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거침 없는 이찬진의 입…시장은 불안하다

■흔들리는 금융 안정성

국정감사서 새마을금고 겨냥해

“3분의 1은 통폐합” 대놓고 언급

지주사 회장 선임관련 공개 저격

‘사모펀드에 과도한 적대’ 우려도

시장 "정책 집행기관 수장으로

보다 신중한 언급 바람직" 지적

이찬진(왼쪽) 금융감독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종합 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찬진(왼쪽) 금융감독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종합 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마을금고중앙회 직원들이 27일 오후 늦게 전국 단위 금고의 예금 동향을 점검했다. 28일에도 일선 창구 직원들은 긴장된 상태로 고객을 맞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3분의 1은 통폐합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대놓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한 지역금고 이사장은 “지역 금고가 다들 노력 많이 하고 있는데 자꾸 금감원장 발언처럼 부정적인 얘기가 나오면 나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원장의 거침없는 발언에 금융계가 긴장하고 있다.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일부 필요한 내용도 있지만 시장 안정을 해칠 수 있는 수준의 언급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수차례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을 겪었던 새마을금고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 2011년 당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간부 회의에서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이 시장 불안 요인이 되지 않도록 대비하라”고 한 뒤 새마을금고에서만 2조 5000억 원가량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2023년에도 행정안전부가 금고 100곳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한다고 밝히자 일부 뱅크런이 발생했다. 당국 고위 인사의 언급이 중요한 이유다.




이 원장은 행안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3분의 1 통폐합”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행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1267개 금고 중 623곳(49.2%)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8%를 넘겼다.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맞지만 이를 곧바로 구조조정으로 연결하기는 무리라는 게 금융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관련기사



이 원장은 새마을금고 관할권을 두고도 행안부와 조율되지 않은 메시지를 내놓아 시장 혼란을 키웠다. 전날 이 원장은 금고 관할권 이관에 대한 행안부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행안부가 금융 당국으로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넘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행안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BNK금융그룹을 포함한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한 언급도 마찬가지다. 이 원장은 21일 국정감사에서 BNK금융그룹에 대해 “특이한 면들이 많이 보인다”며 “필요 시 수시 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주 회장이 돼 이사회에 자기 사람을 심어 참호를 구축하는 분들이 보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이 원장은 곧 수위 조절에 나섰다. 그는 “당장은 구두지도를 하고 있다”며 “만약 BNK 쪽에서 특이한 사항이 발견이 되면 곧바로 조사나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당초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 원장 발언의 취지를 확인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지난주에 차기 회장 롱리스트(1차 후보군)를 선정하려고 했던 BNK금융그룹은 이를 연기하는 촌극을 빚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윤한홍 정무위원장도 이 원장에게 “민간의 최고경영자(CEO)나 임원 선임에는 금감원장이 관여하지 않는 게 맞다”며 “실세라고 소문나 있어 한마디하면 직원들이 오버해서 움직일 수 있다. 조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해서도 수위 높은 발언을 했다. 그는 “사모펀드 위탁운용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회사는 시장에서 퇴출하는 선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MBK파트너스가 실증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퇴출 가능성도 거론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를 포함해 사모펀드들이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며 “과도하게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의 지도·감독을 받아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인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사회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는 방향은 맞지만 시장의 오해를 야기하지 않는 정제된 발언을 내놨어야 했다”며 “금융정책 컨트롤타워는 금융위원장인 만큼 (정책) 언급은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승배 기자·신중섭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