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53
  • 2024년 말부터 서울회생법원이 시범적으로 도입한 ‘종합적 고려법’은 회생절차의 실무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상대적 지분비율법’에 따른 회생계획안 심사기준을 보완하여, 기업의 실질적인 회생가능성과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려는 시도이다 기존의 회생절차에서는 회생계획안의 인가요건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회생채권자에 대한 변제율보다 낮아야 한다는 상대적지분비율법이 적용되어 왔다. 이러한 기준은 특히 소규모 기업이나 창업 초기 기업의 경우, 경영자의 지분이 과도하게 희석되어 경영권을 상실하게 되는 문제를 야기했다. 예컨대, 상대적지분비율법에 따르면 회생채권자들이 10%만 변제받기로 한 경우, 기존 주주는 회생 후에도 10%보다 적은 지분만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법리는 채무자 회사의 지분 가치를 ‘기계적으로 채무보다 항상 후순위’로 보고, 기존 주주의 경영 지속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초기 창업자·벤처기업의 경우, 회생 채권자는 대체로 소수이고, 변제율이 낮게 책정되기 때문에 기존 경영자의 지분이 0%에 수렴하게 되어, 회생 후에도 회사를 운영할 동기를 잃게 하는 측면이 있었다. 소규모 법인의 경우에도, 기업가치 대부분이 경영자 개인의 능력이나 인적 네트워크에 기반하지만, 상대적 지분비율법은 이를 반영하지 않아 기존 경영자를 사실상 퇴출시키는 부작용이 있었다. 결국 이로 인해 회생 자체가 무의미해지거나, 오히려 파산을 선택하게 되는 도산유인이 발생하는 문제가 초래되었다. 이에 따라 서울회생법원은 소규모 기업의 특성과 현실을 반영하여, 기존 경영자가 회생 이후에도 일정 수준의 지분을 유지하며 경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적 고려법을 시범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책임경영을 유도하고, 회생절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종합적 고려법의 적용 범위와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서는 향후 명확한 정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특히, 경영권 유지의 기준, 채권자 보호 방안, 회생계획안의 공정성 확보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한 세심한 검토와 제도적 보완이 요구될 것이다. 회생절차는 단순히 채무를 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과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사회경제적 장치다. 종합적 고려법은 ‘형식보다 실질’에 기반하여, 회생제도의 본래 취지를 회복하고,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현실적인 균형점을 찾아내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생존을 지키는 회생, 종합적 고려법
    by 이응교
    2025.05.24 08:00:00
  • 우리나라의 잠재 경제성장률 하락이 심각하다. 관세 충격을 반영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 하락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그 동안의 경제성장 기여도를 분해해보면 이를 부정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내수 위축으로 인해 순수출 성장에 의존해왔다. 내수 요소인 건설 및 설비투자, 민간소비의 기여도는 줄곧 축소되어 왔다. 급기야 수출이 성장기여의 절반의 몫을 차지한 것이다. 트럼프 관세 정책의 결말과 그 효과는 아직 불확실한 영역에 있다. 다만 트럼프 관세가 글로벌 자유무역 기조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수출환경에 우호적일 수는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구 구조 변화의 충격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수출 감소의 마이너스 효과를 국내 수요가 보완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과거에는 일시적 대외요인으로 소매판매 등 내수가 침체되더라도 다음 해에는 반드시 V자형 반등세를 보였지만 지금은 내수침체 국면이 장기간 지속되는 구조적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수와 관련된 성장 동력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 동안에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내수 부진이었지만, 앞으로는 베이비부머의 출산율 하락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출산율 하락이 인구 오너스(Onus) 우려를 야기시키는 정도를 넘어 앞으로는 내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2000년대 이후 출산율이 급감했는데, 절반 가까이 줄어든 출생 세대가 30대가 되어 주요 소비계층, 또는 주택 구매 세력으로 등장하는 시기부터는 신규 내수가 현저하게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의 주체로서 기업 부문의 역할 변화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과거 산업화 시기에는 대기업 집단이 한국의 경제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대기업 주도로 투자와 고용창출을 통한 성장모멘텀을 확충하기가 어렵다. 내수시장이 협소할 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에서 중국, 인도 등과의 기술 격차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으며 핵심산업인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이 이미 글로벌 성숙산업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를 극복할 혁신성도 부족하다. 수출이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기 어려운 대외 환경 속에서 내수마저 고령화와 출산율 부진으로 인해서 구조적 침체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집단이 성장을 주도하기도 어려운 시대이다. 이러한 정체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혁신성장 기업이 필요하다. 기존 대기업, 제조업 중심의 성장시스템이 한계를 노출하기 시작할 때 AI, 로봇, 바이오 등 미래 성장산업 육성을 위해서 고위험-고성장 스타트업 투자가 필요하고, 그를 위한 모험자본 공급이 절실하다. 즉, 기술창업 생태계 구축과 자산운용 시장에서의 모험자본 공급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 지원책으로 인해 기술 창업 생태계가 확충된 것은 사실이다. 양적 비교에서 정부의 벤처자금 지원규모를 국가별 GDP 비중으로 보면 결코 타국에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질적 성장에서는 스타트업이 중견기업 및 대기업으로의 성장하거나 또는 그 생태계로 편입되어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성장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자산운용 시장에서도 대규모 장기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이 VC나 PE 등 장기 모험자본의 공급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등 혁신성장 기업이 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참고할 만하다. 미국의 스타트업 성장은 대학에서 시작된다. 대학에서 혁신기업 창업자가 나타나고 대학은 이를 충분히 검증한 상태에서 VC를 통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혁신기업들이 스탠포드나 MIT와 성장궤도를 함께 해왔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장기 운용을 하는 미국의 대학기금들은 자산배분에서 VC 비중이 최소 20%에 달할 정도이다. 장기운용을 하는 기관들이 장기 모험자본 시장에서 큰 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KAIST와 각종 정부 연구소가 즐비한 대전 지역에서 혁신 기업이 얼마나 육성되고 있는지를 보면 극명하게 대비된다. 또 위험계수 상향 등 각종 규제로 인해 대학기금, 연기금, 보험사 등 장기자금을 운용하는 기관들의 자금배분에서 PE, VC를 통한 모험자본 공급비중이 극히 미미하다는 점도 모험자본 육성에서 양국간 큰 차이점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 과연 경쟁력 있는 AI기업, 로봇기업이 있는가. 기업 경쟁력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상황에서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가. 정책기관인 모태펀드마저 VC 만기가 8년에 불과한데, 민간이 이를 넘어 확대 집행할 수 있을까. 모험자본 투자에 대한 위험계수가 과도하게 높은 상황에서 위험조정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있는가. PE 등의 모험자본이 사회적 순기능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 등등의 반대 질문이 부지기수로 등장할 수 있다. 이러한 질문들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모험자본 시장 육성을 위해서 정교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이지, 그것이 흐름을 되돌리거나 막아서는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될 시점이다.
