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의 복귀로 재가동에 들어간 노사정위원회가 이해관계자들의 담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충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26일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노동단체나 경영단체는 과점적 대표성을 무기로 담합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제 식구 감싸기에 몰두한다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정부에도 노사정위라는 틀만 고집하지 말고 대타협 실패를 염두에 둔 복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개혁 성패가 정부의 책임이라는 이 전 정관의 고언에는 백번 공감이 간다. 노동개혁이 지지부진한 것은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갖지 못한 채 일부 노동계의 주장에 휘둘려온 탓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지금도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 등 양대 쟁점에 대한 거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위원장이 결정권을 갖기는커녕 일일이 산별노조의 승인을 받겠다고 하니 한시가 급한 협상이 제대로 풀려나갈지 의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때맞춰 경제정의노동민주화특위라는 것을 출범시켜 특권노조의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있다. 강성 노조와 야당이 개혁 의제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며 물타기 공세에 나선다면 자칫 시간만 질질 끌며 용두사미로 끝날 우려가 크다. 이런 식이라면 9월 대타협과 연내 입법은 물 건너갈 수도 있다.
장관들은 그간 정부가 노동개혁을 주도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한사코 노사정위에만 매달리며 아무런 성과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해관계자로 채워진 노사정위는 기득권에 집착하는 태생적 한계를 갖기 마련이다. 독일 하르츠개혁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다양한 여론을 수렴할 수 있도록 전문가 중심의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당국은 이제 "플랜 B(대비책)가 없으면 플랜A(합의문)도 없다"는 충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한국 경제에 돌파구를 열어줄 노동개혁에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