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분석

가난 탈출 더 어려워졌나…소득이동성 3년 연속 하락[Pick코노미]

계층 상승 10명 중 2명뿐

최바울 국가데이터처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소득 이동 통계 결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최바울 국가데이터처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소득 이동 통계 결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령화 여파로 우리 사회 소득 이동성이 3년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 해 동안 소득이 늘어 계층이 상승한 국민도 10명 중 2명 선에 그쳤다. 대한민국의 계층 이동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데이터처는 27일 이 같은 내용의 ‘2023년 소득 이동 통계’를 발표했다. 이 통계는 15세 이상 국민을 근로·사업소득 수준에 따라 분위(계층)로 나눈 뒤 매년 계층 간 이동 양상을 분석한 것이다. 농업 등 비과세소득·미신고소득과 근로·사업소득이 아예 없는 경우는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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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소득 1분위 국민이 2023년 2~5분위로 올라선 비율은 29.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분위 국민의 계층 이동률은 2020년 32.2%에서 매년 하락해 처음으로 30% 선 아래로 떨어졌다. 최저소득 계층이 고연봉 직장에 취직하거나 사업에서 성공을 거둔 빈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2023년 기준 소득 1분위에서 5분위로 수직 상승한 비율은 0.4%에 불과했다. 이른바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연령대별로는 15세 이상~39세 이하 청년층의 1분위 탈출률이 1년 만에 40.1%에서 38.4%로 1.7%포인트 감소했고 40~64세 중장년층의 1분위 탈출률도 32.1%에서 31.9%로 줄었다. 반면 65세 이상 노년층은 11.2%에서 11.5%로 상승했는데 복지 일자리 확대 등에 따라 이 계층의 소득이 늘어난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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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상위 20%였던 국민이 2023년까지 5분위에 머문 비율은 59.3%에 달했다. 일정 수준 계층에 올라서면 다시 내려갈 확률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1년 단위로 봐도 2023년 5분위자의 소득유지율은 85.9%로 전 계층 중 가장 높았다.

고소득자뿐 아니라 저소득자의 계층 이동 성향도 둔화됐다. 모든 계층을 통틀어 상향 이동 비율과 하향 이동 비율을 더한 ‘소득이동성’은 2020년 35.8%였으나 2023년 34.1%로 둔화했다. 상향 이동률(17.3%)과 하향 이동률(16.8%)이 모두 감소해 우리 사회 전체의 활력이 저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데이터처의 한 관계자는 “소득이동성이 높다는 것은 개인의 노동시장 성과에 따라 사회이동이 가능하다는 의미지만 경제적 안정성이 낮다는 뜻이기도 하다”면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동성이 커진 후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계층 간 불평등은 상당 부분 완화되고 있다. 2023년 기준 소득 5분위배율은 5.72배로 2021년(5.83배) 대비 0.1배가량 개선됐다. 소득 5분위배율은 소득 상위 20%(5분위)의 평균 소득을 하위 20%(1분위)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값이 클수록 불평등이 크다는 뜻이다.

최바울 데이터처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은 “국제 비교 기준은 없지만 소득이동성이 40~50% 이상이면 사회가 불안정한 상태로 해석될 수 있다”며 “현재의 30%대 수준은 비교적 안정적 범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이동성은 청년층이 활발하기 때문에 청년 비중이 증가하거나 청년 고용률이 많이 올라가면 상향 이동도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성별로 보면 남성의 상향 이동률은 16.6%, 여성은 18.1%로 여성이 더 높았다. 여성은 노동시장 진입·이탈이 잦고 육아휴직 후 조기 복귀 등으로 경제활동을 지속하는 경우가 늘면서 이동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남성은 5분위(27.9%), 4분위(23.3%) 비율이 높았고 여성은 1분위(26.2%), 2분위(23.8%), 3분위(23.3%)에서 많아 남녀 간 소득 격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난 탈출 더 어려워졌나…소득이동성 3년 연속 하락[Pick코노미]


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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