    경제 회복의 열쇠는 모험자본 육성
    by 김세중
    2025.05.07 14:25:39
  •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가치가 상당 폭 떨어진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환율 수준은 하락폭이 크지 않다. 글로벌 미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통화바스켓(basket)의 지수(dollar index)는 올해 1~4월 중 8% 넘게 하락했다. 이는 한마디로 국제금융시장을 풍미하던 미국 예외주의(exceptionalism)가 힘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과 금융질서를 개편하려는 트럼프의 어설픈 움직임이 무역 상대국보다 미국의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더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안전자산 및 기축통화로서의 미 달러화의 신뢰를 훼손시키고 있다. 이에 반해 원·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3%대 하락에 그쳤다. 누군가 1400원대가 뉴노멀(새로운 기준)이라고 해서일까. 환율이 떨어지다가도 1400원에 근접하면 적잖은 달러 매수세가 등장한다. 과거에는 원·달러 환율 변동 정도는 글로벌 미 달러화 가치의 변동 폭을 상회했던 적이 많았는데 최근의 변동 폭은 이례적이다. 글로벌 달러화 움직임과 동조되지 않고 높은 환율수준에서 ‘안정적인 듯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들이 지목된다. 첫째 원·달러 환율이 중국 위안화의 대미달러 환율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간 경제적 밀접성을 감안할 때 과거부터 그래 왔었다. 중국 위안화는 올해 중 심리적 경계선인 달러당 7.3위안을 넘나들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중 간 무역전쟁 아래 위안화의 약세 압력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둘째 안타깝지만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원·달러 환율 움직임이 글로벌 달러의 움직임과 괴리되는 요인으로 일부 작용했다. 최근 불확실성이 완화되고는 있으나 큰 정치 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전환기에는 경제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 동력에 대한 불안감이 적잖이 근저에 깔려있다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셋째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로 인한 수급요인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순매도 확대에 못지않게 국내 거주자들의 지속적인 해외투자가 환율 하락을 제약하고 있다. 아직 이들에게 글로벌 미 달러화 약세와 미국 주가 조정 양상은 해외투자 선호를 약화시키기 보다는 저가매수의 좋은 타이밍으로 인식되는 듯하다. 이와 같이 원·달러 환율의 하방경직성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앞으로 글로벌 달러화 가치가 상승 반전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동반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크게 후퇴하여 그간 훼손된 미 달러화의 위상이 회복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 가능하다. 그리고 미국이 강경한 관세정책을 지속한 결과 미국보다 여타국의 성장이 더욱 부진해질 경우에도 그럴 수 있다. 게다가 국제통화체제에서 미달러화를 대체할 통화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미 달러화가 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달러화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 관세정책의 운명과 무관하게 이미 세계는 다극화의 길로 접어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의 약진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러한 여건 아래 필자는 종합적으로 볼 때 원·달러 환율은 적어도 올해 시계(time horizon)에서는 다음과 같이 상승보다는 하락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 첫째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제약시켜 온 미·중 간 무역 갈등이 더 이상 극단으로 치닫지만 않는다면 원·달러 환율은 아주 조그만 긍정적 실마리에도 이를 빠르게 반영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내 정세가 더욱 안정감을 찾으면 하락압력은 더 높아질 것이다. 둘째 국내 거주자의 외환수급 측면에서 볼 때 어떤 이유에서든 국내 거주자들의 해외투자 심리가 일시적이라도 약화된다면 부지불식간에 환율은 급락할 수 있다. 그것이 한미 협상과정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만일 미국이 원화 강세를 강하게 요구할 경우 시장 참가자들 간에 일단 환율이 충분히 떨어지기를 지켜보자는 심리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중기적으로 트럼프 관세정책의 불확실성과 그 영향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 보다 펀더멘털 측면에 집중하면서 미국 경기둔화 가능성과 그에 따른 미 연준 금리인하 이슈가 다시 화두가 될 것이다. 즉 글로벌 미 달러화 약세의 흐름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동반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 환율이 오를지 내릴지 누가 감히 자신하겠냐마는 무언가 방향을 전환하기 전의 정중동(靜中動)이 느껴지는 때인 것 같다.
    최근 환율 움직임에 대한 단상
    by 양석준
    2025.05.03 08:00:00
  • 도산절연(Bankruptcy Remoteness). 기업금융이나 부동산금융 구조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다. 이는 특정 자산이 채무자의 도산 또는 회생절차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법적 구조를 설계하는 기법을 말한다. 흔히 부동산담보신탁, 자산유동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서 활용된다. 최근 필자가 검토한 사안은 이 ‘도산절연’ 구조가 실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복합상영관을 운영하는 A사는 채무자의 점포 중 하나를 임차해 오랜 기간 영업해 왔다. 해당 부동산은 은행을 수탁자로 하여 담보신탁이 되어 있었고, A사는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담보하기 위해 그 전에 이미 임차권 등기와 근저당권 설정을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채무자가 회생절차에 돌입하며 A사의 보증금반환채권을 회생채권으로 분류해 회생채권자 목록에 기재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A사의 채권은 회생계획에 따라 감액될 수 있고, 채권자로서 집합적으로 변제를 받아야 할 위치에 놓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안의 핵심은, A사가 담보권을 설정한 대상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아닌 ‘신탁된 제3자 소유의 부동산’이라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도산절연의 법리가 작동한다. 채무자회생법 제250조 제2항 제2호는 “채무자 외의 자가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대하여는 회생계획이 효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채무자가 아닌 제3자가 소유한 재산에 설정된 담보권은 회생계획에 따라 변경되거나 실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법리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다38300 판결)에서도 명확히 확인된다. 해당 판례는 회생채권이 회생계획에 따라 실권되더라도, 제3취득자에 대한 담보권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곧, 회생절차라는 강력한 집단적 채무조정 장치조차도 제3자 소유의 신탁자산에 설정된 담보권까지는 침범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따라서 A사의 경우, 신탁된 부동산의 공매처분 등 사후 절차를 통해 담보권자로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 회생계획에서 감액된 채권액과 무관하게, 신탁부동산의 환가금액 범위 내에서는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런 사안을 처음 접하는 채권자들이 ‘채권자 목록에 내 채권이 회생채권으로 등재되었다’는 점만 보고 불안해하거나, 이의신청 등의 절차적 대응을 고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도산절연 구조와 관련 법리에 따르면, 이러한 회생채권 분류 자체는 임차인의 실질적 권리 행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의신청을 통해 채권 성격을 다툴 실익도 거의 없다. 회생절차는 집단적인 구조조정 수단이지만, 법적으로 보호되는 담보권의 벽은 쉽게 넘지 못한다. 도산절연 구조는 단순한 금융기법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도 권리를 방어하는 법적 수단이 되기도 한다. 담보권의 설정과 구조에 조금 더 정교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산절연 구조 속 채권자의 권리와 회생절차의 경계
    by 이응교
    2025.04.26 08:00:00
  • 대공황 당시를 연상시켰던 트럼프의 고율관세 집행이 90일간 유예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관된 기대를 하기 힘들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부분의 국가에 대한 10%의 기본관세 부과를 고집하고 있고, 중국에게는 대공황 당시에도 경험하지 못한 145% 관세로 협상 압박을 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의 높은 관세율이 실제로 집행된다면, 글로벌 경제는 신자유주의 흐름에 의해 형성된 자유무역시대와 작별해야 할 지도 모른다. 대공황이 있었던 100년 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이다. 당시 스무트홀리(Smoot-Hawley Tariff Act)법에 의해서 미국은 캐나다, 유럽 등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최고 59%의 관세를 부과했다. 지금도 미국은 당시 유럽, 캐나다와 같은 경계대상 국가로 중국을 지목하고 당시보다 훨씬 더 높은 145% 관세 부과를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ECB 총재 라가르드는 고율 관세와 대공황 연계성을 경고한 바 있다. 최근 금융시장의 반응도 미국의 강한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고율관세 부과 발표 이후 주식시장은 미국 나스닥 중심으로 급락했고, 미국의 달러 인덱스는 이례적으로 하락했다. 상위소득자에 의해 편중적으로 소유된 미국 증시(상위 10% 가계가 전체 주식 및 뮤추얼펀드 자산의 89% 소유) 보다도 트럼프가 더욱 관심을 갖는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30년물 국채금리는 고율 관세가 불러올 물가상승 위험을 반영하여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처럼 고율 관세가 심각한 경기침체의 촉매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것은 일방적 해석일 수 있다. 1930년대 대공황은 고율관세에 의해 촉발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결과에 가깝다. 당시 농업이든 제조업이든 산업내 심각하게 존재했던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투입 등 적극적 노력이 필요했고, 그 효과가 반감되지 않도록 수입을 억제하려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1930년대의 대공황은 직전인 1920년대에 있었던 미국 경제의 대호황이 만든 결과이다. 1920년대 미국은 신기술에 의해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당시 에디슨이 발견한 전기가 산업과 가정에 보급되었다. 자동차는 포드의 대량생산 시스템이 공장에 적용되고, 자동차의 대량 생산에 의한 대중화 시대를 맞이했다. 라디오의 확산이 말하듯, 가전과 통신의 결합이 이루어졌다. 신기술 도입과 경제의 팽창을 경험한 10년이었다. 대개 신기술의 도입과 확산은 옆으로 누운 S자 커브의 궤적을 따라간다. 신기술 도입 초기에는 기술의 확산이 천천히 이루어진다. 검증과 확신 단계를 거치면 신기술 제품이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지지부지하던 시장침투율이 크게 치솟는다. 일종의 특이점(Singularity)을 지나면 실생활 확산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미국 신기술은 1920년대 중반 특이점을 지나 후반에 대중들에게 광범위하게 침투했다. 문제는 신기술이 생산성 향상을 촉발하면서 경제가 팽창하지만, 대중화 진행 이후에는 공급은 증가하는 반면 이를 뒷받침해 줄 수요가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주식시장도 생산성 향상과 기업수익 개선을 확인하고 점진적으로 상승하다가 기술에 대한 과잉 기대로 급상승하고 나면 급기야 버블이 터지고 만다. 버블이 터지고 나면 부족한 유효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 재정이 동원된다. 자국의 재정을 동원한 유효수요 창출이 대외요인에 의해 희석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고율관세가 필요해진다. 과거 경험을 지금의 상황에 대입해보면, 우려와 달리 트럼프의 고율관세가 대공황 발생 위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920년대처럼 신기술에 의해 실물 팽창과정이 있고, 주식시장이 과잉 기대를 반영하여 버블을 만들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현재 신기술로 주목받는 분야는 기술적 발전을 거듭하며 대중에게 확산되고 있는 AI이다. AI 기술로 인해 급상승한 미국의 나스닥 지수를 주목함으로써, 현재 주식시장이 버블 상태인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AI가 특이점을 지나 대중화와 공급과잉 단계를 거치고 있는지, 주식시장 급락이 이를 반영한 결과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척도로 AI 공급과잉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지만 데이터센터 투자 동향이 하나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AI 시대 도래를 예상하며 데이터센터 투자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왔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될수록, AI 작동에 필수적인 GPU를 공급하는 엔비디아 주가는 치솟았다. 하지만 최근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조정하고 있고, 엔비디아 주가는 고점에서 25%가 물러나 있는 상태이다. 우려를 자극하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우려와 달리 AI의 확산이 특이점을 지나 팽창기를 지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딥시크 출범 이후 기존 AI 작동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발생하는 과도기적인 대응과정으로 본다. 딥시크 출현으로 AI 기술은 더욱 효율화될 것이고, 생활 속에서 생산성을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AI방식이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형태의 매우 효율적인 방식으로 급격하게 전환될 수 있다. 물론 지금은 경제 대공황 발생 위험도 경계해야 하지만, AI 기술 변화의 과도기 속에서 어떻게 기술발전을 주도할 지가 더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은 시대가 요구하는 AI 기술 발전을 위해서 민관역량 강화와 AI생태계 주도권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또 전략적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이다.
