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종양을 진단해 환자들이 허위 보험금을 타도록 돕고 그 돈으로 성형·미용시술을 하게 한 의사와 브로커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진료의 신뢰를 악용한 의료범죄가 실손보험 제도의 허점을 노리고 조직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 의료범죄수사반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과 의료법 위반 혐의로 40대 외과 전문의 A씨와 50대 브로커 2명을 구속하고 A씨의 부친이자 외과 의사인 80대 B씨와 환자 115명 등 1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3년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브로커를 통해 모집한 환자들과 공모해 가짜 종양을 진단하거나 개수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14개 보험사에서 실손보험금 약 10억원을 부당하게 타낸 혐의다.
A씨는 실제로 4개의 종양만 발견된 환자에게 6개가 있는 것처럼 진단서를 꾸며 보험금을 200만원가량 더 받게 했다. 이 돈으로 해당 환자에게 ‘이마 거상 수술’을 시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종양이 전혀 없는 가슴 확대·축소 수술 환자에게서는 수술 중 나온 조직을 유방 조직 시술(맘모툼) 때 나온 것으로 꾸며 허위 진료기록을 제출했다.
입원 환자에게 체외충격파, 도수·주사·면역치료 등을 한 것처럼 기록해 보험금이 ‘적립금’처럼 쌓이게 만든 뒤, 이 자금을 피부 물광주사나 두피 시술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리기도 했다.
경찰은 병원 압수수색을 통해 초음파 기록지, 유방조직 단면도, 수기 차트, 원무과 장부 등을 확보해 범행 정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특히 수기 차트에는 실제 종양 외에 다른 색 펜으로 추가 기재된 가짜 종양 표시가 있었고 환자별 허위 보험 적립금 관리 내역이 정리된 원무과 장부도 발견됐다.
간호사 인계부에는 ‘전산만 10월 28일 수술하는 것처럼 한다’는 등의 메모가 남아 있었고 동일 초음파 사진을 여러 부위에 재사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A씨는 마취된 여성 환자의 가슴 수술 사진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브로커에게 전송한 사실이 드러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도 입건됐다.
브로커들은 환자를 모집해 건당 7~11%의 수수료를 받거나 월급을 받는 형태로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병원장 A씨를 대상으로 7억3000만원, 브로커 2명에게 2800만원 상당의 추징보전을 법원에서 인용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유사 수법이 의심되는 의료기관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보험협회·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공조해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