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플랫폼 갑질 규제, 거래질서 영향 봐야”…KDI, 공정거래법 개정 촉구

온라인 플랫폼 특성 반영한 거래상지위 규제 필요…“효율성 검토도 포함해야”

“효율성 고려 없이 규제하면 시장 왜곡”…소비자 편익도 함께 평가해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네이버, 카카오, 쿠팡, 우아한형제들 등 플랫폼사 CEO CISO들과 정보보호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네이버, 카카오, 쿠팡, 우아한형제들 등 플랫폼사 CEO CISO들과 정보보호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갑질 문제를 규제하는 현행 공정거래법 체계가 플랫폼 시장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국책연구기관으로부터 제기됐다. 특히 개별 피해자를 특정해야만 제재가 가능한 기존 거래상지위 남용 규제 방식은 플랫폼 환경에서 사실상 실효성을 잃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일 발표한 보고서 ‘온라인 플랫폼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규제 개선 방향’에서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규율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특정 부담을 완화하고 거래질서 영향 평가와 효율성 검토를 포함하는 새로운 규제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KDI에 따르면 현행 공정거래법은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규제 시 우선 피해기업(을)을 특정하고 해당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배달앱·이커머스·콘텐츠 플랫폼처럼 다수의 사업자를 상대로 일괄적인 거래조건을 제시하는 플랫폼의 경우 피해자가 광범위하게 분산돼 있어 입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 공정위는 그동안 거래상지위 사건에서 개별 피해자를 특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에 막혀 배달앱·숙박앱·온라인 마켓 등 플랫폼 사건 처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KDI는 보고서에서 “플랫폼 규칙은 다수 사업자에게 일괄 적용되므로 피해자 일반의 공통 사정이 확인되면 규제해야 한다”며 대규모유통업법 사례처럼 피해자 일반 개념 적용을 제안했다.

관련기사



KDI는 또 플랫폼 규제 시 효율성 검토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통적 갑질 규제는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두지만 플랫폼은 다면시장 구조이기 때문에 제3의 이해당사자에게 편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에서 “플랫폼의 수수료 정책 변화가 일부 입점업체엔 불리하지만 소비자에게 가격 인하나 서비스 개선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효율성 효과를 무시하고 규제하면 오히려 시장 후생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나아가 플랫폼 규제체계를 장기적으로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규율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플랫폼은 거래 규칙 제정자로서 사실상 시장질서를 통제하는 절대적 지위를 가지므로, 기존의 상대적 지위 개념인 거래상지위 규제보다는 시장지배력 남용 규율 기준이 더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현재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력 판단 기준을 시장점유율 중심에서 거래조건 변경 능력 중심으로 개편하고, EU처럼 ‘착취 남용’도 시장지배적 남용 유형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KDI의 이번 제안은 사전 규제 중심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논의를 보완하는 실질적 사후규제 강화 방안으로 주목된다. 특히 쿠팡·네이버·카카오 등 메이저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 정당성과 집행력을 높일 제도 개선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제안에 대해 플랫폼 산업의 규제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규제 기준이 모호해지면 공정위의 재량권이 확대돼 기업의 법적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배상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