    AI 공급 과잉? 아직 논할 때 아니다  
    by 김세중
    2025.04.14 13:54:57
  •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 선을 위협 당하고 있다. 2018년 6월말 이후 유지되던 수준이 언제 깨질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과거 세계 주요평가기관들이 우리나라 대외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로서 주로 주목했던 터라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좀 달라졌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 변화할수록 외환보유액의 절대 크기의 의미는 퇴색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순대외금융‘자산’ 1조 달러 국가가 되었다. 2014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순대외금융‘부채’ 상태였다. 그때와 지금의 외환보유액 의미가 서로 같을 수는 없다. 필자는 순대외금융자산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전에 설명한 적이 있어 다시 반복하지는 않겠다. (★2024년 6월 29일자 참조. 환율이 올라도 전보다 두렵지 않은 이유[양석준의 마켓인사이드]) 대신에 이와 더불어 최근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는 것이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에 주로 기인하는 것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먼저 그것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해외투자자산은 2024년 말 전체 자산의 절반을 훌쩍 넘는 690조 원 상당이었다. 그중 10%까지 전략적으로 환 헤지를 할 수 있도록 하였으니 대략 외화로 480억 달러 수준이다. 즉, 전략적으로 환율이 특정수준을 상회하면 환 헤지를 시작하고 정해진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중단될 것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실행될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략적 환 헤지 포지션은 세 가지 형태로 만들어진다. 첫째는 이미 보유중인 외화자산에 대해 선물환 매도포지션을 생성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신규 투자를 위해 외환을 매입하는 동시에 선물환 매도포지션을 함께 생성시키는 것이다. 셋째는 기존 선물환 매도포지션 만기 도래시 결제 목적으로 외환을 매입하는 동시에 새로운 선물환 매도포지션을 생성시키는 것이다. 첫 번째 형태는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서 외국환은행과 선물환 매도거래를 하는 것이므로 환율하락과 스와프레이트 하락을 야기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형태는 한국은행과 외환스왑거래를 할 수 있으므로 환율이나 스와프레이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바로 이것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감소되는 것이다. 한국은행과는 650억 달러까지 외환스왑거래가 가능하다. 외환스왑거래의 특성상 만기에 선물환부분의 결제가 이루어지면 외환보유액은 회복된다. 그러나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은 환율이 하향 안정될 때까지 스왑계약을 연장(롤오버)할 가능성이 커서 외환보유액은 회복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국민연금으로 인한 외환보유액 감소는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세 가지 관점에서 주장하고자 한다. 첫째 외환보유액 감소분은 다름 아닌 공적기관인 국민연금의 자산으로 전환된 것이라는 점이다. 1조 달러가 넘는 순대외금융자산의 테두리 내에서 외환보유액의 일부가 빠져나와 공적투자자산으로 재분류가 이루어진 것일 뿐이다. 굳이 외환보유액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할 만큼 외환보유액 한 푼이 아쉬운 상황도 아니다. 오히려 필자는 이제는 외환보유액을 좀 줄여서 미래세대를 위한 장기 고수익·고위험의 대체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24년 11월 30일자 참조. 도전, 외환보유액에 대한 인식의 전환 [양석준의 마켓인사이드]) 둘째 현 시점에서는 오히려 외환보유액을 가급적 많이 국민연금으로 옮겨 놓을 필요도 있다. 세계 9위의 외환보유액 축적은 트럼프에게 대미무역흑자를 위한 원화약세의 결과물로 오해를 사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국민연금과 같이 안전한 곳에 외환스왑거래 방식으로 외환보유액을 원하는 기간만큼 맡겨 놓았다가 ‘때’가 되면 다시 외환보유액을 회복시킬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셋째 필자는 외환보유액을 다시 회복시킬 ‘때’가 찾아 올 수 있고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 헤지를 충분히 해 놓으면 그 ‘때’에 낮은 환율에 그만큼 외환을 매입하여 한국은행에 되갚을 수 있다. 혹시 모를 일이다. 손발이 묶인 외환당국을 대신해서 시장에서 환율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지도. 당장은 극단적 가정이라 할 수 있지만 트럼프가 관세와 군사방위를 무기 삼아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맹국이자 무역상대국에게 달러화 약세를 주문하고 초장기 제로쿠폰 국채 스왑거래를 강요하는 ‘때’가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생각에서이다. 소위 마러라고 합의(Mara-la-go Accord) 시나리오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를 회색오리위험(Grey Swan Risk)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경우 달러·원 환율의 급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무튼 헤지라는 것은 보험과 마찬가지로 평소에는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다. 실제로 일각에서 국민연금 환 헤지로 인해 기회이익이 상실된다고 비난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기업이든 국가든 유비무환(有備無患)을 위한 의사결정은 힘든 것이다. 사고를 미리 알 수는 없기에.
