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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교
이응교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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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법 네비게이터
3개의 칼럼 #재테크
  • 최근 유통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대형 임대인이 회생절차에 돌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회생절차를 개시할 경우, 해당 건물에 입점한 수많은 임차인들은 법적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다. 이들은 기존 임대차 계약이 유지될 것인지, 보증금 반환은 가능한지, 차임을 계속 지급해야 하는지 등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법적 쟁점은 보증금반환채권과 차임 채무의 상계 가능성, 차임 거절의 효과, 그리고 임대차계약서에 포함된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이다. 이는 단순히 개별 임차인의 문제가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먼저, 채무자회생법 제144조는 회생절차 개시 후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부담하는 차임 채무에 대해 일정 요건 하에 상계를 허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당기 및 차기의 차임 채무'에 한해 상계가 가능하며, 예외적으로 보증금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이후 차임 채무에 대해서도 상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보증금이 있으면 향후 모든 차임 채무에 대한 상계가 허용되는 듯 보이지만, 이는 실무상 오해의 소지가 있다. 보증금반환채권은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고, 미지급 차임이나 원상회복 비용 등이 정산된 이후 비로소 발생하는 채권이다. 따라서 회생절차 개시 당시 임대차 계약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라면, 보증금반환채권은 아직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하며, 상계의 대상이 되는 자동 채권으로서 기능하지 못한다. 이 같은 해석은 회생절차 내의 채권구조와 채무자 재산의 공평한 분배라는 회생법의 기본 원리에 기초한다. 결국, 보증금이 존재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향후 차임채무와의 상계가 가능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상계가 불가능할 경우, 임차인 입장에서는 차임의 지급을 일시적으로 유보하거나 공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자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 역시 법적 한계를 가진다. 회생절차 개시 자체가 임대차계약의 효력을 자동으로 변경시키지는 않으므로, 계약상 차임 미지급에 따른 약정 해지 또는 법정 해지 사유는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한다. 다만, 차임의 일부나 1기 정도의 지급 유보로는 임대인의 해지가 가능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그 범위를 정교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회생절차와 관련하여 임대차계약서상 흔히 등장하는 '도산해지 조항'의 효력 문제도 중요한 논점이다. 대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자체만으로 계약이 당연히 해지되도록 하는 조항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지는 않지만,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의 경우에는 관리인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취지에서 도산해지 조항을 무효로 본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최근 하급심 판결들도 회생절차 개시만으로 계약이 해지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고 있다. 결론적으로, 회생절차에 돌입한 임대인을 상대하는 임차인은 법적으로 불확실한 지점들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보증금으로 차임을 공제하거나, 회생절차 개시를 이유로 계약해지를 주장하는 것 모두 쉽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계약서 조항을 면밀히 분석하고 전략적 대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5.03.22 09:00:00
    회생절차와 임대차계약
  •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회생 신청을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 인식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회생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낙인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회생을 하게 되면 채무자회생법이라는 단체법의 엄격한 구속하에 경영의 자율성이 제한되는 측면은 불가피하다. 절차에 있어 상대적으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단점이다. 이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회생을 망설이고 있는 기업들은 법원이 운용하고 있는 ARS 프로그램을 고려해볼 만하다. 자율구조조정제도(ARS제도)는 회생절차 개시의 원인이 확정적으로 발생하기 이전 법원이 채무자 기업에 대한 지원조치를 통하여 자율적인 구조조정 또는 그와 관련된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게 함으로써 회생기업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이다. 법원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고 채무자가 원하는 경우 절차가 가능한 공개되지 않도록 ARS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2023년 12월 이와 관련된 실무준칙이 개정됨으로써, 현재 법원은 이러한 제도 운용에 매우 적극적인 입장이다. 