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으로 2년간 연천·정선·청양 등 인구감소지역 7개 군을 대상으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대상 지역 거주 주민들에게는 매달 1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이 지급된다. 정부 방침대로 총 69개 인구감소지역으로 사업이 확대될 경우 연간 소요 재정은 4조 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이 시범사업을 밀어붙이려고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한 최후 보루인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했다. 포퓰리즘 논란이 큰데도 농어촌 기본소득을 시작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간판 브랜드인 ‘기본소득’ 실험에 나선 듯하다.
지역소멸 주민의 기본생활 보장이라는 정책의 취지는 이해하나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올 들어 8월까지 나라 살림 적자 규모는 88조 원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30년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64.3%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금성 복지는 중독성이 강해 한번 도입하면 중단하기 어렵다. 이런데도 정부는 1·2차 소비쿠폰 지급에 이어 아동수당 대상 확대 등 선심성 정책들을 강행할 기세다. 중앙정부의 돈뿌리기는 지방 재정마저 거덜내고 있다. 청양군의 경우 농어촌 기본소득 시행으로 기초지자체가 분담해야 할 사업비 162억 원을 빼면 연간 가용 예산이 140억 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러니 “생색은 국가가 내고 부담은 지방에 떠넘긴다”는 반발까지 나오는 것이다.
재정은 써도 써도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 재난기본소득 지원에 3조 3845억 원을 썼다. 결국 경기도는 올해만 3832억 원을 갚아야 할 처지다. 또 과도한 재정 확대는 물가 상승과 나랏빚 급증을 초래해 국가 신인도 하락을 불러온다. 유로존 2위 경제 대국인 프랑스마저 재정위기와 정치 혼란으로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정부는 눈앞의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과감한 구조 개혁, 규제 혁파 등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근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IMF는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7위로 22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에 역전당할 것으로 봤다. 대만의 기업 친화적 정책이 양국 경제의 명암을 갈랐다는 점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