    외환보유액과 국민연금의 환 헤지
    by 양석준
    2025.04.05 07:00:00
  • 최근 유통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대형 임대인이 회생절차에 돌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회생절차를 개시할 경우, 해당 건물에 입점한 수많은 임차인들은 법적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다. 이들은 기존 임대차 계약이 유지될 것인지, 보증금 반환은 가능한지, 차임을 계속 지급해야 하는지 등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법적 쟁점은 보증금반환채권과 차임 채무의 상계 가능성, 차임 거절의 효과, 그리고 임대차계약서에 포함된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이다. 이는 단순히 개별 임차인의 문제가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먼저, 채무자회생법 제144조는 회생절차 개시 후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부담하는 차임 채무에 대해 일정 요건 하에 상계를 허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당기 및 차기의 차임 채무'에 한해 상계가 가능하며, 예외적으로 보증금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이후 차임 채무에 대해서도 상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보증금이 있으면 향후 모든 차임 채무에 대한 상계가 허용되는 듯 보이지만, 이는 실무상 오해의 소지가 있다. 보증금반환채권은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고, 미지급 차임이나 원상회복 비용 등이 정산된 이후 비로소 발생하는 채권이다. 따라서 회생절차 개시 당시 임대차 계약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라면, 보증금반환채권은 아직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하며, 상계의 대상이 되는 자동 채권으로서 기능하지 못한다. 이 같은 해석은 회생절차 내의 채권구조와 채무자 재산의 공평한 분배라는 회생법의 기본 원리에 기초한다. 결국, 보증금이 존재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향후 차임채무와의 상계가 가능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상계가 불가능할 경우, 임차인 입장에서는 차임의 지급을 일시적으로 유보하거나 공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자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 역시 법적 한계를 가진다. 회생절차 개시 자체가 임대차계약의 효력을 자동으로 변경시키지는 않으므로, 계약상 차임 미지급에 따른 약정 해지 또는 법정 해지 사유는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한다. 다만, 차임의 일부나 1기 정도의 지급 유보로는 임대인의 해지가 가능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그 범위를 정교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회생절차와 관련하여 임대차계약서상 흔히 등장하는 '도산해지 조항'의 효력 문제도 중요한 논점이다. 대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자체만으로 계약이 당연히 해지되도록 하는 조항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지는 않지만,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의 경우에는 관리인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취지에서 도산해지 조항을 무효로 본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최근 하급심 판결들도 회생절차 개시만으로 계약이 해지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고 있다. 결론적으로, 회생절차에 돌입한 임대인을 상대하는 임차인은 법적으로 불확실한 지점들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보증금으로 차임을 공제하거나, 회생절차 개시를 이유로 계약해지를 주장하는 것 모두 쉽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계약서 조항을 면밀히 분석하고 전략적 대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생절차와 임대차계약
    by 이응교
    2025.03.22 09:00:00
  • 기후 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친환경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친환경 기업에 대한 투자와 해외 진출 지원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금융 수출 전략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친환경 산업의 선도국으로 자리 잡고, 동시에 금융 자본을 활용해 경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민간 자본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먼저, 정부 및 공공기관이 친환경 산업 육성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친환경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연구개발 지원, 규제 완화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초기 단계의 친환경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조금과 기술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정책적 기반이 마련될 때,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민간 자본이 공공자금을 지원하며 적극적으로 친환경 산업과 친환경 인프라 금융 수출 부문에 투자해야 한다.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경영이 기업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은행, 보험, 연기금 등의 금융권과 PE, VC 등 민간 부문의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친환경 기업에 대한 투자는 수익성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이 친환경 인프라를 기반으로 해외 금융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축적된 금융자본을 해외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은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국내 친환경 기업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K-탄소감축, K-물산업, K-순환경제 등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친환경 기술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무역협정과 외교적 협력을 활용하여 해외 진출의 장벽을 낮추고, 민간 기업들이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더 나아가, 민간 금융기관들은 해외로 진출하는 중소·중견 친환경 기업을 육성하고 전략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고령화로 인해 장기 자금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글로벌 친환경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일본의 ‘와다나베 부인’처럼 한국의 ‘서학개미’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기관투자가들도 해외에서 지속가능 인프라 금융자산 투자 확대를 통해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 트럼프의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육상풍력, ESS 등의 신재생에너지, 수퍼 사이클로 평가되는 미국의 전력 인프라 교체, 건물 에너지 효율화 기술, 배터리 및 플라스틱 등 자원 순환경제 등에 대한 수요 확대가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또 미국 이외에 중동 및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기존 매립 위주 처리에서 재활용 및 소각 등으로 신속한 정책 전환이 추진되고 있어 지속가능 인프라 투자환경은 지역을 막론하고 전반적으로 양호하다. 친환경 기업의 성장과 해외 진출, 지속가능 인프라 금융수출 전략의 강화는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고, 민간은 적극적인 투자와 금융 지원을 통해 친환경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동시에 친환경 관련 금융수출 전략을 강화로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여 보호주의 확산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친환경기업 해외진출 위한 금융지원 강화할 때다
    by 김세중
    2025.03.12 11:01:27
  • 트럼프 취임 이후 각종 정책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무기화된 미국의 관세는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오로지 미국 국익만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뿐이다. 전통적 우방이나 동맹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미국의 관세 공격에 무방비 상태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그 타격이 더욱 크다. 한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 경제는 소비와 투자 등 구조적 내수 부진 속에서도 수출을 유일한 성장 엔진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미국의 관세 공격이 본격화되면 수출 부진이 불가피하고, 한국 경제 성장률이 단숨에 1%대 초반으로 떨어질 만큼 강력한 역풍을 몰고 올 것이다. 한국은행이 환율 걱정을 뒤로하고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것도 이러한 경제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 중 하나다. 당연히,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통행식 관세정책 강행에 부분적으로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국의 경제적 이익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조치일 뿐만 아니라,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해 글로벌 경제의 지속 성장에도 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유무역의 보편적 원칙을 거스르는 이러한 정책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일견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자유무역을 신봉해왔다. 그렇게 배워왔고, 이는 한국인의 경제적 사고방식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자유무역 개념이 더욱 강하게 뿌리내렸다. 자유로운 교역이 국가 간 후생을 증가시킨다는 이론적 기반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었고, 마치 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반화된 경제 작동원칙이 하루 아침에 부정당하는 데 대한 심리적 저항과 불안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두고, 중국이 이미 양명학으로 대체했음에도 조선은 뒤늦게까지 당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론인 성리학에 매달렸던 역사적 상황과 유사하다고 볼 수도 있다. 자유무역 이론을 전세계에 수출했던 미국이 이제는 이를 거둬들이고 새로운 실리를 취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역설이기도 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대외경제 변화 속에서 한국의 대응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현재 금융시장에는 글로벌 자금이동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토빈세(Tobin tax) 같은 장벽이 존재하지 않는다. 수출 중심의 실물 경제가 도전에 직면한 지금, 금융자본의 해외진출 전략을 구조적으로 재정비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축적된 금융자본을 활용한 해외자산 구축이 한국경제의 미래를 대비하는 핵심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은 ‘서학개미’로 불리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과거 일본의 ‘와다나베’ 부인처럼 해외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최근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국가간 이중과세 방지 세제 개편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도 이러한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해외시장과 기업에 대한 투자는 개인 차원에서도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다. 개인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연금과 보험 중심의 장기 자금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이를 소화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 기관 투자자의 해외 자산 투자 수요 역시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고령화 시대를 먼저 경험한 일본의 경우를 보면 ‘와다나베 부인’과 같은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뿐만 아니라 기관 중심의 글로벌 인프라자산 투자 확대도 전략적으로 성공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를 한국에 적용한다면, 한국의 중소중견 및 대기업이 ESG 기반 인프라 수출을 확대하는 플랫폼을 정부가 마련하고 민간금융기관의 장기자금이 후속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환경부 및 국토부 등 정부 부처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이러한 해외투자 민관협력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고 확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에 맞춰 미국의 지속가능 인프라 구축에 한국의 장기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국의 고령화 자금의 효율적인 운용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예봉을 완화시키는 전략적 수단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즉, 미국과의 협력 강화와 한국 금융 자산의 글로벌 확장을 동시에 도모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는 환경에서 수출중심의 성장전략을 보완할 새로운 해법으로서, 민관협력 기반에서 금융자본이 지속 가능한 인프라 구축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확장 전략을 적극 추진한다면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장기적으로 보강하는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의 예봉 꺾을 민관협력 인프라 금융수출 전략   
    by 김세중
    2025.03.04 08:30:00
  • 유로지역이 재정위기로 혼란스러웠던 2011년부터 3년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근무했었다. 때가 때인지라 역내 국가의 대표자들이 회의 테이블에 모인다는 뉴스를 자주 접했다. 유로(Euro)라는 같은 화폐만 사용했을 뿐 경제적으로 크게 다른 남북의 국가들 간에 제대로 협상이 이루어질까 싶었다. 그러나 전통적 민주적 가치관을 기반으로 공동체 목표에 집중하고 고도의 정치적 수완을 발휘하는 모습이 꽤 기억에 남는다. 유럽이 작금 처한 여건은 유럽재정위기 당시에 못지않아 보인다. 세계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 트럼프가 재등장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후유증은 유럽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가치관이 충돌하면서 정치 세력 간 분열이 조장되고 기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중심의 안보질서도 흔들린다. 독일의 조기총선 결과는 유럽 전체의 정치적 지형의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런 위기 앞에서 과연 유럽은 경제 회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금 유럽은 위기를 통감하며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주 오래전이지만 유럽통합의 아버지 장 모네는 불가능해 보이던 유럽통합을 강조하면서 “유럽은 위기를 통해 건설될 것이요, 필요하면 변화를 받아들이고 위기가 닥치면 필요를 인식할 수밖에”라고 했다. 이들의 말에 다시 귀를 기울이게 된다. 사실 유럽은 이미 변화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2024년 4월과 9월에 나온 두 개의 보고서는 그 시작을 알리는 경종이었다. 엔리코 레타 전 이탈리아 총리의 ‘하나의 시장 그 이상(Much more than a market)’과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유럽 경쟁력의 미래(The future of European competitiveness)’. 두 현인(賢人)의 보고서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EU를 한층 심화된 단일시장으로 업그레이드하여 생산성 제고를 통해 유럽의 경쟁력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시큰둥한 초기 반응이 없을 수 없었지만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EU 집행위가 이를 중장기 전략으로 완성시켰고 올해 들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실행 단계로 옮기고 있다. 위기의 급박함이 만들어낸 원동력이다. 트럼프의 관세를 앞세운 공격이 더 거세지고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EU는 단일 시장의 이점을 살려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EU 27개 국가들의 총 수출액 중에서 역내 국가에 대한 수출 비중은 62%에 달하는 반면 대미 수출규모는 8%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대미수출에서 입은 타격을 충분히 다른 쪽 수출 증대로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유로지역의 통화 및 재정 정책은 미국보다 완화적인 스탠스를 펼치기에 훨씬 유리하다. 미국보다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은 ECB의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기대하게 한다. 그리고 미국 관세 영향이 큰 개별 국가들은 재정여력이 양호하여 경기를 뒷받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일랜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미 수출비중이 27%로 가장 높지만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은 43%로 매우 낮다. 심지어 정부부채 비중이 140%가 넘는 이태리의 경우도 EU차원에서 경제회복기금(NGEU)을 대규모로 할당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공지출 여력이 나쁘지 않다. 또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인공지능(AI) 투자 측면에서도 유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U는 전 세계 ESG 정책을 주도하고 기업들의 착실한 준비를 장려해 왔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친환경 에너지정책 전환 포기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기에 충분하다. 또한 그동안 미국과 중국에 비해 뒤처져 있던 테크 관련 혁신에 있어서도 지난번 파리 ‘AI행동 정상회의(AI Action Sumit)’를 계기로 기술 경쟁력 강화와 투자유치 확대에 본격 나섰다는 점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아무튼 유럽에게는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지 않아 보인다. 다만 가시적 효과가 나오기에 시간이 꽤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미리 금융변수들에 선반영시킬 것이다. 눈앞의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위기를 진단하고 이를 기회로 중장기 과제를 풀어나가려는 유럽 지도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없이 부러운 것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상황 때문일까.
