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명령어만으로 AI가 코드 척척…뉴노멀로 떠오른 '바이브 코딩'

5000줄 코드 48시간만에 끝내

어보브테크 등 채용과정에 도입

업무 효율성 최대 3배까지 늘어

기업들, 사내교육 등 적극 장려

MS 해고인력 30% SW개발자

국내서도 상반기 공고 수 줄어


인공지능(AI) 사주 상담 챗봇 플랫폼 젠디 등을 개발한 어보브테크는 최근 개발자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들에게 클로드 코드 유료 계정을 나눠줬다. 클로드 코드는 이용자가 영어 문장으로 명령어를 입력하면 AI가 요구 사항에 맞게 코드를 작성하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앱이다. 어보브테크는 지원자마다 200달러(약 29만 원) 상당의 클로드 코드 맥스 플랜 계정을 나눠준 뒤 이를 활용해 과제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지원자들이 48시간 동안 작성한 과제의 분량은 5000줄짜리 코드. 코드를 하나하나 짜야 했다면 신규 개발자 2명이 머리를 맞대 일주일을 밤 새야 했을 분량이다.

최주원 어보브테크 대표는 “코딩 방식은 기술 발전에 따라 변한다”며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이 바이브 코딩 도구를 마음껏 이용하고 생산성을 높이길 원해 채용 단계에서 바이브 코딩 활용 역량을 시험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번에 처음 바이브 코딩 테스트를 도입했는데 결과가 매우 만족스러워 앞으로도 이 방법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感'으로 코드 제작…수고로움 줄어


어보브테크의 사례처럼 정보기술(IT) 업계에 바이브 코딩 열풍이 불고 있다. 바이브, 말 그대로 감(感)만으로 코드를 만드는 개발 방식을 뜻한다. 사람이 자바스크립트나 파이썬 등 프로그래밍 언어를 한 줄 한 줄 입력하지 않고 소프트웨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게 바이브 코딩이다.

구글 클라우드는 바이브 코딩의 정의를 “AI를 사용해 자연어 프롬프트에서 기능 코드를 생성하며 개발을 가속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이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의 핵심 요건은 AI, 자연어 프롬프트, 개발 가속화다. AI를 활용하기에 자연어 명령어만으로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해졌으며 자연어 명령어를 입력하는 목적은 결국 작업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한 마디로 AI가 개발자의 수고로움을 덜어내는 조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재 대표적인 바이브 코딩 앱으로는 윈드서프, 커서, 클로드 코드 등이 있다.

바이브 코딩의 출현은 챗GPT 출시와 함께 시작됐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를 공개한 후 생성형 AI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 이쯤부터 일부 개발자들 사이에서 생성형 AI를 이용한 코딩 시도가 시작됐다. 다만 초창기 챗GPT는 전문적인 개발 업무에 활용하기엔 코드 작성 능력이 부족했다. IT 업계는 이듬해 오픈AI가 챗GPT의 대형언어모델(LLM)을 GPT-4로 업그레이드한 이후 점차 AI의 도움을 받아 코드를 짜는 사례가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2년 가까이 따로 명칭이 없던 이 행위는 올해 2월 오픈AI 창업 멤버 중 한 명인 안드레이 카르파시가 자신의 X에 “나는 이러한 양상을 바이브 코딩이라고 부른다”고 말하면서 이름을 얻게 됐다.

오픈AI 창업 멤버 중 한 명인 안드레이 카르파시가 2월 3일 올린 X 게시글. 이 게시글로 바이브 코딩이라는 표현이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X 캡처오픈AI 창업 멤버 중 한 명인 안드레이 카르파시가 2월 3일 올린 X 게시글. 이 게시글로 바이브 코딩이라는 표현이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X 캡처