채무자 기업이 ARS 신청을 하게 되면,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결정으로 회생절차 개시 여부 결정 기간을 일정 기간 보류한다. 그와 같은 기간 동안에 법원의 포괄적 금지명령을 통해 채권자들의 개별적 강제집행이 중지되는 것은 회생절차와 마찬가지다. 즉, 채무자 기업은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을 일정 기간 피하면서 채권자들과의 자율적 협상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또한, ARS 프로그램 하에서는 채무자 기업과 채권자들 사이의 자율구조조정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절차 주재자를 두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절차 주재자는 보전관리인, CRO 또는 변호사, 회계사 등이 될 수 있다. 절차 주재자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채무자 기업과 채권자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합리적인 자율구조조정안이 수립되는 것을 돕는다. 즉, 채무자 기업은 일정 기간 방어막을 형성해 놓고, 법원이라는 공적인 장을 통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채권자들과 협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구조조정안이 타결되면, 채무자 기업은 회생기업이 되지 않고도 재무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수행한 사건 중, 담보 신탁된 부동산의 대주단 중 일부가 대출 채무 만기 연장에 부동의하여 만기 도래 채무의 지급불능 사태가 임박한 경우가 있었다. 일부 대주단에 대한 설득과 협의만 가능하다면, 회생을 피해갈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ARS 제도는 최적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설령 ARS 제도를 통해 자율적인 구조조정안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작성된 구조조정안은 채무자 기업의 사전 회생계획안이 될 수 있다. 사전 회생계획안은 피 플랜(Pre-Packaged Plan)이라고도 불리는데,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 전에 제출하는 회생계획안이다. 피 플랜을 활용하면 일반 회생절차의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이처럼 ARS 제도는 채무자 기업이 회생으로 가는 것을 예방하기도 할 뿐만 아니라, 회생으로 가더라도 신속히 회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므로, 위기에 처한 채무자 기업의 훌륭한 옵션이 될 수 있다.
    2025.02.22 09:00:00
    ARS 제도를 아시나요
  • 도산법은 재정적 위기에 직면한 기업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법적 장치이다. 이 과정에서 ‘채무자관리인(DIP·Debtor-In-Possession)’ 제도는 기존 경영진이 경영권을 유지하며 회생절차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필자가 최근 수행한 채권자 대리 사건에서, 법원은, 채권자도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그것이 채무자관리인의 의사에 반하는 M&A를 내용으로 하더라도 유효하다는 판단을 확정하였다. 통상적인 회생절차에서는 M&A가 이루어지더라도 채무자 관리인이 주도하여 이를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사안은, 채무자 관리인이 독자적인 회생계획안을 제출한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가 채무자관리인의 의사에 반하여, 제3자를 인수인으로 하는 M&A를 내용으로 하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하였던 경우였다. 이로 인해 채무자와 채권자가 각각 제출한 회생계획안이 동시에 채권자집회의 의결대상이 되었고, 그 결과 채권자들은 제3자 인수인이 지급하는 인수대금을 통해 채권자들이 일시에 현금 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채권자 제출 회생계획안에 손을 들어주어, 위 계획안이 법원의 인가를 득하였다. 이에 채무자관리인은 크게 반발하여, 기존 경영권을 유지한 상태에서도 충분히 회생이 가능하므로 이와 같은 법원의 인가결정은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채무자회생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하며 즉시항고 및 재항고를 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채권자 제출 회생계획안이 공정하고 형평에 맞으며 수행이 가능할 것 등의 채무자회생법상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면 유효하고, 인가가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번 결정은 도산법이 채무자 보호에 국한되지 않고, 이해관계자인 채권자들에게도 회생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권한을 부여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채무자관리인의 의사에 반하는 M&A가 법원의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은 채권자 중심의 회생계획안이 도산법 체계 내에서 가지는 가능성과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즉, 회생절차상의 M&A는 단순히 채무자 기업의 부채 해결을 넘어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채권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M&A를 활용한 회생계획안이 회생절차에서 더욱 자주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채무자와 채권자 간의 이해충돌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법원은 이러한 충돌을 조율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심리절차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도산절차는 단순히 부실기업의 구제를 넘어 도산절차의 이해관계인 모두에게 중요한 경제적 안전망으로서 기능하고, 기업의 가장 효율적인 생존 방안을 도모할 수 있는 도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2025.01.25 09:00:00
    채권자 회생계획안과 M&A: 도산법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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