    위기의 유럽, 변화의 유럽
    by 양석준
    2025.03.01 08:00:00
  •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회생 신청을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 인식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회생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낙인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회생을 하게 되면 채무자회생법이라는 단체법의 엄격한 구속하에 경영의 자율성이 제한되는 측면은 불가피하다. 절차에 있어 상대적으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단점이다. 이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회생을 망설이고 있는 기업들은 법원이 운용하고 있는 ARS 프로그램을 고려해볼 만하다. 자율구조조정제도(ARS제도)는 회생절차 개시의 원인이 확정적으로 발생하기 이전 법원이 채무자 기업에 대한 지원조치를 통하여 자율적인 구조조정 또는 그와 관련된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게 함으로써 회생기업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이다. 법원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고 채무자가 원하는 경우 절차가 가능한 공개되지 않도록 ARS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2023년 12월 이와 관련된 실무준칙이 개정됨으로써, 현재 법원은 이러한 제도 운용에 매우 적극적인 입장이다. 채무자 기업이 ARS 신청을 하게 되면,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결정으로 회생절차 개시 여부 결정 기간을 일정 기간 보류한다. 그와 같은 기간 동안에 법원의 포괄적 금지명령을 통해 채권자들의 개별적 강제집행이 중지되는 것은 회생절차와 마찬가지다. 즉, 채무자 기업은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을 일정 기간 피하면서 채권자들과의 자율적 협상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또한, ARS 프로그램 하에서는 채무자 기업과 채권자들 사이의 자율구조조정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절차 주재자를 두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절차 주재자는 보전관리인, CRO 또는 변호사, 회계사 등이 될 수 있다. 절차 주재자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채무자 기업과 채권자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합리적인 자율구조조정안이 수립되는 것을 돕는다. 즉, 채무자 기업은 일정 기간 방어막을 형성해 놓고, 법원이라는 공적인 장을 통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채권자들과 협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구조조정안이 타결되면, 채무자 기업은 회생기업이 되지 않고도 재무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수행한 사건 중, 담보 신탁된 부동산의 대주단 중 일부가 대출 채무 만기 연장에 부동의하여 만기 도래 채무의 지급불능 사태가 임박한 경우가 있었다. 일부 대주단에 대한 설득과 협의만 가능하다면, 회생을 피해갈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ARS 제도는 최적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설령 ARS 제도를 통해 자율적인 구조조정안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작성된 구조조정안은 채무자 기업의 사전 회생계획안이 될 수 있다. 사전 회생계획안은 피 플랜(Pre-Packaged Plan)이라고도 불리는데,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 전에 제출하는 회생계획안이다. 피 플랜을 활용하면 일반 회생절차의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이처럼 ARS 제도는 채무자 기업이 회생으로 가는 것을 예방하기도 할 뿐만 아니라, 회생으로 가더라도 신속히 회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므로, 위기에 처한 채무자 기업의 훌륭한 옵션이 될 수 있다.
    ARS 제도를 아시나요
    by 이응교
    2025.02.22 09:00:00
  • 지난 달 트럼프 취임 이후 글로벌 금융 시장은 크고 작은 변동을 겪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전력기기, 원전, 우주국방, 로봇, 소프트웨어 등 ‘소프트 AI’ 관련 종목들이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이는 단순한 단기 흐름이 아니라 시장이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AI 인프라 구축(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에너지 정책(전력·원전 확대), 우주국방 투자 확대 등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만큼, 해당 섹터의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딥시크 쇼크’ 이후 AI 관련 주식들이 급등락을 반복하며 시장의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도 이런 변동성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시장의 중심에는 AI, 그중에서도 ‘소프트 AI’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프트 AI’(AI 활용 산업)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전력·원전·로봇·우주 등 다양한 산업과 결합하며 경제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AI 산업을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어, 관련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금리와 환율의 방향성이다.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국채 금리는 취임 전 불확실성 때문에 급등했지만, 취임 이후 정책이 나오면서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도 같은 흐름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즉 금리는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환율도 비슷한 패턴이다. 취임 전에는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달러 강세, 원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취임 이후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다시 원화 강세 및 달러 약세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면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지만 큰 틀에서는 원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흐름은 금융시장에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는 ‘악재’가 아니라 ‘불확실성’이라는 점이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안정을 찾아간다. 결론적으로 중요한 것은 변동성에 휩쓸리지 않고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읽는 것이다. AI 중심의 변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단기적인 조정을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전략적 시각이 필요하다.
