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대미·유럽 통상마찰 조정역할 기대

■ 장승화 교수 WTO상소기구 위원에 피선<br>일본측 로비 제치고 선정<br>ICC 이어 국제법률 기구 두번째 한국인 심판관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은 국제통상법정의 '대법관'으로 불린다. 그만큼 엄중한 역할이 부여되는 자리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 등과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통상마찰 등이 일어날 때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소중한 조정자를 하나 얻었다고 할 수 있다. 통상교섭본부도 9일 장승화(49) 서울대 법대 교수가 경쟁상대이던 일본인을 제치고 선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한국 인사가 WTO 상소기구 위원에 진출하게 됨으로써 WTO 내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크게 제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 교수는 사실 국내외 학계에 널리 알려진 국제통상법 전문가다.


서울대 법대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친 뒤 미국 하버드대 법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 조지타운대 법대 교수를 거쳐 모교인 서울대 법대에서 강단에 서왔다.

지난 1988년부터 1991년까지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직접 재판 실무를 담당했고 2000년 이후 런던국제중재법정(LCIA)과 국제중재법원(ICC) 중재인으로 활동하며 국제통상 중재기구와 인연을 맺었다.


국제교역 질서 유지 및 분쟁 해결에 있어 핵심을 담당하는 기구인 WTO에서는 미국과 해외판매법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지리적 표시 등 8건의 분쟁에서 패널위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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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명으로 구성되는 WTO 상소기구(항소기구)는 국제통상분쟁의 1심에 해당하는 패널 판정의 법률심사 및 최종 유권해석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국제통상법 분야의 대법원이자 유엔의 사법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ICJ)와 비견되는 지위를 갖는다.

WTO는 일본 출신인 오시마 쇼타로 위원이 1월9일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파스칼 라미 사무총장을 비롯한 6명으로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후임 선정작업을 벌여왔고 장 교수 외에 일본 후보 2명과 태국 후보 1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특히 일본은 1995년 WTO 출범 이후 한번도 상소기구 위원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는데다 이번 선정작업도 자국 출신인 쇼타로 위원의 사임으로 발생한 것이어서 아키오 시미즈 와세다대 법대 교수와 준 요코타 주벨기에 대사 등 2명을 내세워 강력한 로비활동을 벌여왔다.

하지만 장 교수는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제네바에 머물면서 선정위원회 인터뷰 등을 통해 국제통상법 심판관으로서의 탁월한 전문성을 입증하며 일본의 집요한 도전을 물리쳤다. 또 주제네바 한국 대표부 역시 WTO 사무국 주요 인사들과 회원국 대사, 선정위원 등을 대상으로 다각적인 지원활동을 펼쳐 쾌거를 이뤄내는 데 힘을 보탰다.

장 교수의 WTO 상소기구 위원 선정으로 우리나라는 반(反)인류 범죄 및 전범을 단죄하는 세계 유일의 상설 형사법원인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송상현 소장에 이어 두번째로 최고 국제법률 심판기구의 심판관을 확보하게 됐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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