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신부전이 만성 신부전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치료 기술이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이재영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김수온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 공동 연구팀이 금성 신장 손상이 만성화하는 과정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나노의약 기술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테라노스틱스’에 이달 23일 게재됐다.
급성 신부전은 혈류 차단, 패혈증, 독성물질 등 다양한 원인으로 신장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질환이다. 회복된 뒤에도 많은 환자들이 만성 신부전으로 진행되는 ‘신손상-만성 콩팥병 전이(AKI-to-CKD transition)’ 현상을 겪는다.
이 과정에는 신장 조직 내 과도한 활성산소 생성이 관여해 세포 손상→염증→섬유화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만성 신부전으로 악화하면 결국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이를 막을 뚜렷한 치료법은 없었다. 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손상 부위에만 작용하는 치료제가 부족해 표적형·반응형 나노의약 기술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신장 손상 부위에서 과도하게 생성되는 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면서 손상 부위에만 항섬유화 약물을 선택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그래핀 기반 지능형 나노의약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환원 그래핀에 히알루론산을 결합해 손상된 신장 부위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비타민D 유도체 계열의 항섬유화 약물인 ‘파리칼시톨’을 탑재해 손상 부위의 산화 환경에서만 약물이 방출되도록 했다.
항섬유화 약물(P)·히알루론산(HA)·환원 그래핀(rGO)을 결합해 제작한 ‘P/HA/rGO 나노의약’은 활성산소가 많은 병변 부위에서만 약물이 방출되는 ‘활성산소 반응형 약물 방출 메커니즘’을 구현했다. 정상 조직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신장 손상 부위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히알루론산 결합 덕분에 체내 안정성과 혈중 체류 시간이 크게 향상되어, 지속적이고 정밀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세포 수준 실험과 신장 허혈-재관류 손상 동물모델 실험을 통해 이 플랫폼의 약물 전달 효율, 활성산소 제거 능력, 조직 표적성, 치료 효과를 검증했다. 나노복합체는 93%의 약물 적재 효율을 보였으며 활성산소 존재 하에서 30일간 약물의 26%가 방출돼 일반 조건 대비 약 2.7배 높은 방출 효율을 나타냈다. 즉 손상 부위에 과도하게 쌓인 활성산소에 반응해 필요한 시점에만 약물이 방출되는 정밀 제어가 가능함을 입증했다.
세포 실험에서도 히알루론산(HA)·환원 그래핀(rGO) 복합체(HA/rGO)는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쌓여 세포를 손상시키는 환경에서 신세포 손상을 현저히 줄였다. 1mM(밀리몰)의 과산화수소 환경에서도 세포 생존율 70% 이상을 유지하는 높은 항산화 보호 효과를 보였다.
동물모델에서도 항섬유화 약물(P)·히알루론산(HA)·환원 그래핀(rGO)을 결합한 나노복합체(P/HA/rGO)가 세포 표면의 CD44 수용체와 히알루론산(HA)이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상호작용(CD44-HA)을 통해 손상된 신장에만 축적됐다. 혈중 신손상 지표 수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염증, 섬유화, 세포사(세포자살) 역시 효과적으로 억제됐다.
신장 허혈-재관류 손상 후 발생하는 신세뇨관 손상, 염증, 섬유화 등 급성신부전에서 만성신부전으로 이어지는 병리적 전이 과정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넘어선 통합형 나노의약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활성산소 환경에 반응하면서 손상 부위에만 약물을 전달하는 지능형 나노의약 플랫폼을 제시했다”며 “향후 임상 단계에서 신부전뿐 아니라 당뇨성 신증 등 다양한 신장 질환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