    가장 큰 리스크는 '불확실성'…답은 바뀌지 않았다
    by 서진환
    2025.02.15 08:00:00
  • 지난 설 휴 기간 동안 미국 증시에서는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 대장주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하루 만에 증발한 엔비디아 시가총액 감소분은 단일 기업 기준으로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중국 AI 기업인 딥시크(DeepSeek)가 개발한 저비용 고성능의 인공지능 모델이 몰고 온 충격파였다. 하락세는 하루에 그치지 않았고, 이후 엔비디아, 마이크론테크놀러지, 하이닉스는 큰 폭의 하락세를 맞았다. 딥시크 사태가 AI에 대한 과잉투자 우려를 자극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정부를 중심으로 딥시크가 대중국 수출통제 품목인 고사양 H100반도체를 불법적으로 활용하고,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간 기술 패권 경쟁이 더욱 격화되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친환경적인 자체 AI반도체 시스템 구축을 가속할 것이라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필자는 딥시크 사태를 세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딥시크의 데이터 처리 방식, 딥시크의 고성능, 그리고 오픈소스 정책이 가지는 파급력이다. 데이터 처리 방식은 인공지능의 효율적 데이터 사용과 관련이 있다. 우리 사회가 AI 시대로 매우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AI의 데이터 처리방식이 지속될 수 있을 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무어의 법칙(Moore’s Law·컴퓨팅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의 한계를 뛰어넘는 적층 HBM 방식이 AI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부수적으로 등장하는 많은 전기 소모와 열 발생 등과 같은 난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는데, 인간의 뇌는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전기나 열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인간의 뇌는 데이터를 입력하고 처리하는 방식이 단순 데이터 집적 및 학습이 아니라, 데이터를 계층화하고 필터링 하면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SNN, 뉴로모픽)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딥시크의 데이터 처리 방식은 COT(Chain of Thought ·문제를 단계로 구분해 처리), MOE(Mixture of Experts·전문가 활성기법) 등을 적용한 기술인데, 이는 기존에 알려진 데이터 처리방식을 일부 개선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COT, MOE 단계의 강화학습 이전에 콜드스타트로 명명된 예비데이터 단계를 거치기에 데이터 처리량이 결국 오픈AI의 인공지능 모델 등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즉 데이터 처리 효율성 면에서 특별히 우월하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많은 파라미터 중에서 일부만 활성화해서 효율성을 높였다고 주장하지만, 필터링을 위해 사전에 대규모 데이터 처리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의 전기 소모와 열 발생을 줄이는 획기적인 비용 절감 방식인지 미리 예단하기보다는 아직은 귀추를 지켜보아야 할 단계로 보인다. 우리에게 중요한 점은 딥시크 같은 고성능 AI 모델이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오픈소프 형태로 공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AI 생태계는 모든 데이터가 집중될수록 효과적인 다다익선의,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강화시키는 구조였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이 2·3등 기업도 공존할 수 있는 제조업과 달리 오직 1등만 승자독식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증시에서도 미국 빅테크 일부 기업만이 시장을 주도하는 일극체체를 고착시키는 동력이었다. 하지만 고성능을 수반한 오픈소스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AI 생태계가 일극주의를 벗어난 경쟁체계를 구축하면서 더욱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각종 전문 영역에서 AI 소프트웨어가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제공된다면 한국의 많은 AI 기업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딥시크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조금 더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우주선점 경쟁을 가속화시켰던 1950년대말 ‘스푸트니크 모멘텀’까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폭넓은 AI 생태계를 만드는 자양분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딥시크, AI 생태계의 게임체인저인가
    by 김세중
    2025.02.05 14:57:08
  •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서 오랫동안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 고위 당국자로부터 그 수준이 뉴노멀(new normal)일 수 있다는 언급이 있었다. 환율을 둘러싼 여건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우선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미국이 상대적으로 견고한 실물경제를 기반으로 통화정책이 여타국과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 금리격차만 보면 미 달러화 강세는 명확하다. 게다가 트럼프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는 불확실한 전망이 선제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상황을 더하면 미 달러화의 강세에 대비한 원화 약세는 더욱 선명해진다. 경제성장 전망치는 하향 수정을 반복해 왔고 올해도 내국인들의 해외투자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이후 불거진 정치적 사건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가라앉기에 아직 시간이 꽤 남아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의 시작과 더불어 그동안의 원·달러 환율에 대한 일방적인 전망에 자그마한 균열이 느껴지고 있다. 뭔가 터널 끝이 나타날 것 같은 막연한 기대를 갖게 한다.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예상보다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 지난 연말 휘몰아치던 원화 약세 추세에서 외환보유액을 많이 소진했을지 모른다고 우려했었다. 연초 발표된 통계를 통해 우리는 환율의 상당부분이 시장의 자율적 수급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데 고무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향상된 자생력에 놀라면서 한편으로 우리 외환당국의 시장을 운영하는 발전된 자세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둘째,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한국은행과의 통화스왑과 더불어 환 헤지와 연계된 해외투자 규모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적극적인 외환공급 요인은 아니더라도 환율 상승을 야기하는 수요 형태의 변화라는 점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셋째, 트럼프 2기의 관세부과와 관련한 우려가 일단은 당초보다 완화되었다. 실제 트럼프 취임 이후 예상보다 소프트한 스탠스를 보이고 있고 시장은 일단 과격한 말잔치보다는 실제 집행 여부를 지켜보자는 분위기이다. 당초 신임 재무장관 베센트가 관세정책이 불공정 무역관행 협상용 도구라고 언급했던 것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넷째,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부과와 관련해서 양국 간에 환율조정(currency adjustment) 이슈가 대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2의 플라자 합의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보복적인 통화절하로 대응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피하기 위해 경제적 협의 가능성이 아직 상존한다고 본다. 다섯째, 이른 감이 있지만 유로지역 경제가 바닥을 다지는 느낌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더디지만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경기회복세가 예상되고 특히 독일이 2월 총선 이후 재정준칙을 완화할 경우 재정확대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유럽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저평가된 주가의 회복도 눈에 띈다. 마지막으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법치의 테두리 하에서 앞으로의 정치 일정이 보다 투명해진다면 국가신용등급을 우려할 이슈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더 이상 국내 정치상황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상과 같은 희망 섞인 논리에도 불구하고 당장은 글로벌 미 달러화 가치가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월 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에서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하고 인플레이션도 여전히 다소 높다고 수정이 이루어지고 트럼프의 정책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미 연방준비제도(Feb·연준)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외환시장의 속성상 한쪽으로 기대의 쏠림이 순간적으로 약화되면 군집적 행동을 유발하게 돼 더 큰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2022년 11월 11일 하루 만에 원·달러 환율이 약 60원 하락한 적이 있다. 그날도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이어지던 상승 동력이 일순간 약화되면서 시장 참가자들이 거의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결과였다. 그게 시장이다. 2025년 환율의 뉴노멀은 수준(level)이 아니라 높은 변동성(volatility)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환율의 뉴노멀은 수준이 아니라 변동성이다
    by 양석준
    2025.02.01 08:00:00
  • 도산법은 재정적 위기에 직면한 기업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법적 장치이다. 이 과정에서 ‘채무자관리인(DIP·Debtor-In-Possession)’ 제도는 기존 경영진이 경영권을 유지하며 회생절차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필자가 최근 수행한 채권자 대리 사건에서, 법원은, 채권자도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그것이 채무자관리인의 의사에 반하는 M&A를 내용으로 하더라도 유효하다는 판단을 확정하였다. 통상적인 회생절차에서는 M&A가 이루어지더라도 채무자 관리인이 주도하여 이를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사안은, 채무자 관리인이 독자적인 회생계획안을 제출한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가 채무자관리인의 의사에 반하여, 제3자를 인수인으로 하는 M&A를 내용으로 하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하였던 경우였다. 이로 인해 채무자와 채권자가 각각 제출한 회생계획안이 동시에 채권자집회의 의결대상이 되었고, 그 결과 채권자들은 제3자 인수인이 지급하는 인수대금을 통해 채권자들이 일시에 현금 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채권자 제출 회생계획안에 손을 들어주어, 위 계획안이 법원의 인가를 득하였다. 이에 채무자관리인은 크게 반발하여, 기존 경영권을 유지한 상태에서도 충분히 회생이 가능하므로 이와 같은 법원의 인가결정은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채무자회생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하며 즉시항고 및 재항고를 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채권자 제출 회생계획안이 공정하고 형평에 맞으며 수행이 가능할 것 등의 채무자회생법상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면 유효하고, 인가가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번 결정은 도산법이 채무자 보호에 국한되지 않고, 이해관계자인 채권자들에게도 회생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권한을 부여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채무자관리인의 의사에 반하는 M&A가 법원의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은 채권자 중심의 회생계획안이 도산법 체계 내에서 가지는 가능성과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즉, 회생절차상의 M&A는 단순히 채무자 기업의 부채 해결을 넘어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채권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M&A를 활용한 회생계획안이 회생절차에서 더욱 자주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채무자와 채권자 간의 이해충돌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법원은 이러한 충돌을 조율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심리절차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도산절차는 단순히 부실기업의 구제를 넘어 도산절차의 이해관계인 모두에게 중요한 경제적 안전망으로서 기능하고, 기업의 가장 효율적인 생존 방안을 도모할 수 있는 도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채권자 회생계획안과 M&A: 도산법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by 이응교
    2025.01.25 09:00:00
