기대 심리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 규제와 공급 확대 방안을 이미 발표한 만큼 남은 정책 수단 중 가장 직접적으로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은 결국 세제 조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정부 내부에서는 정치적 부담과 정책 리스크를 이유로 세제 강화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즉시 활용 가능한 주요 정책 수단이 ▲보유세 강화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양도세·취득세 조정 등 세제에 집중돼 있음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정책 역설’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과 같은 조세 저항이나 거래 절벽 우려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을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최고 6%까지 인상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로 높이는 등 강력한 세제 정책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17년 6억 원에서 2022년 12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세부담 급증으로 1주택 고령층까지 ‘세금 폭탄’을 맞았고 거래 절벽이 고착화되면서 시장 신뢰도는 크게 떨어졌다.
이후 임대차 3법의 부작용과 LH 투기 사태까지 겹치며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문재인 정부는 결국 2021년 1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를 상향하며 세제 완화로 방향을 틀었다. 이러한 전례 때문에 현 정부가 세제를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융·규제 조치만으로는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공급 확대 효과는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보유세나 양도세를 조정해 매물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남은 정책 수단은 세제 개편과 장기 공급 로드맵 뿐인 상황에서 정부가 세제 카드를 언제 꺼내들지가 향후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