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이 한 주택에서 최대 9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전세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임대인들은 “9년 동안 계약이 묶이면 누가 전세를 내놓겠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2일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현행 2년인 임대차 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횟수를 1회에서 2회로 확대해 세입자가 최장 9년까지 동일 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 발의에는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윤종군·염태영(더불어민주당), 정춘생·신장식(조국혁신당), 윤종오·정혜영·전종덕·손솔(진보당), 최혁진(무소속) 등 범야권 의원 10명이 참여했다.
개정안에는 임차인 보호 강화 조항도 포함됐다. 임차인의 대항력 발생 시점을 현행 ‘입주 다음 날 0시’에서 ‘입주 당일 0시’로 앞당겨, 같은 날 담보권이 설정되는 전세사기 위험을 원천 차단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시장의 초점은 ‘거주기간 9년 보장’에 쏠려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는 개정안 반대 의견이 수천 건 이상 달렸고,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차라리 월세로 돌리겠다”는 임대인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현행 ‘2+2 제도’도 버겁다는 지적 속에 “3+3+3은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세 공급 축소와 보증금 급등을 우려한다. ‘3+3+3 제도’가 시행되면 신혼부부 등 신규 임차인들이 전세를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일부 지역의 전세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해당 법안까지 통과되면 시장 혼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세 공급 부족은 결국 임차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임대인들 사이에서는 보증금 인상이나 전세의 월세 전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개정안에 따라 갱신 시 임대료 증액 상한이 5%로 제한되기 때문에 9년간 인상 폭이 최대 10.25%에 그치기 때문이다.
대표 발의자인 한창민 의원은 “임차가구의 평균 거주 기간이 2019년 3.2년, 2023년 3.4년에 불과하다”며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