  • AI가 혁신의 중심에 서 있다. AI를 통한 혁신이 업(業)의 본질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 기업은 AI를 단순한 효율성 제고를 넘어 새로운 가치창출 전략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분야별로도 AI는 자율주행, 의료 진단, 금융 분석, 콘텐츠 추천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그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이 모든 AI 시스템의 근본은 데이터에 있다. 이러한 연유로 AI시대에는 데이터를 생성하고, 저장하고, 처리하는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기반 인프라를 제공한다.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에는 대규모 데이터셋과 높은 연산 능력이 필수적인데, 데이터센터의 고성능 컴퓨팅과 안정적인 네트워크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확장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은 매년 막대한 규모의 자원을 데이터센터 건설과 운영에 투입하고 있다. 구글은 미국 내 데이터센터와 사무소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2030년까지 탄소 제로의 데이터센터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메타는 AI와 메타버스 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AWS를 통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을 선도하며 전 세계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AI 모델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다. 또한 AI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연산 능력과 데이터 처리 요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은 상당기간 동안 연평균 10%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가 속한 우리PE자산운용은 2024년부터 유럽 투자은행인 Natixis와 함께 글로벌 사모대출펀드를 운용 중이다. 최근 우리PE자산운용의 글로벌 사모대출펀드와 우리은행은 미국 데이터센터에 약 1500억원을 공동 투자했다. 미국 데이터센터가 글로벌 투자처로 떠오른 상태에서, 우리금융과 나틱시스가 시장 흐름을 선도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투자 대상인 애리조나 데이터센터(176MW 규모)와 버지니아 데이터센터(110MW 규모)는 하이퍼스케일 시설로, 글로벌 기술기업 아마존과 15년 동안 장기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북미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인해 투자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분야다. 특히, 애리조나와 버지니아는 각각 서부와 동부의 주요 데이터 허브로 주목받고 있다. 버지니아 지역은 미국 내 데이터센터의 설립 및 운영이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공실률이 1%에 불과하다. 미국 동북부 및 유럽의 데이터 허브 역할을 수행 중이다. 애리조나 지역은 미국 내 6번째 규모의 데이터센터 시장이다. 인근 실리콘밸리 대비 저렴한 전력과 토지비용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데이터센터의 평균 공실률은 5%이지만, 피닉스 지역은 이보다 낮은 3% 수준이다.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는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시설을 넘어, AI 기술과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글로벌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의 역할이 확대되고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은 AI 시대의 트렌드에 발맞춰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제공하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있다. 향후에도 투자자들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의 확대에 주목하며, 기술적 혁신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투자전략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AI, 클라우드, IoT와 같은 신기술의 발전으로 데이터센터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친환경 데이터센터와 지역별 특화 데이터센터는 새로운 투자 기회로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센터 투자는 미래 기술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 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I시대의 글로벌 투자전략 : 데이터센터의 기회와 전망
    by 김세중
    2025.01.06 14:53:41
  • #장면1.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당시 서독 등의 재무부 장관들이 모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강도 높은 통화긴축정책을 지속하면서 그해 2월 미국 달러화 지수(DXY)는 전대미문의 최고치인 160을 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당시 레이건 행정부의 조세감면정책은 미국 무역수지와 재정수지 적자를 심화시켰다. 무역적자의 대부분은 일본과 당시 서독에 집중된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제임스 베이커(James Baker) 미 재무부 장관 주도 하에 인위적으로 미 달러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데 전격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외환시장 공조개입 및 통화정책 전환 등을 통하여 미 달러화 지수는 1987년 말 무렵 85대 수준으로 급락했다. 그 유명한 ‘플라자 합의(Plaza Accord)’의 전말이다. #장면2. 2016년 2월 27일 중국 상하이. 세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가 막을 내렸다. 두 달여 전 연준 금리 인상 이후 중국에서는 자본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고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있었다. 이에 미국은 중국 등 신흥시장국의 경기둔화가 세계 경기 회복에 미칠 파장에 주목했다. 이틀 후 중국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을 인하해 경기부양을 도모하고 자본유출대책 등을 발표하면서 위안화 약세에 대응했다. 열흘 뒤에는 그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오던 유럽중앙은행(ECB)의 드라기 총재가 추가 금리 인하가 불필요하다는 발언을 하며 유로화를 강세가 나타났다. 일본은행(BOJ)도 이어진 금융정책회의에서 엔화 강세를 용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같은 시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점도표 상 연내 금리인상 예상 폭을 하향 조정했다. 이들 모두가 미 달러화 약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각국의 정책적 변화들이 비슷한 시기에 맞물리면서 상하이 회의 기간 중에 주요국간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음모론적 추측을 자아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상하이 합의(Shanghai Accord)’라는 이름으로 종종 입에 오르내린다. #장면3. 2025년이 시작됐다. 미국 차기 대통령 트럼프가 머물고 있는 마러라고 호텔로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는 강력한 대중국 관세부과 의도를 내비치면서 통화가 저평가되고 대미무역 흑자규모가 큰 국가들에 대하여 집착을 보이고 있다. 사실 중국은 팬데믹 이후 성장 동력을 수출에 의존하면서 세계 보호무역주의의 견제 하에서 위안화 약세를 도모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2기 출범과 더불어 대중국 관세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이 인위적 통화절하로 맞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일각에서는 대승적 해결을 위해 미 달러화 약세를 도모하는 소위 ‘마러라고합의(Mara-la-go Accord)’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아무리 그래도 주요국들의 중앙은행 독립성 등을 고려할 때 1985년과 같은 인위적 환율조정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중국 입장에서는 현 경제 상황이 일본의 1980년대 초보다는 1990년대 초 상황에 가깝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통화외교를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고 디플레이션 압력이 상존하는 데다 높은 저축률과 부진한 소비로 인한 거시경제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플라자 합의 당시의 일본에 비해 통화 강세에 대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내세운 공격적인 무역정책으로는 세계 경제에 필요한 리밸런싱(rebalancing)을 더욱 요원하게 할 뿐만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는 미국 재정의 통제 불능을 야기하고 부채의 화폐화(monetization), 글로벌 통화전쟁(currency war)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미국 재무부장관으로 지명된 스콧 베센트(Scott Besent)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주목해 볼 만하다. 월가의 투자자로서의 오랜 경험에 비추어 관세를 수단으로 환율을 조정해 나가는 대협상(grand bargain) 과정에서 트럼프2기의 정책을 과연 국제 협력의 프레임 하에서 어떻게 자리 잡도록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참으로 2025년도 환율을 둘러싼 여건은 복잡다기하다. 그만큼 불확실성의 생성과 소멸에 따른 롤러코스터 환율 장세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언제 어떻게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또 다른 이슈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그간 누적된 불확실성과 상충적 주장들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의 미 달러화 강세 일변도의 흐름과는 다른 의외의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조심스럽지만 지금 너무 한쪽으로만 쏠려있다는 느낌이다.
    1985년 플라자에서 2025년 마러라고까지
    by 양석준
    2025.01.04 08:30:00
  • 2025년 새해를 맞이했지만 한국 증시 전망은 여전히 좋지 않다. 국내적으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가 가져 올 무역 규제 등이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성장률(GDP) 전망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11월 한국은행은 2025년 GDP 전망을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으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3.0%로 25bp(1bp=0.01%) 깜짝 인하했다. 이는 2025년의 경기 전망에 대한 우려와 대비를 보여주는 조치다. 이처럼 극단적 비관론이 팽배해져 있는 국내 주식 시장이지만, 2025년 국내 주식 시장은 긍정적인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반등의 요소로는 다음 세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이 국내 증시에 긍정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도 경기 둔화 및 물가 하락 우려로 금리 인하를 시작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과격한 관세 인상 등을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와 관세 인상은 정책적으로 상충하기 때문이다. 경기 부양과 소비, 투자 촉진을 위해 금리 인하를 하는 시점에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는 관세 인상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폐지,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의 주요 공약 이행률이 낮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우려가 과도하다는 시각도 설득력이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지속성과 관세 인상 완화는 국내 증시에 분명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국내 경기 둔화가 진행 중이지만, 이미 선반영이 많이 이루어졌고 아울러 금리 인하 등 적극적인 대응은 되레 경기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준금리 인하는 국내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이고, 가계의 소비 여력을 높여 내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예컨대 금리 인하로 국내 자동차 산업은 소비 회복과 더불어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며 IT 기업들은 투자 확대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적 대응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대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은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로 단기적 변동성에 휩쓸리기보다 저점 매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 15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9일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7배, 16일 KRX정보데이터시스템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5배 수준으로 역사적으로 저점에 해당된다. 이는 정치, 경제적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도 한국 주식이 매력적인 투자처 될 수 있는 중요한 이유다. 역사적으로도 이와 같은 저점에서 투자를 하는 것은 장기적인 수익 기회로 이어져 왔고, 따라서 지금은 국내 주식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주식시장은 기업에게 자본 조달, 지속 가능한 성장, 경쟁력 제고 등 다양한 순기능이 있다. 지금처럼 미국 주식 시장, 코인 시장으로 투자 자금 이동하는 것은 국내 기업들에게 절대 좋은 상황이 아니다. 기업들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기업가치 제고에 힘쓰고 국내 투자자들도 한국 기업의 미래를 국가 산업의 미래로 인식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금 더 너그러운 눈으로 봐주길 바란다.