국내 IT스타트업들 잇따라 도입



국내 IT 스타트업들도 바이브 코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포티투마루는 올해 3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AI 코드 에디터 커서 유료 계정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비개발 직군에 커서 활용을 장려하는 중이다. 채널코퍼레이션은 사내 인공지능 전환(AX)팀이 바이브 코딩으로 영업팀의 회의록 작성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 덕에 영업팀 직원들은 한 주에 4시간 가까이 써야 했던 회의록 작성 업무를 AI에게 대신 맡기게 됐다. 오케스트로는 신규 입사자를 대상으로 바이브 코딩 활용법을 가르치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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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들이 바이브 코딩에 열린 자세를 취하는 배경엔 생산성 향상이 있다.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바이브 코딩을 활용하면 기존 업무 코딩 방식과 비교해 적게는 30%, 크게는 3배 가까이 효율성이 증대한다. 카카오는 올해 4월 실무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바이브 코딩의 업무 적용 가능 여부를 시험했는데 2배가량의 생산성 향상 결과를 확인했다.

다만 아직 바이브 코딩으론 기존 프로그래밍 업무를 100% 대체할 수는 없다. 추상적인 언어 표현으로 정교한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들 수는 없다는 뜻이다. 대신 개발자들은 개발 난도가 낮으면서 단순 반복적인 코드 작성 업무 혹은 프로그래밍 최적화 방법을 찾을 때 바이브 코딩을 활용하고 있다. 이 정도 업무만 수행해도 신규 개발자 만큼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IT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현재 생성형 AI의 개발 역량을 사람과 비교하면 경력 5년 차 정도의 주니어 개발자”라고 평가했다.

카카오가 실무 개발자들을 상대로 기존 코딩 방식과 바이브 코딩의 생산성을 테스트한 결과 비교 그래픽. 그래픽 제공=카카오카카오가 실무 개발자들을 상대로 기존 코딩 방식과 바이브 코딩의 생산성을 테스트한 결과 비교 그래픽. 그래픽 제공=카카오


'개발자 일자리 위협' 그림자도


바이브 코딩의 등장은 개발자의 업무 편의성을 개선시켰으나 반대로 개발자의 일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개발자 인건비보다 더 저렴한 서비스 이용료에 동일한 성과를 내는 AI가 속속 출시되는 가운데 기업의 선택은 명확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먼저 반응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 5월 미국 워싱턴주에서 일하는 직원 2000여 명을 해고했는데 이 중 800여 명이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같은 달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한 포럼 행사에서 “MS에 저장된 코드의 20~30%를 AI가 작성했을 것”이라며 대규모 인원 감축의 배경을 시사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코드 작성에 투입되는 직업을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따로 분류하는데 이 프로그래머 전체 고용 규모가 지난해 대비 2034년에 6%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동 규제가 미국보다 까다로운 국내에서는 신규 개발자 채용을 줄이는 현상부터 나타나는 중이다. 진학사 캐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IT 기업의 신입 개발자 채용 공고 수는 564건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684건과 비교해 100건 이상 줄어든 수치다. 한 AI 관련 스타트업 대표는 “이미 지난해부터 신입 개발자를 뽑지 않고 있다"며 "3년 후에는 아예 회사에 주니어 개발자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입 비용 대비 실적을 비교했을 때 경영진 입장으로서 당연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구글의 AI 스튜디오 서비스를 이용해 바이브 코딩을 시연한 결과물. 구글 AI 스튜디오 캡처구글의 AI 스튜디오 서비스를 이용해 바이브 코딩을 시연한 결과물. 구글 AI 스튜디오 캡처


새로운 조직관리 방법 모색해야


바이브 코딩은 사람과 AI의 업무 기여가 결합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새로운 업무 방식의 등장으로 기업은 새로운 조직 관리 방법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AI에 의존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식이 지금보다 더 보편화되고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면 AI의 실적과 사람의 실적을 구분해 평가하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회사가 AI 도구를 선택하는 기준 및 직원의 AI 활용 지침 등도 전사적으로 통일된 규범으로 마련해야 한다. 현재 사람에게 적용되는 인사관리(HR) 시스템이 AI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김덕중 숙명여대 AI융합교육전공 겸임교수는 “3~5년 후에는 바이브 코딩의 여파로 새로운 조직 관리의 필요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사실상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러한 뉴노멀의 업무 양상을 얼마나 정교하게 평가하고 관리하는 지가 새로운 조직 관리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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