    2025년 국내 주식이 좋은 이유 세가지
    by 서진환
    2025.01.04 08:05:00
  • A씨는 형제 중 유일하게 어머니를 봉양하며 한집에 함께 살고 있다. 연로하신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A씨는 형제들과 상속재산 분할에 대해 협의하던 중 주변 지인들로부터 부모님과 동거한 주택을 A씨가 상속받는 경우 상속세를 절감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A씨와 같이 부모를 봉양한 자녀가 주택을 상속받는 경우 상속세는 얼마나 절감되는 걸까. 장기간 부모를 모시며 부양했던 자녀의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고,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상속세및증여세법에서는 ‘동거주택상속공제’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동거주택상속공제란 1세대가 하나의 주택에서 상속개시일부터 소급해 10년 이상 동거한 경우 요건을 충족한 상속인에게 상속재산가액에서 일정금액을 한도로 공제 해주는 것이다. 동거주택상속공제를 받기 위해서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지 면밀히 살펴보도록 한다. 우선 동거주택상속공제의 대전제는 사망인인 피상속인이 세법상 거주자여야 하며, 주택을 상속 받는 상속인은 직계비속 및 대습상속으로 인해 상속인이 된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여야 한다. 이러한 대전제를 충족했다면 다음의 세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첫 번째,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상속개시일부터 소급해 10년 이상 계속해 하나의 주택에서 동거해야한다. 10년 이상이라는 기간은 공제대상 상속인이 미성년인 기간은 제외하고 계산하며 주민등록여부와 관계없이 한집에서 실제 같이 살았던 기간을 말하는 것으로 실질판단에 따라 적용된다. 즉, 상속인 및 피상속인이 주민등록상의 주소가 다르다 하더라도 상속인이 본인명의의 휴대폰 단말기 또는 각종 고지서 수령 내역, 택배 수령 내역과 같은 거주관련 자료를 통해 피상속인과 사실상 동거하였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동거기간에 산입할 수 있다. 단, 징집, 취학, 근무상의 형편 또는 질병 요양의 사유로서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여 동거하지 못한 경우에는 계속하여 동거한 것으로 보되, 동거 기간에는 산입하지 않는다. 두 번째,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상속개시일부터 소급하여 10년 이상 계속해 1세대를 구성하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1세대 1주택에 해당해야 한다. 1주택의 의미는 소득세법상 1세대가 10년 동안 1주택을 소유한 경우를 말하며, 무주택기간이 있는 경우 해당 기간은 전단에 따른 1세대 1주택에 해당하는 기간에 포함한다. 피상속인이 신규 주택을 취득하여 신규주택 취득일로부터 2년 이내에 종전의 주택을 양도한 경우, 상속인이 상속개시일 이전에 1주택을 소유한 자와 혼인한 후 혼인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상속인의 배우자가 소유한 주택을 양도한 경우 등 상속세및증여세법시행령 제20조의 2의 1항에 열거된 사유에 해당해 2주택 이상을 소유했다 하더라도 1세대가 1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본다. 세 번째, 상속개시일 현재 무주택자이거나 피상속인과 공동으로 1세대 1주택을 보유한 자로서 피상속인과 동거한 상속인이 상속받은 주택이어야 한다. 위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 상속주택건물과 부수토지를 합한 가액(상속개시일 현재 해당 주택 및 주택부수토지에 담보된 피상속인의 채무액을 뺀 가액을 말한다)의 100분의 100에 상당하는 금액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할 수 있다. 다만, 그 공제할 금액은 6억 원을 한도로 한다. 자녀의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고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동거주택상속공제의 도입 취지에 맞게 동거기간, 동거주택의 현황과 같은 세부요건을 고려해 과도한 상속세를 부담하지 않도록 동거주택상속공제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상속플랜을 세우길 바란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주택,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을까?
    by 김지영
    2024.12.28 08:00:00
  • 필자는 AI 포럼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AI 관련 스타트업, 학계, 연구단체, 법조계 종사자 등이 참여해 AI 기술의 트렌드, 제도변화, 실제 적용사례 등을 놓고 토론하며 정보를 교류한다. 이번 포럼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화두로 등장했다. 보통 AI기술을 사업화 하는 촉망받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현장감 있는 목소리를 들려주는 경우가 많다. 한 AI 스타트업 대표가 미국에서 펀딩을 하는데 미국 기업과 동일한 AI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폭 평가절하되는 현실을 절감했다고 한다. 기술의 수준보다는 기술 사업화의 확장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 결과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이제 주식시장의 문턱을 넘어 전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지적이었다. 사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유통 금융시장에서 주로 언급됐다. 하루 이틀의 얘기는 아니다. 오래 전부터 주식시장에서는 ‘국장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될 정도였다. 한국 주식시장은 주식의 본질가치 대비 가격적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인 PER, PBR 등 그 어떤 잣대를 들이대도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저평가 상태인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원인은 불투명한 오너 중심 지배구조와 그 반대편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일반주주, 이를 바로잡지 못하는 제도와 정책 불확실성,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알려져 있다. 대책이 필요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한국식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되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탄핵정국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은 또다시 도전을 받고 있다. 이쯤 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가지 처방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고질병처럼 느껴진다. 한국 증시가 디스카운트라면 미국 증시는 프리미엄 상태이다. 미국 증시는 나스닥을 중심으로 역사적 고점을 연일 경신할 정도로 강세국면이다. 강력한 경제 성장이 뒷받침하고 있다. 금리인하 속도를 재조정해야 할 정도로 성장 모멘텀이 강하다. AI 등 신기술 이니셔티브는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위압적이다. 미국 증시가 전세계 증시 중에서 매우 높은 밸류에이션 대접을 받고 있는 이유다. 역사적으로도 지금의 미국 증시는 특출하다. PER 기준 프리미엄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GDP 대비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기준으로 보더라도 역사적 평균 수준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그나마 비교 가능한 시기는 90년대의 미국 증시이다. 당시 인터넷 혁명을 기치로 신경제 붐을 일으킨 결과 미국증시가 급팽창했다. 90년대나 지금 모두 미국 GDP의 글로벌 비중은 25% 내외로 유사하다. 하지만 미국 증시의 글로벌 시가총액 비중은 90년대에 30~35% 전후였는데 비해 지금은 45~50% 수준이다. 미국내 시가총액 비중이 35%를 넘어설 정도로 ‘매크니피슨트7’ 기업들이 지금의 상승을 주도했는데, 이들은 대부분 AI와 관련성이 높다. 성장 기대가 큰 AI 주도의 미국 증시는 불안하나 강력하다.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성장 기대를 견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에서 진단한 바와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인 하락이 예상된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와 성숙기 진입에 따른 투자 둔화 등으로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길은 혁신에 의한 총요소생산성 향상이 유일하다. 90년대에 자유무역이라는 이름 하에 이머징마켓을 개방하여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만들고 그 밸류체인의 정점에서 수혜를 누려온 미국이 이제는 관세를 무기로 보호주의로 전환하고 있다. 확장일로의 글로벌 공급망 생태계 속에서 대기업 중심의 패스트팔로우 전략으로 경쟁력을 보여온 우리경제가 보호무역주의와 반쪽짜리 글로벌 공급망 환경에서는 그 설자리를 점점 잃게 될 우려가 크다.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의도하는 바와 같이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여 밸류에이션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장기적으로 유망 기술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이를 대기업에 접목시켜 새로운 성장엔진을 장착하고 성장 기대를 높여야 진정한 밸류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2000년 이후 한국증시 시가총액 1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부진을 목도하는 현실에서 AI 스타트업 대표를 통해 듣게 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확산은 우리 경제 및 금융시장에 심각한 경종이다. 디스카운트와 프리미엄이 뒤바뀌는 글로벌 균형추가 작동하기 시작할 때 성장기대가 있는 나라에 투자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AI 등 기술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유기적 결합이 성장기대와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I시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는 방법
    by 김세중
    2024.12.22 08: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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